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체력이 약했다. 쉽게 피곤함을 느낀 편이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았고 유혹에 빠지지도 않았다. 몸에 해로운 일을 하지 않았다. 특히 피로하니 잠을 많이 잤다."
나의 약점을 나의 강점으로 만든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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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세에 처음 스키를 타서 36년째 즐기고 있는 이근호 이사장 |
ⓒ 오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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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이사장과 용평스키장의 한 호텔에서 만나 두 시간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또 한번 놀란 건 그가 스키를 처음 배운 때가 60세라는 거였다. 60세는 은퇴, 정리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는 그 60세에 스키를 처음 배웠고, 그 후 36년째 즐기고 있다.
그의 삶이 말한다. 인생에 늦은 때는 없다, 인생은 내내 성장기다! 그는 "되돌아보니 내 인생에서 50,60대 때가 제일 좋았다"고 했다.
이근호 이사장은 96년 인생에서 제일 잘 한 것 중의 하나가 50대 중반에 의사의 권고에 따라 미련없이 쉼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해운업을 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의사를 찾아갔더니 노이로제가 심하다고 쉬라고 했다. 그래서 사업을 접고 그 후로는 무리하지 않고 살았다."
이 이사장은 이후 친구의 권유로 대한스키협회 부회장(1983~1987년)이 되었고, 사업을 정리하면서 만든 자금을 종자돈으로 하여 설해장학재단(2003년~)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이 장학재단에서는 스키유망주들을 발굴하여 육성하는데 10억여원을 썼다.
'젊은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교육 개혁이 꼭 필요하다"면서 입시를 위한 교육을 삶을 위한 교육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다음날 아침 스키장의 곤돌라 앞에 줄을 서 있는 이근호 이사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 제가 58세인데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무리하지는 마십시오. 그러나 두려워하지는 마십시오."
이근호 이사장과의 영상인터뷰는 유튜브 <오연호의 꿈틀리마을>에서 볼 수 있다.
다음은 인터뷰 문답 일부 요약.
- 96세에 매일 20킬로미터씩 2시간 정도 스키를 타시는데. 몸에는 지장이 없나요?
"몸에 지장이 있으면 못 타죠. (스키 탄 후에) 목욕하고 나와서 피곤하면 낮잠 한숨 자면 회복이 됩니다."
- 매일 스키를 타시는데 스키를 타는 재미의 핵심, 스키를 타면 무엇을 느끼시나요?
"내 생명이 연장된다.... 그걸 낙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내 나이에 병도 들고 병원에도 다니고 그러는데, 스키를 타고 있으니 나는 참 복 받은 축에 들어간다. 고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스키장에 내가 서 있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끼시는군요.
"네."
- 평상시에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합니다. 집에 압력자전거가 있는데 그걸 100~200번, 아침저녁으로 합니다. 스키를 타야 하니까. 다리가 건강해야 하니까."
-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나요?
"내 생각에는 잠을 많이 자야 합니다. 한 6~7시간 잡니다. 젊었을 때부터 그 정도로 잤습니다."
- 잠을 푹 잘 주무신 것을 보면 스트레스 관리도 잘 하신듯 합니다. 마음을 편히 먹는, 선생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으셨나요?
"만일에 걱정거리가 생기면 '이건 내 운명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도 크게 걱정이 없어요. 걱정이 생기면 '이건 뭐 나 혼자 겪는 일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다 겪는 일인데, 어떻게 매일 좋은 일만 있을 수 있나' 하고 포기해버리는 거죠."
- 평상시에 '내가 정신 건강도 괜찮구나' 이런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고,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몸에 해로운 짓을 안 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술 안 먹고, 과식 안 하고."
- 그런 절제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어떻게 절제의 마음을 늘 간직할 수가 있죠?
"체력이 왕성하고 힘도 나고 어떤 유혹을 느끼고 그런 사람도 있겠죠. 나는 평소에도 기운이 좀 없고, 낮잠이라도 한숨 잤으면 싶고 그러면 낮잠을 자버립니다."
- 함께 스키 타시는 분 중에 90대 있나요?
"없습니다. 80대가 1~2사람 있었는데 한 사람이 몇 달 전에 돌아가 버리고. 또 한 사람은 병원에서 의사가 스키 타지 말라고 해서 포기해 버리고."
- 동창회도 안 하신 지도 꽤 오래되셨죠?
"동창회도 안 한 지가 한 2년 됩니다. 서울에는 한 사람도 없고, 대구에 딱 한 사람 남아 있습니다."
- 동창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인생무상이죠. 인생은 영원하지 않으니 언젠가는 나도 따르리라 그런 생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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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평리조트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근호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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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때에는 사업을 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건강이 안좋았다고 하셨는데요. 인생을 오래 살아보시니까 돈이란 뭐 같습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돈, 돈, 돈 하면서 돈을 벌려고 하는데.
"재벌처럼 돈을 그렇게 많이 벌면 복이 아니고 우환이 됩니다. 그냥 적당히 벌어서 자식들 교육시키고 자기가 먹고 살고 하는 데 필요한 게 돈입니다."
- 여러 세대를 겪어봤잖아요. 이 대한민국 사회가 점점 나아진다고 느끼십니까? 아니면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옛날보다 못한 게 더 많아진 게 아닌가 느끼십니까?
"그거는 각자가 직면한 환경에 따라서 다르죠. 우리가 제일 고쳐야 할 게 교육입니다. 교육제도."
- 어떤 면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건 교육이 아니라 '누가 돈을 많이 가졌나' 전쟁이거든요. 왜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 공부를 시키고, 중고등학교 때도 과외 공부를 시켜가지고..."
- 입시를 위한 교육보다는 우리의 삶에 보탬이 되는 공부, 수업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고 있다는 거죠?
"안 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교육제도를 꼭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각 가정을 망하게 하고 있고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는 이 문제가 제일 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근호 이사장과의 영상인터뷰는 유튜브 <오연호의 꿈틀리마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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