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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도

얼마전 체 게바라의 젊은 의대생 시절을 다룬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봤다.

 

세기의 혁명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이 영화를 소위 혁명과는 한 발짝 떨어진 로드 무비다. 영화 전편에 펼쳐지는 남아메리카 풍경은 솔직히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힘든 삶과 이를 통해 '혁명'을 결심하게된 게바라의 변화를 압도한 측면이 있다. 게바라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설명이 없었다면 그가 인도주의적 의사가 됐다고 믿을 법한... 여러 비판이 가능하겠지만, 난 이 영화를 올해 인상깊게 본 영화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이 영화에서 내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함께 여행을 다닌 알프레도다.



여행 도중 여객선에서 만난 여성의 몸을 사기 위해 카지노에서 사기 도박으로 돈을 따고, 하룻밤 공짜로 자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술과 여성과 춤을 좋아하는. 다소 철없는 남성이 그다.   

 

게바라와 함께 남미 여행을 마칠 즈음 서른 살인 그는 좋은 병원에 취직해 평범한 삶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던 그는 게바라가 쿠바 혁명에 뛰어들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게바라와 함께 한다. 

 

게바라는 의사라는 안정적 지위를 버리고 험난한 혁명가의 삶을 택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알프레도가 혁명에 동참한 좀더 직접적 계기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친구 때문이었다. 

 

변함없이 한길을 가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지만

때론 끊임없이 흔들리는 이들의 어떤 선택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근데,

내 주변엔 게바라 같은 친구들이 있는 건 확실한데,
과연 그들이 간절히 도움을 요청했을 때
나도 알프레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건 좀 의문이다.

 

아, 아직도 혁명을 꿈꾸냐고?

그것도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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