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산대군, 양녕대군과 효령대군, 하원군과 하릉군, 임해군, 이재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조선시대 왕의 형으로 살았던 이들입니다. 월산대군은 성종의 형으로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은 세종, 하원군과 하릉군은 선조, 임해군은 광해군, 마지막 이재면은 고종의 형이었던 겁니다.
  
봉건왕조시대에 태어나 왕으로 오르지 못한 채 상왕 또는 대군으로 살아야했던 이들은 타의든 자의든 늘 권력투쟁의 중심에 있었지요. 그 때문에 어떤 이는 궁을 떠나 은둔의 삶을 살아야 했고, 또 어떤 이는 권력의 허망함을 탓하며 주색잡기에 빠지기도 했지요. 물론 밤이 깊도록 왕과 국사를 논할 수 있었던 운 좋은 이도 있었지만.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것이 이들의 운명이었다면. 너무 가혹한 것인가요.
 
 
2.
전기환. 노건평. 대통령의 형이라는 이들. 모두 감방에 가야했습니다. 물론 동생들이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에요. 전기환은 노량신수산시장 강제 강탈 건으로. 노건평은 세종증권(현 NH증권) 매각비리로 말입니다.
  
요즘 어떤 한 사람이 자주 신문에 오르내립니다. 하긴 일본으로 리비아로 그리고 또 볼리비아로 하도 왔다 갔다 하니 기사거리도 많겠지요. 게다가 이 사람 동생이 지금 대통령을 하고 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헌데. 이 형이란 사람 말이지요. 일본인들을 만나서 한 일이란 게. 한일강제병합 100주년 사과 담화에 앞서 ‘전향적 담화가 나올 경우 역사인식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거랍니다.
 
또 리비아에서는 당초 ‘자원외교’를 하기 위해 갔다고 했으나. 간첩 혐의로 추방된 주리비아 대사관 정보담당 직원 문제 해결을 위해 특사로 방문한 거였다는데. 가서는 ‘몸이 아픈 데도 직접 왔다고 팔의 주삿바늘을 보여’주는 눈물겨운 일을 하고 왔답니다.
 
하하. 이러니 일부에서는 ‘만사兄통’이니 ‘영포대군’이니 하는 말들이 나도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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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는 300여 년 동안 스페인의 통치 밑에 있다가 1825년에야 겨우 독립을 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독립 이후 최근까지 무려 150-200여회에 이르는 쿠데타가 있었구요. 심지어 196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말까지 19명의 대통령 가운데 13명이 군인이었다고 하는데. 당시 중남미에서 친미반공정권을 세우기 위해 혈안이었던 미국으로부터 결코 볼리비아 역시 자유롭지 못했음을 보여주지요.          
 
헌데 볼리비아가 이처럼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게 된 데에는 볼리비아가 갖고 있는 풍부한 지하자원. 1545년 볼리비아 북서지방 포토시(Potosi)에 도착한 스페인 침략자들이 처음 발견한 세계 최대 은(銀) 탄광에서부터 석유, 가스, 석탄, 철광, 주석에 이르는 다양하면서도 많은 매장량을 갖고 있는 자연자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국주의 세력을 등에 업은 군부, 자본가들의 야욕이. 토착 원주민을 자원개발의 노예로 전락시켜 만들어 낸 막대한 부를 서로 독점하려는 이전투구가. 무수한 군부 쿠데타로 이어진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볼리비아 민중들이 겪은 수난과 고난은 이루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지경이구요. 바로 도미틸라 바리오스 데 츙가라가 구술하고 모에바 비처가 기록한. <어머니들>은 이런 볼리비아의 아픈 역사를, 아픈 민중들의 삶을 담담히 이야기한. 그러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투쟁하며 전진하는 민중들의 모습을 힘 있게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4.
2006년 1월 21일. 이날은 볼리비아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수도 라 파즈(La Paz)에서는 보기 드문 축하 예식이 진행됐는데요. 에보 모랄레스(Juan Evo Morales Ayma) 대통령 당선자는 인디언 전통을 상징하는 붉은 겉을 걸치고, 또 맨발로 단상에 올랐구요. 인디언 부족인 Aymara족의 지도자는 이 맨발의 대통령에게 토착원주민의 상징인 은과 금으로 장식된 지휘봉을 증정했답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사회주의정부가 출범하는 데 대한 축하 행사가 토착 원주민의 전통 풍속으로 거행된 것이지요.
 
그리고 다음날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모랄레스는 과거 스페인의 침략과 착취, 그리고 근래에 이르러서는 신자유주의 광풍이라는 불안한 볼리비아의 현실 속에 굴하지 않고 사회주의 혁명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뚜빠흐 까따리, 뚜팍 아마루 등 잉카의 지도자들에 대한 묵념에서. “체 게바라의 못다 이룬 혁명을 이어가겠다”는 목소리에서. “볼리비아의 모든 천연자원은 볼리비아인들의 것”이라는 외침에서. 인종차별(인디오에 대한 차별정책) 철폐, 신자유주의 모델 폐기, 전연가스 등 국내 자연자원에 대한 통제 강화라는 볼리비아 민중들의 염원은 현실이 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5.
우리나라와 볼리비아가 리튬개발에 손을 잡았다고 호들갑들을 떨고 있습니다. ‘한편의 역전 드라마’니 ‘자원외교의 성과’니 하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이런 얘기들 속에, 곁다리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형이란 인물도 간간이 나옵니다. ‘특사역할을 한몫했다’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그 먼 볼리비아까지 세 번이나 갔다 왔다던 ‘대군’. 리튬개발에 열광하는 언론들. 볼리비아의 아픈 역사에 대해, 볼리비아가 갖고 있는 저 자연자원으로 인해 생겼던 그 아픈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하기야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안에서도 제 나라 국민들이 겪는 고초를 나몰라 하는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는 얼마나, 알은체라도 했을까요.
 
‘자원외교의 쾌거’ 뒤에 숨겨진 그늘. 여러분들이라도 이 책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것,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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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2 18:22 2010/09/02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