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바우길 ⑪ 산 우에서 파도 소리 들어봤는겨? (2014년 9월 10일)
 
추석 연휴 전부터 말 많았던 대체휴일이다. 근로기준법에 있는 휴일 규정만 바꾸면 그만인 것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남들은 하루를 더 쉬네, 내는 대체휴일은커녕 추석에도 일 나가네. 결국 일하는 사람들끼리 헐뜯게 만든 그 대체휴일 말이다. 덕분에 모처럼 나선 길마저 쪼매 찜찜하다.
 
뭐, 그래야 부려먹기 쉽고 짜내기 편하니 쉽게 바꿀 턱도 없겠고. 또 하루라도 더 일을 시켜 이윤을 남겨야겠으니. 지금보다 노는 날을 늘릴 리 없으리란 걸 뻔히 알면서도 그렇다. 모르긴 몰라도 이미 생색은 있는 만큼 낸데다 갈라치기는 또 그것대로 성과를 거뒀으니. 어디서 쾌재들 부르고 있겠지.
 
안인항은 강릉과 가깝지만 잘 알려져 있진 않다. 근처에 등명락가사란 절도 있고 하슬라아트월드라는 볼거리도 있지만 여기까진 발길이 안 오나보다. 하지만 산우에 바닷길이 시작되는 곳부터는 한 두 사람 보이더니.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숨이 쪼매 찰 때쯤 만나는, 이 구간에서 최고 좋은 전망을 자랑한다는 활공장에 이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품새가 멀리서 부러 찾아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고. 쪼매난 아이들까지 데리고 동네 뒷산 산책 나오듯 한 사람들도 있고. 바우길 걸으며 이렇게 많은 사람 만나기도 처음이다. 어쩔 수 없다. 오늘은 호젓함 대신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나 실컷 구경해야지. 어찌나 북적대는지 다리쉼도 편히 못할 지경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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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는 안인항에서 저 멀리 주문진까지 지나온 길을 짚어보기도 하고. 또 가까이는 쪼 앞에 뾰족하게 서 있는 방송송신탑에서 쩌 멀리 정동진까지 오늘 가야할 길을 헤아려보기도 하고. 더 가까이는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포말에서 멀리는 오징어 유혹하는 전구가 줄줄이 달린 뱃머리를 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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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공장에서 보기엔 금방이다 싶었는데, 송신탑까지 가는 길이 꽤나 길다. 그래도 능선을 타고 가는 것이라 아까만치로 힘이 부치지는 않다. 또 여태까지 봐 왔던 것과 다른 키 작은 소나무 사이로 끊임없이 파도소리가 들리는데. 산우에서 파도 소리 들어는 봤는겨? 워디 그걸 말로 할 수 있간디. 걍, 뭐랄까, 아래서 보다 훨썩 좋다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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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능선을 타고 쾌방산을 지나 방송탑을 에두르며 오르락내리락. 통일공원과 등명락가사, 하슬라아트월드를 지날 땐. 내려가는 길목에서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걸을까,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내려가면 다음에는 다시 여기로 올라와 걸어야 하니. 이것도 못할 짓이지 싶어 그저 잠깐씩만 쉬다 또 걷는다.

 
당집을 지나서는 아예 다리 펴고 누워 쉬기도 하고. 힘이 좀 든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파란 바다를 보여주는 바위들 위에서는 사진도 찍고. 비록 능선을 타고 가야하는 등산이지만. 산우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를 길동무삼아, 멀리 정동진 들녘이 내려다보이는 183봉까지 내처 내닫는다. 거기서 바다는 금방이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열일곱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산 우에 바닷길은 해파랑길이기도 하다. 길이는 9.3km로 짧지만 넉넉히 6시간 정도 잡아야 할 만큼 만만치 않다. 뒷산에 산책 간다는 생각보단 가볍게 등산하는 것처럼 준비해야 할 듯.
 
* 가고, 오고
강릉 시내버스 노선 참고.
 
* 잠잘 곳, 먹을 곳
시작하는 안인항과 끝나는 정동진에는 식당도, 숙박할 곳도 많다. 물론 중간엔 아무것도 없다. 간식과 물은 반드시 챙겨가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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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15:32 2015/07/09 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