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유럽 국가들의 초기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보관 및 유통의 용이성이 한국에서 빠른 접종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며칠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한 콜롬비아(0.33명)와 호주(0.3명)도 한국에 비하면 접종 속도가 매우 느리다.
반면 일본은 상황이 심각하다. 접종 13일째인 지난 1일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자 수가 0.03명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9일이나 접종 시작이 빨랐지만, 현재도 접종자 수는 10만 명(3월 9일 기준)을 겨우 넘긴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은 점, 백신 잔여액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수 주사기가 확보되지 않은 점, 백신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불신 등이 접종 속도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 평가] "잘하고 있다"... 보건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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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거창보건소에서 백신 접종 대기중인 사람들. 코로나19 백신 접종 국면에서 전국의 보건소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 거창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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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백신 접종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운송이나 보관 등에서도 큰 문제는 없이 진행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또한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백신 접종을 해 본 경험이 있고, 행정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실행하는데 있어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백신 공적 인프라'가 속도전에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은 복잡한 과정을 동반한다. 운송·보관·장소·접종자 선정 등을 작동시킬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다행히 한국은 치료 영역은 물론 백신 접종 인프라가 질적·양적으로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데는 보건소의 역할이 컸다"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 경우 지자체 '보건과'에서 행정관리만 한다면, 우리는 '보건소'에서 행정과 동시에 직접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 일반 의원에서도 백신 접종을 진행하겠지만 '찾아가는 접종' 등을 시행하려면 공적 인프라의 존재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해 독감백신 무료접종 당시 하루에만 최대 180만 명을 접종한 바 있다(첫날인 2020년 10월 19일). 충분한 물량만 확보된다면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접종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동교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자원관리반장은 지난 10일 기자들 앞에서 2차 접종용 물량을 1차 접종에 미리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돼 비교적 공급이 안정적이므로, 2차 접종 지연을 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11일 방역당국이 65세 이상 고연령층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하며 3월 중 37만 6천 명을 추가로 접종한다고 발표한만큼, 백신 접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변수 ①] 4~5월 백신 공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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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2월 26일 인천국제공항 회물터미널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백신을 옮기고 있다. 극저온 상태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공항까지 대한항공 화물기를 통해 도착한 백신은 이후 군 수송지원본부 호위 하에 서울국립중앙의료원 등 5개 도시의 접종센터로 안전하게 배송된다. |
ⓒ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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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초기 성적일 뿐,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에 도달하는까지는 변수가 많다.
무엇보다 2분기부터는 한국이 확보한 백신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 유럽 역시 올해 1~2월 백신 접종이 한창일 당시 공급 물량이 부족해 애를 먹은 만큼, 빠른 백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 명분,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이다. 이달 중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제 백신기구 코백스 퍼실리티를 거쳐 34만 5000명분, 화이자 백신은 50만 명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2분기 중에는 5월말부터 6월까지 개별 계약으로 들어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50만 명 분, 4~5월 중 코백스퍼실리티를 통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0만 5000명 분, 6월까지 화이자 300만 명분이 들어온다.
문제는 2분기에는 만 65세 이상이 접종대상인데, 총 812만 5천 명 규모다. 자칫 수급에 지연이 발생하면 4~5월에 백신 부족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2분기 중에 도입되기로 한 노바백스, 얀센, 모더나 백신 등도 아직 공급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예방접종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 들어오는대로 접종하면 될만큼 준비는 잘 되어있다"라며 "다만, 확보한 백신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변수 ②] 이상반응 대응이 백신 신뢰도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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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에서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반응 관찰실에 대기하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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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이상반응 역시 접종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증 부작용이나 사망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막상 백신 접종을 시작하자 젋은층 사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발열·통증·오한 등을 겪었다는 반응이 속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대의 이상반응 신고 비율(3.0%)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항원이 들어갔을 때 면역학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강도가 좀 더 면역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세고, 이상반응을 좀 더 세게 겪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아나필락시스 쇼크같은 중증 이상반응이 아닌 통상 일어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접종이 일반인으로 확대될수록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대중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는 의료진이 사실상 의무적으로 백신을 맞는 상황이라 괜찮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고열이나 통증에 시달릴 경우 접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명확한 당국의 발표가 있어야 일반인들이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 병원장은 "백신 접종 후 발열 때문에 응급실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사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괜찮아지는데 불안하니까 응급실로 몰리는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대규모 접종을 하게 되면 응급실이 마비될 수 있다. 더구나 코로나 증상과 겹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의 대응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39도 이상이 아니면 괜찮다. 사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백신 접종한 사람에게는 책임 지고 유급 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하면서,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변수 ③]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독감 백신 접종 당시 '접종 후 사망자' 소식을 실시간 속보로 보도한 언론이 백신의 신뢰를 전반적으로 하락시켰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언론이 자정작용을 통해 백신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까지 독감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에 사망한 사람 중 백신과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관련 기사:
언론은 '백신 신뢰' 어떻게 흔들었나... "속보 경쟁에 엉망진창" http://omn.kr/1sap0)
기모란 교수는 "언론이 사망 사례를 이야기할 때도 접종군과 비접종군을 대조해서 봐야 하는데, 그런 과학적인 태도를 갖지 않는다"라며 "이상반응을 역학조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망자를 매일매일 카운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마치 사망 사고가 백신 때문에 생긴 것처럼 보도하는게 사회적으로 어떤 이득이 되나"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 허용하면 접종 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언론이 어떻게 보도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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