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이 3기 신도시 전반에 걸친 투기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10일자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새로운 투기 의혹들을 제기했다. 주택공급확대에만 치중한 정부 정책, 이해충돌방지법에 소홀한 국회 등이 모두 작금의 사태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보수 성향 신문을 중심으로는 조사 및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을 높이고 있다. 아래는 이날 9개 신문 1면 모음이다.
창릉, 하남 등 3기 신도시 전반 투기의혹 확산
한국일보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고양 창릉지구 일대에서도 투기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2017년부터 2019년 5월(3기 신도시 발표 시점)까지 창릉지구 일대에서 10명 이상 공유지분으로 매매·등기된 토지 15곳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10곳에서 지분 쪼개기가 이뤄졌다는 것. 한국일보는 “기획부동산이 임야 등을 저가에 매입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단기간에 비싸게 되판 것으로, 신도시 입지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특히 창릉지구는 신도시 입지로 발표되기 1년 전에 개발계획 도면이 밖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전문가들도 기획부동산의 지분 쪼개기 판매는 3기 신도시 등 개발호재를 노린 전형적인 투기라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A경매법인은 2018년 6월 동산동 임야(4,918㎡)를 4억2000만원에 매입한 뒤 1년 만에 23명에게 지분을 나눠 7억3000만원에 되팔았고, 또 다른 기획부동산이 매입한 향동동 임야(1만706㎡)는 60명이, 용두동 임야(4만2030㎡)는 140명이 공유지분자로 등재돼 있다. 법인 기획부동산 3곳이 2017년 9월 3억1000만원을 주고 사들인 덕양구 향동동 임야(9,124㎡)은 2019년 5월 창릉3기 신도시 발표 직전까지 48명에게 해당 땅의 지분을 쪼개 팔아 1년 반 만에 7억원 넘는 이윤을 남겼다고 한다.
역시 3기 신도시로 지정된 하남에서도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신문은 “경기 하남시의회 의원의 팔순 노모가 3기 신도시인 하남교남 일대의 땅으로 3년 만에 10억원대의 보상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김은영 하남시의원(더불어민주당) 어머니가 2017년 사들인 땅이 편입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매입가의 3배 이상 차익”을 남겼는데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땅의 실소유주가 시의원 부부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 어머니가 사들인 땅은 중부고속도로 하남나들목에 붙은 3536㎡ 임야로 매입금액은 3억8099만7000원(3.3㎡당 35만5000여원)이었다. 근저당권 총 6억원 중 5억원은 김 의원의 남편 B씨가 설정했다. “팔순을 넘긴 할머니가 시의원 딸 부부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빌려 3기 신도시 지정 1년여 전에 땅을 사들인 셈”이다. 이 신문은 “특히 A씨가 사들인 땅에는 현재 주차장 등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김 의원의 남편이 주차장 등의 임대 계약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남시는 해당 토지의 불법 사용에 대해 2017년 4월 고발명령과 8월 원상복구 및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2018년 김 의원이 당선된 이후에는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9일 경남 진주시 LH 본사와 경기 과천의왕사업본부, 광명시흥사업본부 등 16곳을 압수수색했다. 동아일보는 “경찰은 일부 직원의 자택에서 나대지 등 토지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담긴 토지 개발 관련 지도를 확보해 입수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경찰은 LH 본사 IT기획운영처에서 보관하고 있는 전자문서와 메신저 및 e메일 송수신 내역이 담긴 전산기록 등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며 “이곳에는 LH 본사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본부 등의 자료도 포함돼 있어 수사 범위가 전국 단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공급에 매몰된 정부, 할 일 미룬 국회…예견된 사태인가
한겨레는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에만 치중해 3기 새도시부터 서둘러 적용한 토지·주택 보상 방안이 투기를 불러오는 토양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3기 새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풀리게 될 막대한 보상금에 따른 유동성 과잉을 억제하고 사업 속도도 높이기 위해 대토 보상 활성화, 협의양도인 인센티브 확대 등 보상 제도를 대폭 손질했는데, 이를 계기로 보상을 노리는 외지인들의 투기 유인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국토부는 이주자 택지, 대토 보상, 협의양도인 택지 등으로 나눠지는 기존 주민 토지·주택 보상 수준을 대폭 높였다”며 “그럼에도 투기 방지 대책은 종전과 같이 공공택지 예정지구 공람 공고 직후 개발 예정지와 인접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게 전부로, 달라진 환경에 견줘선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특히 “광명·시흥 땅을 사들인 엘에이치 직원 가운데 보상업무에 관련됐던 일부는 지난해 당시 바뀌는 보상 제도를 훤히 꿰뚫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계일보는 국회의 책임을 물었다. “현재로선 투기에 연루된 LH 직원과 공직자가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활용했는지 규명하고 처벌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며 “이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10년 가까이 국회에서 방치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여야는 2013년 국회에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출된 이래 2015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통과=, 2015년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차명매입 의혹’, 지난해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수천억대 공사 수주’ 의혹 등이 불거졌을 때도 번번이 관련법을 제정하지 않았다. 내달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이제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처리 방침을 다시 꺼내들었다고 이 신문은 꼬집었다.
조사·수사 방식 의문 품는 일부 신문…“논란 백해무익”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은 “조사와 수사를 함께하고, 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그때그때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넘기라”고 지시했다. 중앙일보는 이를 두고 “조사가 수사를 방해할 수 있어 걱정”이라는 익명의 합동조사단 관계자 주장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 관계자의 발언을 비중있게 실었다. “조사 없이 수사만으로 강력하고 빠르게 최대한 많은 증거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거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제시한 대안(대대적 수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주장이다. 기사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남구준 국수본부장을 불러 직접 지휘하는 모양새를 보인 걸 두고는 불법 논란도 제기된다”고 했다. 나아가 익명 기반 직장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게시글을 인용하며 “검찰에는 이런 수사 하고 싶어하는 검사랑 수사관들 너무 많은데 (검찰이 수사에서 배제돼) 안타깝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정부는 합동조사단 구성 때 총리실·경찰·행안부·국세청·금융위는 넣고 검찰과 감사원은 쏙 뺐다. 책임을 지고 조사 받아야 할 국토부는 조사 주체가 됐다”며 “감사원을 뺀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감사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인데 남 얘기 하듯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벌써 총리실은 검찰에 사건 지휘를 맡기는 건 아니라고 했다. 속내는 뻔하다. 정권 불법을 수사해온 검찰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을 감사한 감사원은 내 편이 아니니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라며 “내 편끼리 수사를 해서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빼고 선거에 악재가 될 일은 뒤로 미루려는 속셈일 것”이라 주장했다.
반면 한국일보 사설은 “야당과 보수진영 일각의 과도한 경찰 수사 비판은 정치 공세의 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수사 주체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는 건 합리적 비판으로 보기 어렵다. 경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폄훼하고 검찰에 대해 과도한 신뢰를 보냄으로써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흔들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은 6대 중대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됐지만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는 등 여전히 수사에 관여하고, 때로 지원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중요한 건 경찰과 검찰의 수사주도권이 아닌 땅투기 의혹 근절을 위해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사설의 경우 “보수 야당과 언론이 이 사건 수사 주체를 두고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배제돼 수사가 부실해질 것이라며 검찰의 직접수사를 주장한다”며 “막 시행된 수사권 조정 법체계에 맞지 않을뿐더러, 수사 초기부터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선입견으로 경찰을 흔드는 것은 수사 성과를 내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겨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안착에 노력하기는커녕 흠집부터 내려는 것은 정략적 태도다. 당장의 땅투기 의혹 수사에도 방해만 된다”며 “이번 수사가 검경 협력의 모범적 선례를 만들어 수사 성과를 내고 새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쌓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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