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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수의 장기를 어따 쓸꼬~

어청수가 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1월호 표지모델로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노컷뉴스 기사: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114800040)

이에 대해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렇게 해명을 했다.
(해명: http://www.donor.or.kr/board/board01.aspx?bname=Bd_Rush_Notify&mode=view&boardID=1&thread=15000&pageNum=1&readCount=38&old=Bd_Question)

이와 같은 논란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두 가지.

1번. 어청수와 장기기증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오버일까?

기증본부의 말에 따르면, 경찰청이 공공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장기기증운동에 참여해주어서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표지모델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럴법한게 위의 기증본부 글을 보니 꽤나 많은 경찰들이 장기기증에 서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개인기부자들이 반발한 것이다. 어청수가 표지모델인것이 기분나쁘다는 거다. 게시판의 글들을 보면 꽤나 감정적인 글에서부터(그냥 어청수 낯짝이 싫다는) 시민들을 폭도로 만든 어청수가 자신과 같이 장기기증을 한다는 데에 대한 심리적 타격을 호소하는 글까지 다양한 폭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어청수와 장기기증을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 오버라고 말한다. 특정 사람에 대한 호불호로 장기기증이라는 행동을 부정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생각은 어짜피 장기기증을 택했을 때에도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이었고 그것을 어청수때문에라도 포기하는 것 역시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의 문제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깃털처럼 가벼운 일이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망치처럼 무거운 것이 세상 이치라. ^^

문제는 어떤 이들이 오버하든 말든, 매사에 정치적 옳바름을 실천하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 이것과 저것을 다르니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오류다. 사람의 머리는 그렇게 이 영역과 저 영역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시험을 못 본 사람이 주변사람한테 화를 내는 것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가?

해서 다음 문제로,

2번. 어청수의 장기기증운동은 그 자체로 착한일 일까?

서정주 시의 아름다움은 그의 친일행적과 무관하다?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적을 듯. 하지만 이건? 이명박이 참모진에게 알리지 않고 소망교회에서 하는 자선행사에 수억을 기부했다.

자선행사에 주목을 할 것인가, 소망교회에 주목할 것인가, 알리지 않은 선행에 주목할 것인가?

내가 이런 문제를 보는 관점은 일관성의 측면이다. 과연 과거에 이명박이 이런 행동을 한 일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만약 없었다면, 그런 선행 따위야 4년 있다가 해도 그만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에 있는 자가 이런 저런 정치사회적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행할 자선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어청수의 장기기증운동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된다. 그는 과거 지역청장일 시절엔 하지 않았던 행위를 경찰청장이 되고선 시행했다. 여기서 어청수의 종교적 목적이 의심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분명 기독교인으로서 선택한 선행의 일환으로 장기기증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밑의 경찰들은? 청장이 나서서 '나 장기기증한다'했는데, 그 밑은 자동적으로 '배를 째는 수준'이 아닐까? 재미있는 것은 기증본부의 해명을 보면, 경찰에 자극받아서 해병본부에서도 한단다. ^^

경찰이나 해병과 같은 집단에서 이런 집단헌혈이랄지, 장기기증이랄지가 잘되는 이유가 궁금한가. 그러면 군생활을 한 이에게 물어보면 알것이다.

내 생각엔, 경찰과 해병과 같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있는 곳에선 최대한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조직의 원리상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보다는 조직의 논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집단이기 때문이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증본부 측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경찰과 함께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만약 기증본부가 소위 '영업' 차원에서 경찰과 해병대와 손을 잡고 있다면... 사실 그것은 조직윤리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왜 장기기증이며 무엇을 위한 장기기증이냐는 것이다.

이번 어청수와 장기기증 논란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고, 나름 정리를 해 보았다. 딱 한 문제가 남았는데, 만약 내가 장기기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고 하필이면 어청수가 기증한 것 밖에는 없을 때 난 무엇을 선택할까라는 점이다.

솔직히 지금 입장에선, 깨끗하게 죽지 않나 싶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이를 비난하고픈 마음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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