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온 6.17·7.10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들의 마지막 투기 수단이었던 '법인 설립 후 주택 매입'을 틀어막았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6억 원) 폐지,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 종부세 중과 최고세율 6% 일괄 적용, 취득세 감면혜택 배제 및 취득세율 12% 적용, 양도세 강화 조치 등은 법인을 활용해 주택을 추가 매입했다가는 시세 차익은커녕 손해를 볼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다주택자와 쫓고 쫓기는 지루한 공방을 끝내는 회심의 일격이었을 것이다. 물론 7.10 대책 이후에도 다주택자들은 증여라는 수단으로 가족의 부동산 수익을 극대화하긴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더 이상 수도권 아파트를 추가 매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역과 가격대와 주택 수를 중심으로 정밀하게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 했던 정부의 의도와 달리 핀셋 정책의 유탄을 엉뚱한 피해자들이 맞고 있다. 법인 대상으로 강력한 세제 규제를 하다 보니 시민들에게 저렴하고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는 사회주택을 공급하려고 애써온 법인 사업자들의 사업이 위축될 위험이 있었기에 사회주택협회를 중심으로 예외 조항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에 화답해 법인을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들은 굳이 집을 지어서까지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으니 건설형 임대주택은 법인 종부세, 취득세,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하는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핀셋 정책의 부작용을 핀셋으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결국 놓치는 지점이 생기고 말았다.
부동산 투기 방지 핀셋 정책의 유탄을 맞은 공익 추구 법인들
시민들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사회주택을 공급해온 함께주택협동조합과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확보해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에 힘써온 함께사는집 뜨락 주택협동조합은 2021년 말 그대로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을 예정이다.
토지의 공공성 확보와 사회주택 공급을 통해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함께주택협동조합(이하 함께주택)은 마포구 성미산을 중심으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35세대의 주택을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영리 목적보다는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안적인 주거 모델을 만들고자 애쓰는 협동조합이기에 주변 시세보다 대폭 저렴하게 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함께주택의 첫 번째 주택은 허름한 다가구주택을 매입하여 리모델링한 후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모델이었다. 2호는 뜻이 맞는 조합원들이 함께 돈을 내어 집을 지은 임대주택 유형이며, 3호부터 6호까지는 서울시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정책을 활용하여 토지는 서울시로부터 임대하고 건물은 함께주택이 지어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 유형이다. 함께주택의 경우, 2호부터 6호까지는 직접 집을 지었기 때문에 법인이라 하더라도 건설형 임대주택이라는 예외 조항을 적용받지만 매입 후 리모델링한 1호 주택은 건설형 임대주택에 해당하지 않아 종부세율 6%를 적용받아 2500만 원 가량의 종부세를 내야 할 상황이다.
함께사는집 뜨락 주택협동조합은 아파트보다 빌라와 다세대주택이 많은 양천구 목2동에서 마을축제, 플리마켓 등 다양한 마을활동을 하던 분들이 모여 만든 주택협동조합이다. 주민 주도 도시재생의 모범사례인 모기동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만든 주택협동조합이다.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언제든 떠나야 하는 세입자가 아닌 쫓겨날 염려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건물주가 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기에 모기동 마을가꾸기 활동을 하던 핵심 구성원들이 의기투합하여 2016년 1월 11억 원에 빌라를 매입하여 마을 활동의 허브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함께사는집 뜨락 역시 건설형이 아니라 매입형 임대주택이기에 6.17 대책의 법인 종부세 중과를 피할 수 없었다. 2021년에 이들이 내야 할 종부세는 3000여만 원에 달한다. 종부세가 이런 수준이면 협동조합이 소유하여 임대하던 건물을 소유자별로 개별등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의 틀을 유지하는 마을만들기 운동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로 유명한 사회혁신기업 더함 역시 법인 종부세 중과의 유탄을 맞았다. 더함은 주택개발 시행사로서 수익극대화보다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거주 기간을 보장하는 주택 공급과 아파트 커뮤니티 형성에 초점을 맞춘 사회혁신기업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도입했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인 '뉴스테이 정책'은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민간 건설사에게 넘겨주고 건설 비용까지 저리로 빌려주어 민간 건설사가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든 정책이었다. 막대한 개발 이익을 건설사가 독점하는 뉴스테이 사업 구조에 문제 의식을 가진 양동수 변호사는 뉴스테이 정책의 틈새를 공략하여 민간 건설사가 독점하는 막대한 개발 이익을 아파트 입주자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공유하며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를 만들었다.
위스테이는 현재 남양주 별내 500여 세대는 입주가 끝났고, 고양 지축 지구는 2022년 입주가 예정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위스테이는 개발 기간 중 더함 등 민간이 사업자금을 출자하여 리츠의 주식(아파트 소유권)을 획득하고, 준공 후 입주자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에 이를 양도하게 된다. 리츠의 주식(아파트 소유권)을 획득한 입주민들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와 지위를 동시에 누리게 된다. 개발 및 임대기간 중에는 건설임대형으로 분류되어 종부세 비과세가 적용되지만 민간임대 의무 기간이 끝나는 8년(현행 10년) 후에는 '법인 소유의 매입임대주택'으로 분류되어 세율 6%의 종부세 과세대상이 된다.
'법인 소유 매입임대주택'에 일괄적으로 매기는 세율 6%의 종부세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500세대 아파트를 소유하며 저렴하고 안정적인 기간을 보장하는 사회임대주택을 영구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의무 임대 기간인 8년이 지나면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고 매각하는 민간 건설사와 달리 개발 이익과 시세 차익을 커뮤니티에 영구적으로 묻어두어 지속적으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했던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시도가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아울러 저렴하고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기존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식의 사업도 다 중단한 상황이다.
급한 불 끄기 - 사회적 기업 및 사회적 협동조합 소유 임대주택 종부세 합산 배제 허용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주택을 매점매석하는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려던 정책이 오히려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며 공익적 가치를 증진시키려 애쓰던 부동산 분야의 사회적 경제 주체들을 고사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원인을 정조준하는 근본적인 정책이 아니라 현상에만 집착하는 대증요법 중심의 핀셋 정책이 낳은 부작용이다. 지난 정책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하고, 부동산 분야의 공공성 증진을 위해 애쓰는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숨통을 틔우는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 분야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법인 종부세 중과 정책의 유탄을 맞은 이유는 현행 임대주택 분류 체계의 한계에 있다. 현행 임대주택 분류 체계는 공급형태(매입형, 건설형)와 공공의 관여 정도(공공주택특별법상 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특별법상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특별법상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로 분류되어 있으며 종부세 합산 배제는 공공임대주택 유형과 6억 미만 매입형 민간임대주택, 9억 미만 건설형 민간임대주택에만 적용하고 있다. 임대주택 분류 체계 속에 '저렴한 양질의 주택 공급, 안정적인 거주 기간 확보, 커뮤니티 활동 강화, 지역사회 공헌 등과 같은 공익적 가치'라는 기준이 없기에 부동산 분야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유탄을 맞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성'이라는 기준이 임대주택 분류 체계에 들어가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공익적 가치를 높이려는 사회적 경제 법인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다주택 법인에 대한 세제·대출 규제에 대해 사회적 경제 주체들은 예외로 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6월 1일이 종부세 부과 기준일이기에 법령과 시행령 전반을 개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6월 1일 사회적 경제 주체 법인들의 종부세 중과이므로,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에 종부세 합산 배제 임대주택에 공공성을 담보하는 '사회적 기업 및 사회적 협동조합' 소유의 임대주택을 포함시킨다면 종부세 중과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고 '공공성' 기준을 임대주택 분류 체계에 넣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그간 수익극대화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기간을 보장하는 주택을 공급하려 애써온 법인들이 다주택자 법인 활용 부동산 투기 방지 정책의 유탄을 맞고 있다. 핀셋정책을 하고자 한다면 정밀함이 핵심이다. 법인 활용 부동산 투기 세력을 향한 세금폭탄이 엉뚱한 곳에 떨어져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정밀한 보정이 필요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사회적 경제의 싹을 틔우고 있던 개척자들의 고사를 막기 위해 국토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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