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바우길 ④ 나눠서 걷는 사천둑방길: 둑방길 끝나자 산 넘어 가는 길,  명주군왕릉을 찾아(2012년 9월 22일)
 
해살이마을은 근래에 붙여진 이름이다. 봄엔 축제까지 열만큼 개두릅 나무가 지천으로 있는 곳이지만, 대략 200년 전 사기 막사발 사기그릇을 만들던 움막이 많았던 곳이라 해서 ‘사그막’또는 ‘사기막’으로 불렸다. 물론 지금도 사기막리가 행정구역상 명칭일 뿐만 아니라, 사천면사무소 앞에서 탄 택시 운전기사분이 말해주듯이. 사기막이라 해야 금방 금방 알아듣는다.  
 
나눠서 걸은 바우길 4구간은 반대편 명주군왕릉에서 출발했다면 긴 내리막 임도(林道)를 걸었겠지만. 지난번에 사천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사천천을 따라 둑방을 걸었으니. 오늘은 여기 사기막리에서 산길로 접어들어 길고 긴 오르막을 올라야한다. 하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숨이 헐떡헐떡 거리고 다리가 풀릴 만큼 가파른 길도 아니고. 곳곳에 솔 숲 사이 송이 밭이 널린 만큼 소나무가 빽빽하게 있어. 걷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한여름에도 덥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명주군왕릉은 4구간 출발점이면서 3구간 도착점과 10구간 출발점을 겸하고 있다. 4구간을 거꾸로 걸었던 이유가 애당초 고성에서부터 내려오는 길이기도 했거니와 가능한 바우길을 이어서 걸어보자 했던 이유가 있었으니. 군왕릉에서 다시 10구간과 이어 걷고, 또 11, 5, 6, 7, 8, 9구간을 연달아 이어붙이면 자연스레 동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물론 해변을 따라 걸었다면 진즉에 동해나 삼척까지 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 올 봄에 이사한 곳이 강릉과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에 있고. 또 앞으로 이쪽 언저리에 자리를 잡고 농사를 지어야겠단 마음도 있으니. 급할 것도 없는데다 살만한 곳도 찾아보는 셈치고 에둘러 가는 것이니. 
 
조금 길다 싶은 구간은 이번 걷기여행처럼 나눠서 걷기도 하고. 10년 전 태풍 루사 때 난리도 아니었단 얘기며, 줄 쳐진 산에 잘못 발 들여 놨다간 크게 곤혹을 치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도 물어물어 귀동냥으로 얻어들으며. 사기막처럼 이름만큼이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을도 천천히 둘러보고. 내처 걸었다면 10구간까지 마칠 수 있었겠지만 그리하지 않은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출발했던 사기막과 달리 도착했던 보광리엔 분청사기를 굽던 가마터가 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유일한 곳이라고 하던데. 명주군왕릉도 그렇고 분청사기도 그렇고. 산 하나를 두고 사기막과 대비되면서 느낌이 묘하다. 지금이야 임도로 연결돼있어 막사발을 굽던 곳과 분청사기를 굽던 곳을 쉽게 둘러볼 수 있겠지만. 예전엔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이쪽 마을과 저쪽 마을이 조금씩은 달랐을까?
 
하기야 분청사기든 막사발이든 굽는 이들이야 다 민초들이었으니. 차이가 있으면 얼마나 있고, 다르면 또 얼마나 다를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한쪽엔 전통체험마을이 있고 다른 한쪽엔 왕릉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딱 부러지지는 않지만, 어째 요상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반골기질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똥 누기 전과 후가 다르다고, 힘들게 산을 넘어와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 명주군왕릉은 신라하대의 진골 귀족으로 강릉 김씨의 시조인 김주원의 묘소다. 김주원은 공식적으론 신라의 왕위에 오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명주군왕으로 봉해졌기에 그의 무덤을 왕릉이라 부른다.
 
* 열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바우길 4구간 사천둑방길 나머지 구간을 걷다. 해살이마을에서 명주군왕릉까지 임도를 따라 약 km.
 
* 가고, 오고
강릉 시내에선 해살이마을을 가는 버스가 있지만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주문진 쪽에서는 더욱(http://www.gangneung.go.kr/sub/bustime/main.jsp?pp=sub01 참고). 사천면사무소에서 콜택시를 불러 갔더니 따로 콜비는 없고 7,000원을 달라고 한다.  
 
* 잠잘 곳
해살이마을 홈페이지(http://haesari.invil.org/)에 방문하면 농가민박 전화번호와 민박집 내.외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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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7 22:09 2013/03/27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