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한강 변, 한강공원 언저리다. 매월 첫 째 주 화요일에는 서울에서 액션V 제작팀 회의를 한다. 제작팀 3명과 RTV 담당PD가 모두 모이는 한 달의 하루. 한 달 동안 진행된 액션V 프로젝트에 대한 공유, 평가와 다음 달 계획, 몇 가지 논의사항들을 이야기 나누고 꼭! 뒤풀이를 한다. 뒤풀이에서는 회의 때 못 나눈 소소한(그렇지만 풀어 놓고 나면 무지 중요한) 이야기들, 서로들 사는 얘기들을 주로 나눈다. 이 날도 회의를 마치고 우리가 늘 가는 아현동의 파전골목에서 막걸리로 1차를 하고, 누군가의 제안으로 한강 공원으로 2차 뒤풀이를 나갔다 ㅋㅋ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지나치면서 혹은 TV나 영화를 통해 보기만 했던 한강. 한강공원에 직접 나와 본 건 처음이다. 바람도 시원하고, 풍경도 이쁘고 좋더라.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를 마시며(사진 귀퉁이에 보면 맥주 박스가 보임;;;)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사실 난 오늘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뭐... 오늘 뿐만 아니라 요 몇 주가 그랬더랬다.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사는 건지 싶은(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 혹은 조급함... 그런 기분들.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을 때 난 입을 다문다. 주변 사람들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혹은 내 기분 들키지 않게) 웃음으로 반응하며 가만히 있기. 특히 기분 안 좋은 날 술 마시구 말하는 거 아주 싫다. 그래서 이 날, 이 곳에서도 사람들 대화에 웃음으로 간간히 반응하며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다행히 카메라가 있어서 사진 찍어야 한다는 핑계(?)로 사람들 무리에 등 돌리고 앉아 렌즈를 통해 사람들을 풍경을 관찰하고 담을 수 있었다.
 가끔... 난 사람들과 직접 대면 혹은 관계하기 어려울 때 카메라 뒤로 숨는다. 관찰 혹은 기록이라는 핑계로... 렌즈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담는 세상이 좀 더 편할 때도 있다. 가끔... 기록이라는 명분은 어떤 상황에서의 나의 위치를 참 명쾌하게 해 주곤 한다. 난 우울할 때 특히 아니 극도로 방어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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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0 02:51 2008/07/1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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