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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기관지 <근로자> 논설을 통해 본 북의 경제구상

 

현실 요구에 맞게 경제관리방식 개선
노동당기관지 <근로자> 논설을 통해 본 북의 경제구상
 
 
2013년 04월 08일 (월) 05:28:51 정일용 <민족21> 편집국장 tongil@tongilnews.com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논의 진행

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키 리졸브’ 한미군사훈련 등으로 긴장된 정세 속에서도 10년 만에 전국 경공업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 참석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연설한 내용은 지난해 북 내부에서 활발하게 논의된 경제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이것은 지난해 노동당 비공개 내부자료로 발간된 이론기관지 <근로자>를 통해 확인된다.

지난 3월 18일 북은 평양에서 10년 만에 전국 경공업대회를 열고 경공업 발전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다. 이 대회에 직접 참석해 연설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경공업 공장에서는 생산을 정상화할 데 대한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장, 기업소에서 생산을 정상화하는 것을 선차적인 과업으로 틀어쥐고 인민생활에 절실히 필요한 소비품을 다량생산하며 기초식품과 1차 소비품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만에 경공업대회 개최

농업전선과 경공업전선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주공전선으로 설정한 북이 지난해 농업분야에서 이룩한 증산 성과를 기초로 올해에는 경공업 발전에 힘을 더 쏟겠다는 정책 방향을 시사한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은 경공업 발전을 위한 재원조달과 관련해 “중공업의 위력도 인민의 생활에서 나타나게 해야 한다며 단천지구 광산들과 공장, 기업소를 뚝 떼어 전적으로 인민생활자금을 보장하는데 복무하도록 해주셨다”라고 처음 밝혀 눈길을 끌었다. 경공업 발전을 위해 단천지구에서 생산되는 마그네사이트와 연.아연 등 유색금속을 수출해 벌어들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김정일 위원장시절에 “부강할 조국의 래일을 위하여 나라에 있던 돈의 전부라고 할 있는 귀중한 자금을 최첨단CNC기술을 개발하는데 모두 돌리도록 하는 대담한 조치”를 취한 것과 유사하다(최상건,〈지식경제강국에로의 력사적전환의 길을 열어놓은 위대한 당〉<근로자>2012년 제10호).

또한 “일촉즉발의 첨예한 정세가 조성된 속에서도 당 중앙은 전국 경공업대회를 열도록 했다”는 김 제1위원장의 언급은 북이 긴장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화국면으로의 전환 모색?

경공업 발전방향과 관련해 김 제1위원장은 “이미 마련된 생산 잠재력을 최대한 남김없이 동원하여 인민소비품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며 현대화, 과학화를 힘있게 추진하여 경공업을 세계 선진수준에 올려 세우는 것”을 경공업분야에서 추진해야 할 중심과업으로 명시했다.

이를 위해 1) (필요한) 인민생활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과 수출의 일체화를 실현하고 다른 나라들과의 가공무역을 확대발전시키며, 2) 생산공정들을 현대적으로 개조하고 현대적인 인민 소비품 생산기지들을 많이 건설하고 원료의 국산화를 실현하며, 3) 지방공업을 발전시키고, 4) 8월3일 인민소비품생산운동처럼 질 좋은 소비품들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전 군중적 운동, 전 사회적인 사업으로 전개 등이 ‘선차적인 과업’으로 제시됐다.

또한 김 제1위원장은 생산 정상화와 함께 인민봉사사업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경공업공장들과 상업봉사기관들에서는) 생산된 제품이 비법적으로 거래되는 현상”을 없애고 “경공업부문 일군들의 책임성과 역할을 높여야”하며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려는 생각보다 다른 나라에서 상품을 들여다 팔아 돈을 벌 생각을 앞세우는” ‘수입병’을 고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을 기본으로 경공업 생산과 지방공업을 정상화하고, 경제관리 및 인민봉사업을 개선해 불법 거래를 근절하고 인민생활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해 북 내부에서 논의된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북에서 발간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이론기관지 <근로자>에 실린 글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현실 반영한 경제관리개선 주장

가장 주목되는 글은 리영민이 쓴 <경제관리방법을 개선하는 것은 현실발전의 절박한 요구>(<근로자>2012년 제7호)이다. 그는 지난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경제관리방법을 결정적으로 개선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라고 언급한 것을 근거로 경제관리방법의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그는 기존의 집체적 지도, 계획화 등의 원칙을 살리면서 실리 추구, 수요와 공급의 균형 보장 등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는 “변화된 환경과 조건,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우리 식으로 경제관리방법을 개선완성하는 것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간곡한 유훈이며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확고한 결심이고 의지”라고 강조해 앞으로 경제관리개선이 꾸준히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본보기 사업과 경험을 일반화

지방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방향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평안북도 창성군 림진섭 당 책임비서는 <지방공업의 새로운 변혁의 력사를 펼치신 불멸의 업적>(<근로자>2012년 제8호)이란 글에서 “본보기를 마련하고 그 성과를 일반화하는 것은 우리 당의 전통적인 사업방법”이라고 강조하면서 창성군이 이룬 성과를 소개했다.

“지방당 및 경제일군 창성연석회의 50돐(2012년)을 계기로 식료공장과 직물공장을 비롯한 군안의 모든 지방공업공장들이 1~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지난 세기의 잔재를 완전히 털어버리고 지식경제시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었다”며 “산을 낀 곳에서는 산을 잘 리용하고 바다를 낀 곳에서는 바다를 잘 리용할데 대한 방침도 지역적 특성에 맞게 의료원천을 탐구하고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할 것을 바라는 당의 의도의 반영이다”는 것이다.

지방 경공업 발전과 관련해 북은 군(郡)의 역할도 강조했다. 황해북도 연탄군이 대표적인 모범군으로 거론됐다. 연탄군의 성과에 대해 리항걸 군당 책임비서는 <군은 오늘의 총공격전의 중요한 전구>란 글에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지방산업공장들도 일부 설비와 공정을 더 차려놓은 식으로가 아니라 새 세기에 맞게 완전히 일신하여 생산능력을 평균 3배이상 높이게 하였다”며 “우리 군 주민들은 군에서 생산한 된장, 간장, 기름, 비누를 비롯한 1차소비품들과 갖가지 과일, 남새들을 달마다, 철마다 공급받고 있으며, 자연수에 의한 수도화가 전면적으로 실현되여 물 걱정을 모른다. 탁아소, 유치원, 학교들에 대한 콩우유공급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자랑했다.

농업분야의 경영자율성 확대

농업분야에서는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태천군 은흥협동농장, 남포시 강서구역의 청산협동농장 등이 본보기 단위로 언급됐다.

“최근 년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과 태천군 은흥협동농장을 비롯한 많은 협동농장들에서는 자기 단위의 실정에 맞게 종자선택으로부터 모내기와 가을걷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농공정수행을 과학기술적으로 하여 같은 자연기후조건에서도 정보당 알곡소출을 부쩍 늘이는 성과를 이룩하였다”며 “지방마다 자기 실정에 맞는 농사방법이 있을수 있는데 자기 지대에 맞는 능률적이며 효과적인 농법이 바로 제일 좋은 농사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지방마다 특성에 맞는 농사'를 강조한 심상복의 글은 지난해 북이 농업분야에서 시행한 개혁조치와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북은 지난해 시범적으로 협동농장에 작물 선택 및 토지이용에 대한 선택권을 대폭 이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학기술을 생산과 일체화

북은 경공업과 농업 발전을 위해서도 과학기술이 중시해야 하며, 과학기술을 생산에 접목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생산을 밀착시키고 일체화하여 경제의 면모를 지식집약형으로 전환하기 위하여서는 모든 부문에서 과학기술발전을 강성국가건설을 위한 중대사로, 생산장성의 가장 큰 예비로 보고 여기에 과학기술력량과 자금을 집중하는 동시에 최신 과학기술성과를 제때에 받아들여 경제건설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과학기술의 힘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은 각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에 계획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내각책임제를 강화하면서 경제사업의 중앙계획과 규율성은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사회주의경제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내각의 통일적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영호 내각 사무국장이 쓴 〈사회주의경제발전과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란 글이 이를 잘 보여준다.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를 강화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대한 당의 령도를 철저히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요구”이며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는 그 어떤 단위든지 경제사업과 관련된 문제들을 내각을 제쳐놓고 자의대로 처리하거나 더욱이 전인민경제적인 리익을 떠나 개별적인 집단의 리익을 앞세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각의 통일적 지도와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한 경계

또한 북은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고 있다.

“사치와 허례허식을 좋아하는 현상, 술판, 먹자판을 벌려놓으며 안일해이하고 부화방탕하게 생활하는 현상, 불순출판물 선전물을 밀수밀매하거나 보고 류포시키는 현상, 우리 식이 아닌 옷차림과 몸차림을 하고 다니는 현상 등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은 우리 인민의 혁명적이며 전투적인 생활기풍, 고상하고 건전한 생활방식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으로 사회주이적 생활방식을 흐리게 한다”며 “일군들이 인민들의 생활조건을 보장해주기 위한 사업을 잘하지 못하면 비사회주의적현상을 결코 없앨수 없다. 일군들은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정신을 가지고 인민들의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뛰고 또 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이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지속적으로 지적하며 이것의 근절을 주장하는 것으로 역으로 그만큼 ‘비사회주의적 현상’이 북 사회에 퍼져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현상을 없애기 위한 대책으로 인민생활 조건 보장 및 일꾼들의 헌신적 복무정신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검열과 단속만으로는 없앨 수 없다는 현실을 북이 깨닫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당 이론기관지 <근로자>에 실린 글들을 분석해 볼 때 북은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자립적 경제 건설노선과 사회주의적 경제운영방식을 큰 틀에서 흔들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외무역의 확대하고 변화된 현실을 반영해 경제관리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상당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계획과 자율의 조화, 자립과 개방의 조화, 수요와 공급의 균형 등 어쩌면 상호모순된 정책방향 속에서 북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다만 현실 요구에 맞게 경제관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원칙은 확고하게 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이 기사는 <민족21> 2013년 4월호에 실렸으며, <통일뉴스>와의 기사제휴에 따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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