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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는 윤석열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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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 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입장문)
그동안 정치권과 검찰, 문재인 정부를 뒤흔들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했습니다.
윤 총장은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서 사직 의사를 밝혔고, 청와대는 75분 만에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며 발 빠르게 받아들였습니다.
이로써 2019년 7월 24일 검찰총장에 임명된 윤 총장은 임기를 142일 앞두고 1년 8개월 만에 검찰을 떠납니다.
윤 총장의 사퇴로 정치권이 요동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보궐선거와 대선 정국의 핵심 키워드가 되며 여당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사퇴는 오히려 국민의힘에게는 손해입니다.
안에서 흔드는 보궐 선거 도우미가 필요했는데
윤 총장이 사퇴하면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아쉽게 됐습니다. 만약, 윤 총장이 보궐 선거 기간에 지금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날을 세우며 민주당과 싸웠다면 야당은 훨씬 유리했습니다.
야당 입장에서 윤 총장은 트로이 목마처럼 문재인 정부를 내부에서 흔들어 ‘정권 심판론’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퇴했다는 점을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내부에서의 공격보다는 효과가 약합니다.
하필이면 윤 총장이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최종 선출되는 날에 사퇴하면서 야당 서울시장 후보의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된 오세훈 후보 입장에서는 속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범야권 단일화 과정을 통해 흥행 몰이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윤 총장이 사퇴하면서 한동안 모든 이슈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윤 총장이 보궐선거가 끝나고 사퇴했더라면 국민의힘은 더 좋았을 것입니다.
국민의힘 입당? 제3정당? 계륵이 된 윤석열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를 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런데 윤 총장이 정치를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만약 윤 총장이 대선 출마를 목적으로 정치를 한다면 어디서 시작할까요?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할까요? 아니면 제3 정치세력과 힘을 합쳐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까요?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외부의 여러 정치 세력과 힘을 합치는 경우 정치 경험이 없는 윤 총장은 이용만 당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고 꼭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실제로 과거 제3 정당은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윤 총장이 제3 정당 창당을 위해 정치 세력을 모으거나 안철수 대표와 힘을 합친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질질 끌려 다닐 수 있습니다. 반문재인 세력과 중도층을 포용하기 위해 영입할 수도 안 햘 수도 없는 계륵이 됩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경선을 치른다고 그가 대선 후보로 선출될 수 있을까요? 국민의힘 내부 조직력이 전혀 없는 윤 총장이 당내 특정 계파와 손을 잡지 않고는 힘듭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 입장에서는 윤 총장이 자신의 앞길을 막는 굴러온 돌입니다. 당연히 견제와 계파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윤 총장을 원했지만, 막상 오게 된다면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변수로 작용해 골치 아파지게 됩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에게 박근혜 국정농단을 묻는다면?
국민의힘이 태극기부대 등 극우 세력과 결별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윤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돼 박근혜 국정농단에 대해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요?
윤 총장이 박근혜를 옹호하는 순간 촛불을 들었던 중도층이 원했던 정의로운 검찰총장은 사라지고 보수 정치인 윤석열만 남게 됩니다. 박근혜를 비난한다면 보수 지지세력으로부터 외면받게 됩니다.
윤 총장이 왜 대권주자로 여론조사에서 앞섰을까요? 반문재인 정서를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외에 윤 총장이 정치적 역량이나 시대적 과제 해결 등 대선주자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준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결국 윤 총장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극우와 중도층에 있는 반문재인 세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의 정치적 능력이 떨어지고, 잡음이 생긴다면 높았던 지지율도 떨어지게 됩니다.
윤 총장이 정치 능력도 있는 대선후보의 모습을 보이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잡음이 없다면 민주당을 위협할 순 있겠지만, 실패한다면 오히려 진보의 결집을 부르는 촛불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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