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이 문제인가요. 책을 쓴 이는 단호히 말합니다.

 

인간의 문제가 간과된다면, 인간은 자신의 분신인 문명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면죄부를 얻으려는 위선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비판을 외면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p.196

 

그리고 

 

문명비판론자들이 우리 시대가 직면한 위기의 근원을 문명으로 지목하는 과정의 영악성과 이기성을 지적 p.200

 

하고자 글을 썼다고 합니다. 예컨대 글쓴이가 말하듯이 ‘수질오염’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 ‘생태위기’의 주범을 가정용세제로 몰아가는 것은 “자본논리의 시녀노릇을 수행하기 위해서 만만한 가정주부들을 속죄양으로 삼고”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글쓴이는 <숲속에 사는 사람, 숲밖에 사는 사람>(pp.96-119), <씨를 말리는 화학무기>(pp.165-183>와 같은 글들을 통해.

 

또, <문명론과 문명비판론의 반생태학: 에필로그>(pp.184-205)라는 글에서는 세 가지 중요한 사건(북미 동남부의 행여비둘기(passenger pigeon), 북극권의 雪車革命, 사회주의혁명과 아랄海)들을 살펴봅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지가 우리 시대의 생태학적 위기의 근원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편리함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삶을 부수는 작업을 해왔다. 편리함의 부산물로 생성된 쓰레기는 편리함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파괴된 다른 種과 다른 사람을 適所(niche)를 대체함으로써 돌이키기 어려운 “適所置換”(niche displacement)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파괴된 다른 종과 다른 사람의 삶을 밑거름으로 삼아서 피어난 편리함의 꽃을 우리는 문명이라고 불러왔고, 그러한 논리를 정당화하려는 노력으로서 인간은 문명론과 문화이론을 구축해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람이라는 종의 편리함을 구축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생태권이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위기의 본질임을 알 수 있다. p.203

 

고 일갈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글쓴이가 말하는 문명을 구성하는 세 요소, 즉 기술과 이념, 이 양자가 함께 생산한 조직 가운데 ‘본질적으로 중립적인’ 기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요. 즉,

 

어떤 기술이 “좋다, 아니다”하는 가치판단의 기준 속에 들어가는 것은 그 기술이 적용된 상황과 적용방법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을 뿐이다. 즉 그 기술이 적용되는 과정에 개입하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서 기술의 의미는 선악의 가면을 쓰게 되는 것 p.187

 

이라고 합니다. 어때요. 이만하면 글쓴이가 매우 일관되게 ‘무엇’이 문제다, 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요.  

 

헌데, ‘인류학자의 환경론’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 왜 제목이 ‘똥이 자원이다’ 일까요. 도올 김용옥씨가 쓴 추천하는 글을 보니 이렇습니다.

 

애초에 전경수 선생이 이 책의 좋은 제목을 하나 생각해 달라고 하기에 “문명을 어떻게 운영하나?”로 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랬더니 몇일 후에 전경수 선생은 “똥은 자원이다”로 가자고 하였다. 나는 역시 그의 등치다웁게 과감한 판단에 대해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나의 제목은 매우 소극적 제안이나 질문에 지나지 않은 것에 불과한데 반하여 전경수 선생은 그 핵심적 해답을 이미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똥이 밥이다! 문명의 똥을 다시 문명의 밥으로 삼아야 한다는 그의 논의야말로 노동의 결실로서 성스러운 “밥”이라는 기존의 논의를 한차원 뛰어넘는 것이다. 밥과 똥은 지나가는 엘리멘타리 트랙(the alimentary tract)이라고 하는 소화기계의 캐널에 의하여 연결된 개념이며 그것은 一心二門과도 같은, 一體二用의 개념인 것이다. 밥과 똥은 天地自然의 에코체인에 있어서 연기론적(화엄실상론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총체적 일환의 두 측면인 것이다. pp.32-33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애당초 쓰레기라는 말이 없었던. 순환만이 존재하는 자연계에서 일탈한 인간이 이제는 이 순환의 고리로 되돌아가야만 한다는. 역시 문제는 사람인 셈이다, 는 그 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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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11:51 2010/08/16 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