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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8/11/15 11:17
  • 수정일
    2008/11/15 11:17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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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였던가, 그녀가 어려운 여건을 딛고 소설가로 등단했던 이야기가 신문에 났던 것이.

그 입지전적 삶이 관심이 가서, 책을 사서 읽었는데 감동은 적고 어려웠었다는 기억이 있다.

그 후로 한 두권 읽었지만, 크게 재미를 못 보았다.

신간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고, 혹시 하면서 샀더랬다.  뜻밖에도 충분히 익은 홍시를 먹는 것처럼 단맛이 났다. 새삼 나이를 확인해보니 63년생이다. 아, 이렇게 성숙해지는거구나, 사람이 살다보면....

"엄마를 부탁해", 창비



한 마디로 사십 중반의 작가가 중년의 자리에서 자신의 엄마를 기억하고, 미안해 하고, 감사하고, 용서를 구하며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까?
엄마는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와 함께 밭을 일구며 자라다가 초경도 시작하기 전 열일곱에 시집을 와서 오십년을 살았다. 사산한 아이까지 다섯명의 아이를 낳고, 시동생의 죽음과 남편의 방황, 지독한 가난을 헤쳐오면서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까지 해내며 살아오신 분이었다. 혼자 알아서 글을 깨치고 학교에서 1등만 했던 큰 아들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결국 그 뒷바라지를 다 못한 미안함을 떨치지 못하셨던 분, 글을 배운 적이 없어서 끝내 딸의 작품을 읽지 못하셨지만 어린 딸이 헛간에서 책을 지 오빠 책을 뺏아서 읽고 있으면 누구도 못 건드리게 했고, 아버지와 싸우면서까지 서울로 공부를 보내주셨던 분, 약사인 막내딸이 세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허덕이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바라보며 나처럼 살지말기를 그토록 바랬건만.. 하는 아쉬움을 감추고 자신의 무릎에 뉘여 한숨 자려무나 하시는 분. 자식들에게 나누어줄 생각에 김치며, 된장이며, 콩이며, 배추며, 발등이 터지고 뼈가 불거지도록 몸을 움직이시는 분..... 엄마는 그렇게 사랑 그 자체이셨지만, 한창 자라던 자식들이 무섭게 먹어치울 때 다음 날 양식꺼리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정말 무서우셨다는 그 약함이, 그래서 이 생을 마치고는 시집의 선산이 아니라 고향집에 가겠노라 할 만큼 내게도 엄마가 필요했노라는 고백이 책을 덮을 때 가슴에 남았다.

작가는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로 시작한 이야기를 엄마를 잃어버린지 구개월째다로 끝맺음 하면서  성모마리아가 예수님을 끓어안고 있는 피에탕 상 앞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며 말한다. "엄마를 부탁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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