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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입력 : 2021.03.05 07:46 수정 : 2021.03.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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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인들이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유엔 사무소 앞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방콕|EPA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지난달 초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직후 미국 연방은행에 예치된 10억달러(약 1조1250억원)의 미얀마 중앙은행 자금을 옮기려고 했지만 미국 정부가 동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가 미국의 제재를 예상해 미국에 예치된 거액의 자금을 미리 옮기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사흘 뒤인 지난달 4일 ‘미얀마 중앙은행’ 명의로 뉴욕 연방준비제도은행에 예치된 10억달러를 옮기려 했지만 연준 보안 절차에 걸려 봉쇄됐고, 이후 미국 정부의 제재 때문에 무기한 동결된 상태라고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직후 기존 정부 각료들을 구금하고 새로운 인사들을 임명했으며 미얀마 중앙은행장도 새로운 인물로 교체된 상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소속 12개 은행 중 하나인 뉴욕 연준은행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해외 결재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달러 자산을 예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얀마 군부가 자금 이체를 시도했던 지난달 4일은 미국 정부의 제재가 나오기 전이었다. 하지만 미얀마는 마약 밀매 등과의 연관이 의심되는 돈세탁 혐의로 이미 지난해에 ‘회색 명단’에 올려져 있어서 인출 시도는 자동적으로 뉴욕 연준은행에 의해 제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얀마 군부 지도자들을 직접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뉴욕 연준은행에 예치된 미얀마 중앙은행 명의 자금도 무기한 동결됐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 이후 대규모 구금 및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과정에서 유혈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달 1일 발생한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최소 54명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숨지고 1700명 이상이 구금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실제 사망자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상황 특별조사위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이후 시위대 살해 및 불법 구금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징이사회가 미얀마 군부에 대해 무기 수출금지 및 경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날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관련 제재를 추가로 단행했다. 미 상무부는 쿠데타 및 평화시위 탄압에 책임을 물어 미얀마 국방부와 내무부, 미얀마경제기업, 미얀마경제지주회사 등 4곳을 수출규제 명단에 등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이들과 거래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이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물품을 미얀마에 수출할 때에도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캐나다, 영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미얀마 군부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단행한 상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50746001&code=970100#csidx2fc970a4dd9a896a6fb842f3317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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