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전쟁의 세계화와 한반도 평화(North Korea and the Dangers of Nuclear War)”라는 주제로 미셸 초서도브스키(Michel Chossudovsky) 초청 토론회가 열렸다.
미셸 교수는 1997년 한국외환위기가 미국과 IMF의 한국경제침탈 과정임을 밝힌 저서 <빈곤의 세계화>로 국내에 잘 알려진 석학이다. 현재 캐나다 오타와 대학 교수이자 세계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 20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쟁의 세계화와 한반도 평화(North Korea and the Dangers of Nuclear War)” 초청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미셸초서도프스키 교수 |
(사)다른백년, 코리아국제평화포럼,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연구회가 공동주최하고, 사단법인 다른백년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사회를 맡고, 이정훈 민플러스 국제팀장,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미셸 교수는 “최근 정세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함으로써 제3차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언제든 핵을 사용할 독트린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라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을 우회하는 해법으로 “한미공동방위조약 파기”와 “남북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일 여의도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린 “전쟁의 세계화와 한반도 평화(North Korea and the Dangers of Nuclear War)” 토론회가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
아래는 미셸교수의 발제요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니누크와 같은 전술핵 무기를 개발하여 ‘코피(bloody nose)’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어쩌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첫 번째 선제 핵공격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저강도 소형핵무기 위험성 미국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내 강력한 군사정보 파벌이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타격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 “코피(bloody nose)” 공격이라고 명명한 이 작전에는 북한 미사일 시설에 대한 재래무기공격 혹은 저강도 소형 전술핵무기 공격을 포함한다. 미국은 1조 2천억 달러에 달하는 핵무기 강화 예산을 편성했다. 그리고 트럼프의 2018년 핵 태세 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는 핵무기를 지닌 국가 및 핵무기가 없는 국가에 대한 선제 타격에 활용할 수 있는 저강도 소형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미니누크라고 불리는 소형 핵무기(B61-11, B61-12)들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3에서 12배에 이르는 폭발력을 지닌다. 이들 “보다 편리한” 핵무기란 핵탄두를 장착한 벙커 버스터로, 펜타곤과 계약한 기업들의 “과학적 견해”에 따르면 “폭발이 지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주변 민간인들에게 무해하다”고 한다. 이들 소형핵무기를 대북 선제공격에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외교채널의 실패 지금의 위기는 55년 전 1962년 10월의 쿠바 미사일 위기 상황에 비해 훨씬 위험하다. 당시 워싱턴과 모스크바 모두 상호확증파괴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펜타곤은 히로시마 원자탄의 최소 1/3에서 6배의 폭발력을 지닌 전술 핵무기를 “지하에서 폭발한다는 이유로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무기로 분류한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핵전쟁의 결과에 관하여 최소한의 희미한 관념조차 지니고 있지 않다. 게다가 외교 채널마저 붕괴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인가? 북한은 1950년대에 미국이 주도한 폭격으로 인구의 30%를 잃었다. 이 사실은 세계 평화에 대한 이른바 북한의 “위협”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다. 미국은 북한 인구의 30%를 죽인 사실에 관하여 사과한 적이 없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미국은 자국이 주도한 전쟁의 피해자들을 악마화하는데 집중했다. 워싱턴은 반세기 이상의 기간 동안 북한을 정치적 고립으로 몰아넣었다. 미국이 뒷받침했던 평양에 대한 제재는 북한 경제의 와해가 그 목적이었다. 거짓이 진실이 되었다. 북한은 위협의 대명사가 되고, 미국은 이제 침략자가 아니라 “희생자”이다. 핵전쟁, 누가 침략자인가? 중화인민공화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지난 67년 동안 핵전쟁의 위협에 시달렸다. 한국전쟁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중국과 북한 모두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었다. 1945년 9월 15일자 기밀문서에는 “펜타곤이 주요 도시 지역에 대한 조직적인 핵 공격을 통해 소련을 폭파시키는 계획을 고려했다”는 내용이 들어있고, 66개 “전략” 표적 목록에는 소련의 주요 도시가 모두 포함되었다.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타슈켄트, 키에프, 하르코프, 오데사 등 규모가 큰 각각의 도시에는 6개의 핵무기가 사용될 예정이었다. “소련을 지도에서 지우기” 위해서 총 204개의 폭탄이 필요할 것으로 펜타곤은 추산했다. 히로시마 독트린의 한국 적용 코리아에 대한 미국의 핵 독트린은, 대부분 민간인을 대상으로 했던 1945년 8월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폭격 이후 확립되었다. “세계는 첫 번째 원자폭탄이 히로시마 군사기지에 떨어졌음에 주목할 것이다. 첫 번째 공격에서 가능한 한 민간인들을 죽이지 않기를 우리가 원했기 때문이다.”(1945년 8월 9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그러나 첫 번째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것은 1945년 8월 6일이며, 두 번째가 나가사키에 떨어진 것은 트루먼이 라디오 연설을 했던 날과 같은 날인 8월 9일이다. 1945년 8월 9일에 했던 그 라디오 연설에서 트루먼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에 관련하여 신이 미국 편이라고 말했다. 핵전쟁의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부터 나온다.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과 잠재적 공격 행위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거대한 동아시아 군사 전략의 일부이다.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동방위협력협정으로) 남측 군사력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와 중국을 위협하는 것이다. 남북통일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키리라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이다. 미국은 지난 67년 동안 핵무기로 한반도 민중을 위협하여 왔다. 한반도 비핵화란 오로지 북한을 향한 것이다. 미국이 축적하여 온 대규모 핵전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핵무기를 금지하고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를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수단”에 관한 협상을 소집하려는 유엔 결의안 L.41에 찬성한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 북한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중대한 군사작전에서 가까운 동맹국이 미국을 도와 행동하도록 시도하여 왔다. 북을 상대로 한 군사행동에 미국이 홀로 나서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또 하나 위태로운 것은, 남의 군사력을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펜타곤의 지휘 아래에 두는 한미공동방위협력협정이다. 남의 군사훈련 참여 거부가 핵심인데, 한미공동방위협력협정 폐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남한이 군사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남북의 양자 평화협정을 위하여 현 단계에서 해결책은 남과 북이 평화 협상을 거부하는 미국을 무시하고, 양자 평화조약을 교섭하는 일이다. 남북 평화조약을 통하여 한반도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한미연합사령부와 작전지휘권의 폐지가 필요하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작전지휘권의 폐지를 “2020년대 중반까지” 연기했는데, 이것은 “충돌이 벌어질 경우” 남한의 모든 군사력이,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펜타곤이 임명한 미군 장성의 지휘 아래 놓인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사령부 구조와 작전지휘권 협약의 폐기 없이, 남한이 적절한 주권 회복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남북 양자 평화협정은 1953년 정전협정의 실질적 폐기로 이어질 것이다. (정전협정 하에서 만연해 온) 미국과 북한의 “전쟁 상태”를 “우회”하고 이를 남북의 포괄적인 양자 평화협정 서명으로 무효화시키는 방안을 추구해야만 한다. 양자 간의 합의는 워싱턴의 거부를 사실상 우회하게 된다. 이는 또한 남한에서 미군의 철수와 작전지휘권 협약의 폐지도 함께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의 양자 평화회담의 방향키를, 외부 세력의 참여나 간섭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쥐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에 부과된 경제제재의 해제는 물론 미 점령군의 철수에 관한 논의가 회담에서 다루어져야만 한다. 미군의 배제와 점령군 28,500명의 철수는 남북의 양자 평화조약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오직 하나의 코리아가 존재한다. 워싱턴은 통일을 반대하는데, 이는 통일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에 관해 워싱턴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외국 투자자들”을 침투시켜 북한 경제를 약탈하는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을 통해 워싱턴은 남한을 방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 상황은 북한과 남한 모두를 향한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하는 한, 미국과 남한은 “동맹”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해야만 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산업과 군사 측면에서 경쟁 세력이자 (선진 기술과 과학 역량을 지닌) 국민 국가의 출현이며, 이 국민국가는 스스로의 주권을 주장하고 워싱턴의 참견 없이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 무역관계를 확립하게 될 것이다. 분단된 한국은 미국의 지정학적, 경제적 이익에 복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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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쟁의 세계화와 한반도 평화(North Korea and the Dangers of Nuclear War)” 토론회에 참가한 토론자들 |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정훈 민플러스 국제팀장은 “미셸 교수의 발제는 한반도 바깥에서 보는 한반도 평화문제와 북한(조선)을 보는 시각이 국내학자들보다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국내학자들이 국가보안법과 남북대치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자기주장을 스스로 검열하는데 익숙해 있는데, 이를 돌아보게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체로의 주장에 공감하지만 남북평화협정 주장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첫째로 남북평화협정은 과거 미국이 군사적 실권이 없는 남을 내세우고 미국은 뒤로 빠져 평화협정의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려고 내세웠던 안으로 이미 폐기된 안이라는 점, 둘째로 평화협정의 목적이 평화체제 구축에 있는데, 핵심 당사자가 빠진 평화협정으로는 궁극적 평화체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 셋째로 남북평화협정의 전제는 전시작전통제권이 남한으로 이양되어야 하는데 형식적 변화가 있더라도 실질적 권한을 남한이 행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 넷째로 문재인 정부에서 미군으로부터 완전 독립된 실질적 전작권 이양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다섯째로 종속적인 한미동맹 구조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점 등 때문에 남북평화협정 실현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실질적인 전작권 확보는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요구하는 대중여론과 이를 추진하는 진보정권의 등장을 통해 해결하여야 하며, 평화협정은 북중미 또는 북중미남이 포함된 3~4자 협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은 “한미군사훈련은 북한의 대남침략억제용이 아니라 북한 붕괴와 중국봉쇄를 염두에 둔 협박적 선제적 전쟁대비 훈련”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북한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대한 비판 역시 국제법상 허용된 국방자주권의 범위와 충돌되는 지점이 있으며, 인도는 그대로 놔두고 북 핵시험만 문제삼는 미국의 이중적 모순적 태도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북핵은 “남한 적화통일용이라기 보다는 주체적 국가생존을 위한 비장의 선택”이며, “미국이 북과 평화협정을 거부함으로써 발생한 측면이 있는 만큼 미국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면서 “비핵화의 유일한 통로는 제네바 협정 정신으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래경 이사장은 남북 상호불가침 평화협정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전제로서 “양국체제론”의 승인을 들었다. 헌법 내 영토조항, 국보법 개정 등 남남갈등을 야기하는 냉전구조부터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서도 “동아시아 안전보장과 평화유지군”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자고 제안했다. 주한미군의 공백은 힘의 불균형을 가져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였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미셸 교수의 주장이 한국 시민사회에서 수용되고 정부정책 변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서나 유보적 의견이 필요하다면서 몇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미국이 주창하는 “핵무기가 평화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허구성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나, 이러한 논리는 북한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며, 일방적으로 미국만 비판해서는 한국 시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남한이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을 거부하고, 한미합동군사훈연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미셸 교수의 주장은 합리적이고 당위적이나 미국의 군사주의적 전략과 함께 북한의 군사주의 전략 역시 지적되고 수정되어야 함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미셸 교수의 남북평화협정 제안에 대해서 전략적 이해관계 당사자이자 ‘결정적 게임 체인저’인 미국을 제외하고는 실효성이 없는 만큼 장기간에 걸친 다방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미셸초서도프스키 교수 |
청중 질문과 토론에서, 핵심은 결국 “미국”문제에 모아졌고, “북핵에 대한 견해”로 집중되었다. 정리토론에서 미셸 교수는 남북평화협정은 수단에 불과하고 자기 제안의 본질은 결국 평화협정을 회피하고 전쟁을 추구하는 미국으로부터 남한 정부가 군사적 주권을 회복하는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북핵이 아니라 미국의 핵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래에서 미셸교수의 발제문(한글 및 영문)을 볼 수 있다.
북한과핵전쟁위험_미셸초서도프스키_한글 발제문(PDF)
https://drive.google.com/file/d/1_xVhWv-QJjQSkEmy2PzRNhawckW5Y6mz/view?usp=sharing
북한과핵전쟁위험_미셸초서도프스키_영문 발제문(PDF)
https://drive.google.com/file/d/186M-77x1_o5nAnzeupkS0j3lg_krurr7/view?usp=sharing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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