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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0주년 특별기획] 차별과 배제는 당신도 위험하게 만든다

릴레이 기고 ‘코로나 너머’ ㉑

김도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발행 2020-06-03 17:47:57
수정 2020-06-03 17: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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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00년 5월 15일 첫걸음을 뗀 민중의소리가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독자와 후원인들의 성원과 격려로 민중의소리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며 자주평화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진보언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각계 원로, 전문가, 신진인사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와 한국사회를 조망하는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COVID-19)가 휩쓸고 간 자리를 돌아보며, 단단하고 촘촘해야 할 우리의 사회적 안전망이 사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충분하게 보호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주민, 빈민, 성소수자 등 우리 사이의 작은 차이가 혐오와 배제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겨누는 칼이 되었고, ‘K-방역’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방역 정책의 이면에는 사회가 극복해야 할 여러 과제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가는 과정이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보호가 필요하다

재난 앞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지 않다. 전염병과 같은 외부의 위협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어막은 사회적 약자일수록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넒은 생활공간과 넉넉한 경제력을 가진 사람에게 2주간의 자가격리가 불편한 시간이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일터에서의 격리는 곧 생존의 위협과 다름 아니다.

택배 노동자가 20kg이 넘는 물품들을 짊어지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자료사진)
택배 노동자가 20kg이 넘는 물품들을 짊어지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자료사진)ⓒ민중의소리

의학적으로 노년층과 만성질환자들이 코로나19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집단이 사회적으로도 자기 보호에 취약한 집단이라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실제 노년층과 만성질환자들은 전염성 질환에 취약한 열악한 주거환경이나 집단거주 시설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뉴욕시 보건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의 주소를 분석한 결과 중위소득 이하 주거지에 확진자 발생 비율이 소득이 높은 지역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사회적 약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초적인 안전망에도 충분하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발병 초기 이른바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였을 때, 온라인 또는 모바일 접근이 어려운 노년층은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구입하는 것이 어렵거나 더 비쌌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과 이동경로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가 한글로만 제공되면서 국내 체류하는 250만 외국인 주민들에게는 방역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했다. 쪽방이나 거리에서 생활하는 도시빈민,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없이는 약국에 갈 수 없는 장애인도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결과적으로 가장 약한 사람에게 가장 큰 위험이 전가된 셈이다.

사회적 안전망의 공백은 결국 사회 전체의 위험 요인으로 남는다. 모두가 가장 안전하기 위해서는 가장 취약한 집단이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지원을 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이고 충분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전국시민사회인권단체 회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혐오 조장을 규탄하며 인권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14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전국시민사회인권단체 회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혐오 조장을 규탄하며 인권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14ⓒ김철수 기자

혐오와 차별은 공동체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혐오와 차별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외국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가 심했다. 전염병의 확산의 책임을 특정 집단에게 전가하거나 낙인 효과를 주는 혐오는 당장의 전염병에 대한 방역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대상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심한 경우 직접적 증오 선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영향이 크다. 방역 전문가들도 특정 인종집단에 대한 편견은 질병 관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이 높은 질병일수록 자신의 질병을 감추지 않고 누구나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필요한 경우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격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당사자로 하여금 질병을 감추고 음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상호 협력과 화합을 방해한다. 바이러스가 국경과 사람을 가리지 않는 만큼, 이에 맞서는 우리도 혐오와 차별을 넘어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사회적 연대의 합의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입법이 그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를 이겨낸 신체가 전보다 건강한 면역력을 가지는 것처럼, 재난을 현명하게 극복한 공동체는 그 전에 비해 더욱 단단하고 안전해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어느 때 보다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는 지금 차별과 배제, 혐오와 낙인을 극복하고 새로운 연대의 언어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언제나 한결같이 민중의 삶의 현장을 찾고,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대표적인 진보 언론 ‘민중의소리’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 ‘민중의소리’ 창간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한다.

김도형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자료사진)
김도형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자료사진)ⓒ윤재현 인턴기자

[창간20주년 특별기획] 릴레이 기고 ‘코로나 너머’ 모아보기

 

김도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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