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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희와 오정희, 엇갈린 운명

"난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용기라고 본다. 사실 96년 효산 사건 터트리기까지 무척 많은 고민을 했다. 솔직히 터트리면 뻔하거든. '이문옥 꼴 난다'고 생각했었지. 이문옥 감사관도 양심선언으로 감옥가고 파면된 상태였으니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

 

지난 96년 4월 "효산종합개발 콘도사업 특혜의혹에 대한 감사를 당시 감사원 남모국장이 뚜렷한 이유없이 중단시켰다"고 내부 고발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현준희씨.  
  
그의 양심선언을 전후해 효산그룹이 장학로 청와대 부속실장에게 떡값으로 6천만원을 줬고, 김영삼 대통령의 중학교 동창 김경배씨가 고문으로 있으며, 김현철씨의 대리인이던 박태중씨가 효산콘도 분양권 24억원 어치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고, 일부 언론에선 이 사건의 배후로 김현철씨를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효산이 제일은행으로부터 1천1백50억원을 불법대출한 점을 적발해, 이철수 제일은행장과 장장손 효산그룹 회장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했다.

 

현씨는 감사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그해 6월 파면됐고, 감사원으로부터 고발 당해 감옥에 가기도 했다. 또 1심과 2심에선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났으나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뒤집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증거가 포착되지 않는 한 대법원 판결이 뒤집어 지기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지난 9년간 겪어온 개인적 고초는 말로 다할 수 없다. 

 

당시 감사원, 검찰, 은행, 건교부, 경기도 등을 떡 주무르듯이 해 불법 승인을 받은 배후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던  '효산 사건'은 아직도 감사원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효산콘도 비리 문제와 관련된 질의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쟁점화시키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 의원이 요청한 자료에 허위 답변서를 보냈다가 전윤철 감사원장이 잘못을 시인하는 일도 있었다.

 

또 전국공무원노조도 지난해 11월부터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

 

그 의혹의 핵심엔 최근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오정희씨가 있다.

 

오정희 총장이 당시 5국2과로 효산콘도 비리 정보를 은폐.축소하는 것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오 총장은 이 같은 주장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감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감사가 부절적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을 현준희씨 본인만 사안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내가 정보보고를 검토했을 땐 이미 감사가 끝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대하는 참여정부의 태도를 보건데, 아마 오 총장 건도 '의혹 제기' 수준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효산콘도 비리 감사 중단 사건'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현준희씨와 오정희 총장의 엇갈린 운명에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오정희 총장이 지난달 25일 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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