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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1
    정부미와 일반비
    평발

정부미와 일반비

참 해괴한 일이다.

청주에 위치한 세광고라는 데서 성적순으로 학교급식을 차별했다고 한다. 내용인 즉, 성적우수자 120명이 사용하는 곳에는 일반미로 급식을 제공하고, 일반학생 900명에게는 정부미로 밥을 해서 먹였다는 것.

사정이 이 정도면, 세상 탓 좀 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세상이 어찌되려고 이 모양일까? 어떤 나라에서는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사업주가 망할 정도로 패널티가 심하다는데, 이 놈의 나라는 쥐머리가 나오고 바퀴벌레가 나와도 용서가 된다. 그러니 먹는 것 가지고 학생들 차별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만 했겠다.

그래도, 참 한심하다. 명색이 교육기관이고 거기엔 나름 교육에 대한 전문가라 불리는 선생들과 교직원들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차별이 가능했을까?

사람이 주눅들면 차별도 처벌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잘못했으니 당해도 싸다는 정신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놈의 세상은 돈 없으면 사람취급 못 받는 것이 당연하고, 공부못하면 정부미 먹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는 세상이다. 햐~ 이런 기가 막히는 세상이 또 있을꼬.

이래저래 선거결과를 따져보다, 결국은 민주주의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민주주의, 우리가 아는 그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결코 민주주의가 모든 사람의 지배를 의미한 적은 없다.

개인의 지배보다, 소수의 지배보다 그래도 다수의 지배가 낫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이상이 되고 선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다수가 문제라면 어떻게 되나? 대중 혹은 민중에 대한 신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부정하면, 혹여나 '?'표라도 달라치면 금새 반민주주의, 혹은 엘리트주의라는 딱지가 붙기 싶상이다.

그래도 이번 총선의 결과가 되었던, 앞서 예로 들었던 이상한 정신상태의 사건들을 보았을 때 '대중의 심리'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명쾌하게 이해된다. 수도사이지 자연과학자였던 윌리엄 오캄은 '간단한 것이 진리에 이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다. 복잡한 원을 그리는 천동설보다 간단한 타원만으로 설명이 가능한 지동설이 우세한 이유는 간단함에 있다.

물론 사람살이라는 게 행성의 돎과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사회의 이상한 정신상태를 따지는데 대중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다.

모든 문제가 '노무현 때문'으로 빚어진 사회가 금새 '경제 살린다는데'로 바뀐 것은 급변으로 보여도 사실 거울의 상과 더 유사하다.

에구구. 어쨌든 참 답답한 나날이다. 나와 커가는 아이를 일반비를 먹을 수 있도록 키울 것인가 아니면 모두다 일반미를 먹을 수 있게 학교를 바꿀 것인가? 비교적 분명하게 보였던 길들이 '선택'의 문제로 새삼스레 다가온다.

이 놈의 차별과 편견, 그리고 오해와 무지의 가운데서 과연 정치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과연 뉴타운 없이도 서울에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까? 과연 외국 유학의 경력이 없어도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무능력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대중이 혹은 민중이, 그리고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이 과연 바뀔 수 있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이상과 대중이 원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부미와 일반미의 차이만큼 벌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참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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