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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기능, .. 존재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8/11/13 18:54
  • 수정일
    2008/11/13 18:54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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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의 말에 의하면 성장소설의 정 반대에 있는 쇠락소설이라 할 수 있다는

"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를 읽었다. 조영아라는 두아이의 엄마인 삼심대 작가.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단다. 신문광고와 기사가 눈에 뜨였었다. '아버지를 파는 이야기라고.."

구조조정으로 조기정년을 한 샐러리맨이 나이만큼의 평수가 되는 아파트에 살면서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던 어느날 치과진료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진료실 창밖 너머로 건설공사장에서 추락하는 중년의 인부를 목격하고, 턱이 빠지는 경험을 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직장생활에서는 맡겨진 역할을 잘 해냈고, 가정에서는 돈을 벌어 미국으로 부쳐주는 아버지로서의 기능을 열심히 해왔으나 그 두가지가 위협을 받게 되자 자신의 정체성에 뒤늦은 혼란을 겪으며 세상과 새롭게 만나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버지를 판다는 업체를 인터넷 상에 열어놓고 세상 속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 경험, 또는 자식과 아내가 생각하는 아버지와 남편의 자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새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끝내 희망을 발견하지는 못한 체 끝이 났다. 이야기를 하다만 듯한 느낌을 남겼다. 작가의 성격일 수도 있다. 사는 데 무슨 답이 있겠냐고, 알아서 각자 답을 찾으라고...

 주인공은 아내가 애지중지 키웠고, 전화로도 남편보다 더 많이, 더 먼저 안부를 궁금해하는 이구아나를 맡아가지고 의무감으로 챙겨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구아나의 이름을 불러주기도 하고, 눈빛을 주고 받기도 하며 돌보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었는데 어느날  껍질을 벗고 이구아나가 사라져버렸다.  집을 나간 이구아나를 만나 그 등위에 올라타고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꾸기도 했고, 옆집사람과 경비아저씨에게 이구아나를 보지 못했냐고 묻기도 하면서 아파트 주변을 뒤지며 그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야생에 살아야 할 이구아나가 아파트에 갇혀 사육당하듯이, 우리의 존재도 자본주의라는 틀, 시장메카니즘의 거대한 영향 속에서 길들여지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결국 자신의 본성을 찾아, 정체성을 찾아 껍질을 벗고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 작가의 의도인 듯하다는 평을 읽으니 그도 그럴듯하다.

 

경험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여자 작가가 과연 얼마나 실감나게 아버지들의 심정을 그려냈을까 궁금증을 갖게 된다. 나름 다양한 사례를 찾아 소개한 노력과 성의에 대해서는 십분 인정을 하면서도 말이다. 정작 아버지, 당사자들은 뭐라 말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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