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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집요한 ‘한명숙’ 죽이기, 그 뒤에는 ‘조선일보’가 있었다.

조선일보의 검찰발 보도로 시작된 한명숙 사건
 
임병도 | 2020-05-26 10:27: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Ⅱ(한명숙)’ 시리즈로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의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증거 조작, 불법 수사 등 충격적인 내용들이 나옵니다. 특히 검찰은 한만호씨의 증언을 뒤엎기 위해 죄수들을 모아 말을 맞추는 이른바 ‘집체교육’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 보면 황당한 증거이고 검찰의 기소와 수사였지만, 당시에는 마치 진실인양 보도됐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과정과 원인을 정리했습니다.

조선일보의 검찰발 보도로 시작된 한명숙 사건

▲2009년 12월 4일 조선일보는 한명숙 전 총리가 대한통운 곽영욱 사장으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화면 캡처

2009년 12월 4일 조선일보는 단독으로 곽영욱 전 대한통운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수만달러를 건넸다고 보도합니다. 조선일보의 보도를 수많은 언론들이 앞다퉈 인용하면서 ‘한명숙 1차 사건’이 터집니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지난 정부 여권 실세에게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라며 이 사건을 참여정부의 비리로 몰고 갑니다.

그러나 곽동욱 전 사장이 법정에서 “5만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준 게 아니라) 의자에 두고 왔다”고 진술하면서 법원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언합니다.

한명숙 1차 사건의 선고 공판 하루 전인 2010년 4월 8일 조선일보는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차원’이라며 H 건영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합니다.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보도를 보면’한명숙 1차 사건’과 매우 유사하지만, 새로운 ‘한명숙 2차 사건’입니다.

검찰의 2차 기소가 얼마나 어이없었는지, 당시 중앙일보조차 사설에서 ‘수사를 선고 후로 미루는 게 올바른 수순이었다’고 지적합니다.

“검찰은 선고일을 하루 앞두고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라는 새로운 의혹을 던져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당장 야권은 판결에 심리적 영향을 주려는 궁색한 시도이자 ‘별건(別件)수사’라고 공격하고 있다. 검찰은 “새로운 혐의가 나왔다”며 ‘신건(新件)수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모양새가 매끄럽지 못하다. 그에 대한 본격 수사는 선고 후로 미루는 게 올바른 수순이었다고 보인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한명숙 무죄 … 검찰 할 말 없게 됐다

한명숙 사건은 ‘검찰 소스-조선일보 보도-다른 언론 인용’이라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안에는 정확한 팩트 확인은 없습니다. 오로지 ‘검찰이 뇌물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했다’뿐입니다. 그 진술이 거짓인지, 검찰의 조작인지 전혀 검증되지 않은 보도입니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보도를 반성하기는커녕 2020년 5월 26일 ‘한명숙 판결’ 뒤집으려는 여권… 일주일 전부터 불지핀 지상파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KBS·MBC 등 지상파방송이 한명숙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여론을 조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야권의 잠재적인 대권후보이자 서울시장 선거 유력 후보였던 한명숙 전 총리

 

 

검찰은 왜이리 집요하게 한명숙 전 총리를 수사하고 2번에 걸쳐 기소를 했을까요? 그 이유는 오마이뉴스의 한명숙 전 총리 동행인터뷰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내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그런 기대가 몰려왔다.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발표됐고, 이런 여론은 내게 솔직히 압박이 됐다.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서울시장 후보가 아니었다면 과연 검찰이 이런 사건을 만들었겠나 싶었다. 이번 재판과정에서 나는 내가 서울시장 후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치게 됐다. 그러나 반드시 그 사건 때문에 출마한 것은 아니다.”(한명숙 전 총리) [출처: 오마이뉴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한명숙 전 총리는 야권의 잠재적인 대권후보였습니다. 특히 한 전 총리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한명숙 1차 사건’으로 민주당은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부담을 느꼈습니다. 만약 유죄가 나왔다면 선거에 나섰지만 패배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0년 4월 9일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서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는 힘을 얻게 됐습니다.

이런 와중에 검찰과 조선일보는 4월 8일 또다시 ‘한명숙 2차 사건’을 터트리면서 한 전 총리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타락한 정치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상한 여론조사, 선거 결과는 불과 0.6%p 차이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언론의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게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넘게 뒤지는 걸로 나왔습니다.

많은 격차가 벌어지는 여론조사, 천안함 사건, 검찰의 2차 기소로 이루어진 도덕성 논란이 터지면서 한명숙 전 총리의 패배는 기정사실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경합으로 나왔고, 최종 개표 결과 오세훈 후보는 강남3구 몰표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0.6%포인트 차로 한명숙 후보를 이겼습니다.

“저는 한 전 총리에게 어떠한 정치자금도 제공한 적이 없습니다. 비겁하고 조악한 저로 인해 누명을 쓰고 계시는 것입니다.”
6.2지방선거가 끝난 12월 20일 2차 공판에서 검찰이 불법정치자금수수 혐의 증인으로 내세웠던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증언

만약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불법정치자금 혐의 수사와 기소가 없었다면, 선거와 동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지 않았다면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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