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동강 물을 팔았다고 유명한 봉이 김선달이 있지요. 요즘은 하도 이 김선달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다지 시선을 끌진 못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사건이었겠지요. 생각해보세요.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렀고. 내일도 그냥 저렇게 흘러갈 강물을 팔아먹었으니 오죽했겠어요. 뭐 지금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들 하겠지만 그때라고 어디 그게 가능한 일 이기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고, 후대 사람들은 거만한 한양사람들을 골려먹은 지혜로운 장사꾼으로 칭송하고 있으니. 그래서일까요. 현대판 김선달들이 판을 치는 것이요.
 
2.
물을 팔아먹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골목 슈퍼에서 지하철 자판기에까지 진열돼 있는 생수를 보면 말이지요. 뭐, 이웃나라에는 공기도 깡통에 넣어 판다고 하던데. 몇 백만 년 동안 땅 속에 있던 석유니 석탄이니 하는 광물자원들을 캐내서 자기 거라 파는 거나 물, 공기를 담아 파는 거나 다를 게 하나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기가 막히는 건 일 년 뒤 밀 수확량, 한 달 후 날씨를 가지고도 돈 내기를 하니. 이만하면 주변에 봉이 김선달이 꽤나 많지요.
 
3.
인천시가 탄소 상쇄 공원을 조성한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만든다고 하는데요.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기부, 그리고 각종 국제회의를 개최할 경우 예산의 일부를 공원 조성 사업비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 모 항공사는 재작년 5월부터 탄소 중립(상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비록 항공사 내 전 임직원 업무 출장 시에만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은 적립금으로 국내엔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국외엔 어떤 나라에 색동 태양광 가로등 거리를 조성하는 데에 썼다고 합니다.     
 
4.
얼마 전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에관한법률’ 제정안이 입법예고 됐습니다. 지정된 할당대상업체가 배출권 할당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면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대신 할당대상업체는 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을 살 수 있으며, 여분의 배출권을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 동안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이 논의돼 왔던, 시장을 통한 효율성 도모라는 계획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얘기입니다. 
 
5.
물, 공기도 팔아먹는 세상에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탄소도 시장에서 팔고 산다면. 별로 놀라지도 않은, 아니 당연한 일인가요. 여기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일이 있습니다. 바로 ‘탄소배출권시장’입니다. 책을 쓴 이(케빈 스미스: TNI Transnational Institute가 진행하는 카본트레이드워치 Carbon Trade Watch 프로젝트 연구원이자 활동가)가 봉이 김선달을 알 리 없었겠지만. 중세 후기 가톨릭교회가 ‘사람들이 지은 죄를 이윤 창출 수단으로 삼으려고 시장주의적 접근을 하는 모습’(p.14)을 빗대 탄소 상쇄 제도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걸 읽고 있으면. 아차차, 이 정도면 이거 봉이가 어느새 저쪽에서 성직자 행세를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하기야 김선달이나 교회나 모두 이재(理財)에 밝다는 점에선 똑같으니 옷차림새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6.
“브래드 피트가 심은 나무는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인천시가 추진하는 탄소 상쇄 공원과 강원도가 고성군에 조성한 탄소배출권 조림사업은.
 
그렇다면 국내 모 항공사의 탄소 중립(상쇄) 프로그램은 기후 변화를 늦추는데 얼마나 기여를 할까.
 
혹시 입법예고 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에관한법률’가 답이 될 수는 없을까.    
 
이매진에서 올 4월에 펴낸 <공기를 팝니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또 쉽게 쓰여 있어 맘만 먹음 하루, 아니 반나절이면 충분하니. 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는 안성맞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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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00:45 2011/01/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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