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조선 후기,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 물론 사리사욕에 눈 먼 자들을 혼내주려고 꾸민 짓이긴 했지만요. 어쨌든 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던 일을 ‘봉이 김선달’은 능히 해냈지요. 
 
하루에도 수십만 통이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이름도 가지각색에 특정 성분을 강조하는 것도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홍보하는 것도 있는데요. 수돗물보다 몇 십 배는 비싼 생수, 바로 그겁니다.    
 
수돗물도 팔리고 있습니다. ‘민간위탁’이란 그럴싸한 말로 말이지요. 아무리 ‘민영화’가 아니라 강변해도 ‘경쟁체제’ 대열에 내몰리고 있는 건 사실이고. ‘물 기업 육성’이란 농간에 ‘물 시장’이 열린 겁니다.
 
물은 공기와 함께 생존에 필수적인 ‘공동 유산’입니다. 다른 무엇과 대체할 수 없을뿐더러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가 지속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것이지요. 그렇기에 이제껏 물은 ‘상품’으로 취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 ‘정복자’가 되기 훨씬 전부터 땅 속에 묻혀있던 석유와 석탄이 ‘사유화’ 됐던 것처럼. 아니 인간이 발 딛고 서 있는 땅 덩어리 그 자체를 ‘등기’화 했던 것처럼. 물 또한 공기 또한 ‘이윤’을 낳는 수단이 돼가고 있습니다. 
 
물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기본적으로는 ‘갈등’과 ‘대립’ 관계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물을 직접 소유하고 통제하게 된 ‘제왕’은 권력을 얻게 되는데, 권력은 그 속성상 언제나 ‘갈등’과 ‘대립’을 일으키기 때문이지요. 
 
‘전쟁 제왕’은 다른 나라와의 경쟁이든, 한 나라 안에서의 다툼이든 격렬한 대립에서 권한을 이끌어내고 유지합니다. ‘자본 제왕’은 물을 독점함으로써 생기는 재화와 용역의 불평등한 분배를 유지합니다. 따라서 사유화 내지 민영화를 주도하게 됩니다. ‘기술 제왕’은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즉 기술 진보를 맹신함으로써 권한을 이끌어내고 유지합니다. (pp.62-63)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여기저기서 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행이 지리적 조건 때문에 ‘전쟁 제왕’ ‘김선달’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자본 제왕’과 ‘기술 제왕’ ‘김선달’들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봉이 김선달’은 못된 장사치들을 골려주려고나 했다지만. 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나서고 있는 걸까요. 쳇, 결국 ‘공동유산’을 ‘사유화’, ‘민영화’하려는 것, 그것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 은행 잔고가 있는 사람, 유형 자산이 있는 사람, 주주들에게만’ 물 사용’, 아니 생존하게끔 하겠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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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9 09:25 2013/11/09 09:25

1.

대동강 물을 팔았다고 유명한 봉이 김선달이 있지요. 요즘은 하도 이 김선달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다지 시선을 끌진 못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사건이었겠지요. 생각해보세요.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렀고. 내일도 그냥 저렇게 흘러갈 강물을 팔아먹었으니 오죽했겠어요. 뭐 지금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들 하겠지만 그때라고 어디 그게 가능한 일 이기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고, 후대 사람들은 거만한 한양사람들을 골려먹은 지혜로운 장사꾼으로 칭송하고 있으니. 그래서일까요. 현대판 김선달들이 판을 치는 것이요.
 
2.
물을 팔아먹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골목 슈퍼에서 지하철 자판기에까지 진열돼 있는 생수를 보면 말이지요. 뭐, 이웃나라에는 공기도 깡통에 넣어 판다고 하던데. 몇 백만 년 동안 땅 속에 있던 석유니 석탄이니 하는 광물자원들을 캐내서 자기 거라 파는 거나 물, 공기를 담아 파는 거나 다를 게 하나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기가 막히는 건 일 년 뒤 밀 수확량, 한 달 후 날씨를 가지고도 돈 내기를 하니. 이만하면 주변에 봉이 김선달이 꽤나 많지요.
 
3.
인천시가 탄소 상쇄 공원을 조성한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만든다고 하는데요.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기부, 그리고 각종 국제회의를 개최할 경우 예산의 일부를 공원 조성 사업비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 모 항공사는 재작년 5월부터 탄소 중립(상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비록 항공사 내 전 임직원 업무 출장 시에만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은 적립금으로 국내엔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국외엔 어떤 나라에 색동 태양광 가로등 거리를 조성하는 데에 썼다고 합니다.     
 
4.
얼마 전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에관한법률’ 제정안이 입법예고 됐습니다. 지정된 할당대상업체가 배출권 할당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면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대신 할당대상업체는 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을 살 수 있으며, 여분의 배출권을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 동안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이 논의돼 왔던, 시장을 통한 효율성 도모라는 계획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얘기입니다. 
 
5.
물, 공기도 팔아먹는 세상에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탄소도 시장에서 팔고 산다면. 별로 놀라지도 않은, 아니 당연한 일인가요. 여기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일이 있습니다. 바로 ‘탄소배출권시장’입니다. 책을 쓴 이(케빈 스미스: TNI Transnational Institute가 진행하는 카본트레이드워치 Carbon Trade Watch 프로젝트 연구원이자 활동가)가 봉이 김선달을 알 리 없었겠지만. 중세 후기 가톨릭교회가 ‘사람들이 지은 죄를 이윤 창출 수단으로 삼으려고 시장주의적 접근을 하는 모습’(p.14)을 빗대 탄소 상쇄 제도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걸 읽고 있으면. 아차차, 이 정도면 이거 봉이가 어느새 저쪽에서 성직자 행세를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하기야 김선달이나 교회나 모두 이재(理財)에 밝다는 점에선 똑같으니 옷차림새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6.
“브래드 피트가 심은 나무는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인천시가 추진하는 탄소 상쇄 공원과 강원도가 고성군에 조성한 탄소배출권 조림사업은.
 
그렇다면 국내 모 항공사의 탄소 중립(상쇄) 프로그램은 기후 변화를 늦추는데 얼마나 기여를 할까.
 
혹시 입법예고 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에관한법률’가 답이 될 수는 없을까.    
 
이매진에서 올 4월에 펴낸 <공기를 팝니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또 쉽게 쓰여 있어 맘만 먹음 하루, 아니 반나절이면 충분하니. 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는 안성맞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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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00:45 2011/01/24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