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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격정 토로 "모른다고? 박형준은 허수아비였나"

[이 사람, 10만인] 오마이TV 출연 ① MB국정원 불법사찰 문건 전격 공개 21.03.05 07:15l최종 업데이트 21.03.05 08:06l김병기(minifat)

‘이 사람, 10만인’은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원 이상씩 정기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마이TV는 지난 3일 10만인클럽 회원인 명진 스님을 생중계 인터뷰했습니다.[편집자말]
큰사진보기 명진 스님은 3월 3일 오마이TV와의 생중계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정권의 불법사찰 전모를 밝혔다.
▲  명진 스님은 3월 3일 오마이TV와의 생중계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정권의 불법사찰 전모를 밝혔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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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만큼 거물급이라는 거죠. 하하~"

명진 스님은 여전히 유쾌통쾌상쾌했다. 지난 3일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권 때 자행된 불법 사찰을 성토하면서도 유머를 잊지 않았다. 이날 명진 스님은 과거 국정원의 충격적인 사찰 기록을 전격 공개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20년 2월, '명진 스님 X파일' 보도를 통해 불법 사찰을 조명한 바 있지만, 문건을 전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기사 : 명진 스님 X파일]
① "명진 스님 집중 미행... 협조자 포섭해 불교계 퇴출" http://omn.kr/1mitx
② '명진 뉴스 다루지마'... 국정원과 언론의 공모 http://omn.kr/1mjfp
③ 한 시민을 매장하려 한 문건, 작성자는 공무원 http://omn.kr/1mk3z
④ 국정원 개혁위의 비개혁적 결론, 대통령은 알까 http://omn.kr/1ml6u
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문재인 대통령도 사찰했을까 http://omn.kr/1nz4q

박형준 "선거 공학적 냄새가 난다" 반박에 명진 스님의 재반박

이날 인터뷰의 주요 논점 중의 하나는 다음날인 4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불법사찰 연루 의혹'이었다. 박 후보는 지난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에 특별한 특별사찰, 또는 불법사찰의 지시에 관여했거나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그런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또 "이 사안을 무리하게 저에게 연루시키려고 하는 것은 온당치도 않고 또 선거를 바로 앞둔 이 시점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선거공학적인 냄새가 짙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진 스님은 이날 오마이TV 인터뷰와 사전 인터뷰에서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에 박 후보가 저의 퇴출 문제나 사찰 문제를 몰랐다면 허수아비였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고 말도 안된다"면서 다음과 같은 당시 정황을 언급했다.

"박형준씨는 2009년 9월에 청와대 정무수석이 되었습니다. 2010년 7월까지 일했죠. 이 기간에 최대 종교현안은 나를 봉은사에서 퇴출시키는 것이었습니다. 2009년 10월 말 자승이 MB정부가 원하는 대로 총무원장이 된 직후인 11월 2일 박형준이 자승에게 MB 축하난을 가지고 인사를 갔어요. 청와대 청불회 회장을 놔두고 자기가 갔습니다.

그 얼마 뒤인 11월 13일 자승을 만난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가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의 주지를 그냥 놔두어서 되겠느냐?'면서 나를 봉은사에서 내쫓으라고 했습니다. 바로 이날 국정원에서 만든 문건이 바로 <좌파인물들의 이중적 행태 및 고려사항>입니다."

 
 문건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402px;">
▲  국정원이 2009년 11월 13일에 작성한 <좌파인물들의 이중적 행태 및 고려사항> 문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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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건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1. 검찰·경찰·감사원·국세청 등과 긴밀협조하 좌파의 부정부패 등 취약점을 철저히 조사, D/B를 구축함으로써 차후 좌파견제, 대응논리로 활용
2.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해 좌파 핵심인물들의 비위사실을 언론에 적극 전파하는 한편, 폭로기사 및 비난 사설, 칼럼 게재를 측면 지원
- 주요 월간지 등을 통한 좌파실상 관련 특집·종합기사 보도 방안도 모색
- 또한 관련 정보 전파수단으로서 보수단체 웹사이트를 정비하고 건전 블로거를 집중 육성, 국민들의 혐오·거부여론 확산에 주력
* 증거제시가 어려운 설에 대해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의혹 적극 유포
3. 특히 좌파 핵심인물들의 반도덕적·파렴치한 행태폭로를 통해 조직내 분열을 꾀하면서 기존 회원들의 탈퇴 및 지원중단 유도에 박차
* 내부조직원들의 자괴감·분노 확산을 통해 투쟁의지 무력화
4. 한편 정부보조금 횡령, 공금 유용 등 범죄에 대해서는 관련법을 적극적으로 적용, 의법처리

명진 스님은 "MB정권이 이렇게 추접스럽게 사찰할 줄은 몰랐다"면서 "유언비어를 만들고 그걸 인터넷 매체나 보수언론에 널리 퍼트려서 신도들로부터 타격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 국정원 문건에 버젓이 실렸다"이라고 성토했다.

"승려 생명에 치명타 가할 확실한 물증 부족"

이날 공개된 2010년 3월 31일 문건의 제목은 '명진 봉은사 주지 관련 각종 추문 확인 결과 및 평가'이다. 문건의 앞머리에서는 "부조리 의혹과 함께 개인적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함으로써 불교계에서 퇴출 유도"라고 적었다.
 
 국정원이 2010년 3월 31일 장성한 불법 사찰 문건의 표지
▲  국정원이 2010년 3월 31일 장성한 불법 사찰 문건의 표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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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이 2010년 3월 31일에 작성한 불법사찰 문건.
▲  국정원이 2010년 3월 31일에 작성한 불법사찰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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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건 마지막 장인 '평가 및 조치 고려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승려 생명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이 부족

명진 스님은 "저는 이 문건 내용을 다른 스님에게 이야기하면서 '난 국정원으로부터 검증받은 청정한 비구 스님이다'라고 말하고 다닌다"면서 웃기도 했다.

하지만 명진 스님은 거듭 박형준 후보의 불법 사찰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저에게 11월 13일 자승을 만난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가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의 주지를 그냥 놔두어서 되겠느냐?'고 말한 사실을 전해준 것은 김영국 거사였습니다. 당시 김영국 거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종책특보였고 그 전에 문광위원장 고흥길 의원 보좌관이었죠. 조계종의 템플스테이 예산 때문에 고흥길과 자승 당시 총무원장과의 만나는 자리에 안상수 원내 대표를 불렀습니다. 예산을 더 타내기 위해서겠죠.

김 거사는 그 자리에 참석을 했고, 안상수 대표가 자승 총무원장에게 '강남 좌파 주지를 그대로 놔둘 거냐'라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은 당사자입니다. 김 거사에 따르면 자승은 안 대표의 말에 '임기가 보장돼 있어서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 '여러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답니다.

그래서 저가 법회 때 이 이야기를 폭로해서 문제가 됐고, 김영국 거사가 이를 증언하려고 할 때 당시 이동관 홍보수석이 직접 전화해서 거의 회유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이 수석은 'VIP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 했답니다. 이런 상황인데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박형준이 아무 것도 몰랐을까요?"


원세훈 재판부 설명자료 "정무수석비서관 등에게 보고"

명진 스님은 "한 달 뒤인 그해 12월 24일 박형준은 자승의 주선으로 마곡사와 수덕사 등 충남지역 사찰 주지들을 모아놓고 '이명박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세종시 백지화에 동참해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이런 내막 속에서 박형준씨가 저에 대한 퇴출 문제나 사찰 문제를 몰랐을까? 허수아비가 아니라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사찰 문건과의 무관함을 주장하는 박형준 후보에 대해 "절집에서 거짓말은 '불통참회', 즉 용서가 안 되는 죄"라면서 지난 2020년 2월 각종 불법 정치공작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판결문 설명 자료도 제시했다.
 
 지난 2020년 2월 각종 불법 정치공작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판결문 설명 자료도 제시했다.
▲  지난 2020년 2월 각종 불법 정치공작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판결문 설명 자료도 제시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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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불법 사찰과 관련, "정무수석비서관, 민정수석비서관 등에게 보고하게 하는 등"이라고 적시된 부분이 나온다.
 
국익전략실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야권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의 동향이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자치정책 등 동향을 살피고, 이들에 대한 견제·제압 방안을 마련하여 보고하게 하여, 나아가 이를 청와대의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비서관, 민정수석비서관 등에게 보고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명진 스님은 "박형준 후보가 정무수석 하기 전 홍보기획관을 맡았다. 그때 국정원과 군, 경찰을 동원해 인터넷상에 댓글을 다는 '사이버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기획한 책임자였다는 것이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면서 "박형준에게는 불법공작 DNA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사찰 문제,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에 화가 난다"

명진 스님은 "박형준 후보측에서 이번 사찰 문건과 관련해 정치적 음모가 있는 양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찰 문건은 2019년 말에 법원 판결로 받은 것"이라며 "법원이 당시 오는 4월에 보궐선거가 있을 것을 예상했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이 문제가 정치적 악용되는 것에 대해 화가 난다"면서 "1년여 전에 국정원 사찰 문건이 나왔는데, 그 때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와 관련이 되자 최근 원내 대표를 비롯해서 한마디씩하고 있다"며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명진 스님은 "이 문제는 부산시장 선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이명박이 지시하고 이동관, 박형준이 하수인인 자승에게 그 지시사항을 전달해서 제 승적을 박탈한 사건"이라면서 "종교와 국가권력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것을 정치와 연결시키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명진 스님 격정토로 ② 집중 미행, 프락치... 명진 스님 "난 이렇게 당했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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