풀베기

from 09년 만천리 2009/09/21 19:18

풀베기 - 첫째 날(9월 14일/흐림 15-21도)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밭에 난 풀들의 기세는 등등하기만 하다. 고추를 따고 말리느라 눈길 한 번 주지 못했던 아래쪽 고구마 밭이 온통 풀천지이니. 얼추 눈대중으로 봐도 호미로 풀매기는 글렀고. 누가 초보 농부 아니랄까봐 낫 들고 풀베기에 나선다.

 

두어 시간 남짓 풀을 베어냈더니 고구마 심은 곳은 물론이고 콩 심은 곳까지도 손을 댈 수 있다. 한 이틀 정도만 시간을 더 내면 옥수수 심은 곳까지 말끔히 정리를 할 수 있겠다, 싶다.

 

풀베기를 하고 나니 풀이 한 무더기 나오는 건 당연지사. 봄부터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어볼 요량으로 밭 한쪽에 따로 모아두긴 한데. 사실 퇴비를 만드는 건지 그냥 쓰레기만 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만 해도 풀은 풀대로 음식물은 음식물대로 따로따로 모아져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다음 달에 있는 퇴비 만들기 교육이라도 들어야지, 싶다.  

 

풀베기 - 둘째 날(9월 15일/맑음 16-26도)

 

이틀째 풀베기다. 여름 내내 김매기를 했건만 조금 선선한 날씨에 방심했더니 금세 풀밭이 된 곳들을 말끔히 베어내니 속이 다 후련하다. 이제 깨 심었다 깨는커녕 풀만 키 높이로 자란 곳만 정리하면 대충 밭 정리가 끝난다.

 

풀베기 - 셋째 날(9월 16일/맑음 14-27도)

 

늦은 시간. 밭에 나가야 하나, 하루 쉴까, 잠시 고민하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자전거에 오른다. 오늘 하루만 더 낫질을 하면 아래쪽 밭은 말끔하게 될 것 같아서다.

 

깨를 심었지만, 영 시원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여름부터는 아예 풀밭이 된 곳을 한 시간 남짓 풀베기를 하니 대충 정리가 된다. 밭 둘레 빙둘러가며 심은 옥수수야 아직 따지도 않은 것들이 있으니 좀 더 있다 해도 되니 말이다.

 

늦게 나왔으니 해가 지는 것도 빠르다. 자전거에 다시 오르기 전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저녁 먹고 난 후 군것질할 요량으로 옥수수 몇 개를 담아간다.   

 

         

<며칠만 손을 놔도 금세 풀천지가 된다 (왼쪽과 오른쪽이 확연히 다르지요)>

 

끝물 고추(9월 18일/맑음 14-28도)

 

무더위가 한 풀 꺾이는가 싶었는데 아직은 아닌가보다. 어제만 해도 낮 기온이 26도 머물렀고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게 이제 더는 불볕더위가 없겠다, 했는데. 오늘은 최고 기온이 28도에 육박하고 햇볕도 뜨거워 도로 8월로 돌아간 것 같기만 하다.

 

해질녘이 돼서야 겨우겨우 늘어진 몸을 추스르고 밭에 나간다. 어제, 그제 풀베기를 하면서보니 더는 생길 것 같지 않았던 빨간 고추가 제법 달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선 좀 더 기다렸다 이달 말쯤 한 번에 수확을 할까도 했지만. 언제 갑자기 찬바람이 불지도 가늠하기 힘든데다 다음 주 월요일엔 비 소식까지 있기에. 또 이젠 병에 걸린 것들이 그렇지 않는 것들보다 많기 때문에. 빨리 거두어야겠단 마음이 들어 늦었지만 밭에 나온 것이다.

 

끝물이라 그런지 두 시간을 넘게 고추를 땄지만 포대를 반도 채 채우지 못했다. 아무래도 보기보단 병에 걸린 것들이 많아서다. 그래도 용케 한여름을 보내고 가을 초입까지 잘 살아남아 빨간 고추를 만들어낸 것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이제 추석을 전후해서 풋고추를 수확해 장아찌를 담그면 올 고추농사는 얼추 마무리가 되는데. 작년에 비한다면 올 해는 무척 잘 됐다,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9/21 19:18 2009/09/21 19:18
Tag //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nongbu/trackback/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