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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저작권기구 회의에 대해

성민규, [방송과 동향], 2008년 4월 13일

 

지난해 공중파 방송의 저작권 범위에 관해 포괄적인 협의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세계저작권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의 상설위원회(Standing Committee on Copyright and Related Rights)가 지난 3월 10일부터 3일 동안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16차 회의를 가졌다. 지난해 방송협약에 대한 합의가 세계저작권기구 총회로 이관된 이후 상설위원회의 기능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던 이번 회의에서 최대 논점은 국제 저작권의 실행에서 제한 및 예외 조항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 이끈 주된 나라인 칠레는 저작권 행사에 대한 제한과 예외 조항의 신설은 사회적 공공 이익에 기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골자의 내용을 주창하였다. 미국은 이러한 제안에 대해 보다 '증거에 기반을 둔' 사전 조사 작업이 요구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 최대 미디어 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상업화된 저작권 시장에서 저작권을 통한 수익창출의 구조가 저작권 행사에 대한 제한과 예외 조항으로 인해(미국의 입장에서) 왜곡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16차 저작권 상설위원회의 열 가지 주 의제들과 주요 논점들을 다루어 본다.

이번 16차 상설위원회의 주된 10개 의제들은 다음과 같다.

1. 16차 회의의 개막
2. 상설위원회 의장과 두 명의 부의장 선출
3. 16차 위원회 회의의 의제 선정
4. 특별 의제의 채택
5.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의 보호
6. 방송 단체의 보호
7. 예외와 제한 조항에 대한 토론
8. 상설위원회의 향후 의제 선정
9. 기타 의제
10. 폐막

앞에서 간략하게 언급했듯이, 이번 16차 상설위원회는 지난해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려던 상설위원회의 기간 활동과 성과에 대해 회원국들 간의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6차 회의의 개막 자체가 향후 상설위원회의 수행 능력을 미리 진단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출발이 의장과 부의장단의 선출이었다. 의장에는 지난해에 이어 주카 리데스(Jukka Lides)가 선출되었으며, 부의장단에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저작권 체제 수립에 관해 대안적인 목소리를 내어 오던 칠레의 루이스 빌라오렐(Louis Villaorel)이 모로코 출신의 대표와 더불어 선출되었다. 칠레는 지난 2004년 10월에 개최되었던 12차 상설위원회 회의 이후, '교육, 도서관,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해 저작권 실행의 제한과 예외 조항들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상설위원회에서 의장과 부의장단의 선출은 오랜 기간 협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리데스의 기조연설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의 문제가 오랜 기간 동안 토론되어 왔지만, 결국 외교적 합의에 이루지 못했던 지난 과정을 진술했으며, 방송협약에 관해서도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에 대해 언급하며, 향후 이러한 의제들이 지속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회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엘살바도르, 브라질, 칠레 등은 지난 기간 방송협약 의제들이 실질적으로 포괄적으로 토론되어 왔고 합의의 절차만을 남겨 놓고 있는 시점에서, 예외와 제한 조항에 대한 의제에 관해 우선 토론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하였다.

실제로 브라질, 칠레, 니카라과, 우루과이 등은 상설위원회에서 토론되어야 할 예외와 제한 조항들의 수립을 위한 3개의 주 영역들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첫째, 회원국들의 지적재산권 체제로부터 저작권 실행의 예외와 제한에 관한 모델과 실천들을 발굴하는 것, 둘째, 그 모델과 실천들의 발굴에 관한 구체적 분석, 셋째, 사회적 우선권을 주어야 할 개인·단체들에 대한 예외와 제한 조항들에 대한 합의. 그리고 나아가 이들 영역의 구체적인 의제들을 수립하고 진행시키기 위한 다섯 가지 진행 절차들을 제시하였다. 여기서는 특히 교육 목적을 위한 저작물의 활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저작권 소유자들과 실용적인 합의점을 찾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한편, 세네갈은 저작권 실행에 관한 예외와 제한 조항들이란 이들을 규정할 상위 규정들이 존재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토론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칠레가 제안한 의제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셔윈 사이가 지적하는 것처럼, 세네갈의 주장은 이미 기간의 세계저작권기구 협상 과정에서 저작권 및 관련 권리에 관한 합의와 중재가 충분히 이루어져 온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즉, 이미 저작권 실행에 대한 예외와 제한 조항들을 토론하기에 충분한 합의 조항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는, 예외와 제한 조항들에 관한 토론이 저작권 소유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제한된 의미에서 토론될 것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으로 현행 저작권 체제 자체를 재정의하는 작업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방송협약의 최종 외교적 합의 때문에 중요한 의제에 대한 토론을 지연하는 것은 결국 상설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을 비생산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한편, 유럽연합을 대표하여 슬로베니아는 이번 의제에 세계저작권기구의 중재 기구(Arbitration and Mediation Center)에 대한 토론을 함께 할 것을 제안하였다. 1994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된 이 중재 기구는 상업 기구들 간의 저작권에 관한 세계 상업 분쟁을 해결하는 중재 기구이다. 슬로베니아는 이 중재 기구를 향후 토론될 저작권 실행에 관한 예외와 제한 조항들을 다루는 중심 기구로 만들 수 있을지에 관해 회원국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번 상설위원회 회의에서 많은 세계저작권기구 회원국들은 예외와 제한 조항들에 관한 향후 연구와 토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그와 같은 외교적 합의에 이르기 전에, 예외와 제한 조항들이 개별 국가의 현행 저작권법 및 관련법들과 충돌할 가능성을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는 입장도 역시 제기되었다.

미국이 이러한 입장에 가장 대표적인 회원국이었다. 물론 이는 세계저작권기구가 회원국들의 외교적 합의를 존중하는 만큼 개별 국가의 이해와 조건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분히 부합하는 제안이다. 하지만, 저작권 소유권자들의 배타적 권한 실행에 관한 제한과 예외 조항들을 만드는 것이 저작물의 공정한 활용을 공적으로 촉진하는 데 있는 그 목적으로 두고 있는 만큼, 저작권의 상업적 활용을 때문에 이러한 제한과 예외 조항들에 대한 토론이 제약되는 것은 오히려 외교적 합의를 저해하는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16차 상설위원회는 마지막 날 제안되었던 각 의제에 대한 최종 결론들을 입안하였다.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등 주요 의제들에 관한 토론 결과를 총회에 보고할 것을 결의하였으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문안 작성을 상설위원회의 사무총장에게 일임하였다. 이번 16차 상설위원회 최대 논점이었던 예외와 제한 조항들에 관해서는 브라질, 칠레, 니카라과, 그리고 우루과이 등 회원국들의 기간 제안에 기반을 둔 이번 회의 의제에 대해 회원국들이 토론의 의사를 밝혔지만, 동시에 그 제안의 세부 항목에 대한 반대 의사도 있음을 명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상설위원회의 사무국은 시각 장애인과 국가 간 국경을 넘는 원거리 교육 등을 포함하는 교육 등을 위한 저작권 실행의 예외와 제한 조항들을 신속히 토론할 것을 의결하였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세계저작권기구 협상은 저작권에 관한 국제적 활용을 정의하는 외교적 합의를 넘어서 현재 각 회원국들의 문화산업 인프라를 새롭게 정의할 발판이기 때문에 10여 년이라는 시간을 끌고 있다. 또한 지난 10여 년은 문화의 디지털화가 급진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시기라는 점에 비추어 적절한 시의성을 보여주는 국제적 노력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 체제의 합의가 저작의 소유권이라는 측면에서만  다루어진다면, 이는 강제와 처벌의 규정을 양산하는 결과를 이끌 것이라는 것은 개별 국가의 사례이지만 미국의 현행 저작권 체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상설위원회에서도 미국은 지난 방송협약 협상 과정에서 거의 합의를 이루었던 사안인 저작권 침해에 대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ISPs)의 감독 책임을 묻는 것에 더하여 추가적인 책임 조항을 규정할 것에 대한 토론을 제기하고자 하였다. 요컨대, 저작물의 문화적 창조성을 위한 활용이 주된 사안이기 전에, 저작권 소유자의 배타적 권리 보호가 중심이 되는 토론에서 저작권에 대한 예외와 제한 조항들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생산적일지 자문할 때이다.

◦ 참고 :
- Manon Anne Ress, "16th SCCR",  http://www.keionline.org/index.php?
 option=com_jd-wp&Itemid=39&cat=13.
- "Standing Committee on Copyright and Related Rights Proposal by Brazil, Chile, Nicaragua, and Uruguayfor Work Related to Exceptions and Limitations."
- Sherwin Siy, "WIPO Broadcast Treaty",
  http://www.publicknowledge.org/taxonomy/term/59.
- William New, "New Proposal At WIPO For Exceptions and Limitations Agreement; US Unconvi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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