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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5주기, 구의역에 모인 산재 유족들...“뒤늦은 후회 돌이킬 수 없어”

故김용균 어머니 “평택항 故이선호 아버지 모습, 예전의 나 보는 것 같아 가슴 아파”

이승훈 기자 
발행2021-05-29 18:13:58 수정2021-05-29 18:26:53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군의 5주기인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내선 순환 9-4 승강장에 김군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붙어 있다. 2021.05.28ⓒ김철수 기자 
 
산업재해 유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이 5년 전 김 군이 열차에 치여 숨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에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공공운수노조, 궤도협의회, 서울교통공사노조 등은 29일 구의역 2층 대합실 및 9-4 승강장에서 ‘구의역 5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주최 측뿐만 아니라 전재영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김혜영 故이한빛 PD 어머니, 김미숙 故김용균 어머니, 그리고 김 군의 동료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함께 연대하여 “자본보다 생명이 우선시 되는 사회로 바꿔가자”라고 다짐했다.

故이한빛 PD 어머니 김혜영 씨는 5년 전 5월 아들 이한빛 PD가 김 군을 추모하며 쓴 글을 낭독하며 분노와 무력감에 절망했을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세상의 김 군들은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일하며 살고 싶고, 살아서 일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영 씨는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도 안전하다”라며 “김 군을 포함한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고, 사회구성원이기에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가는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손잡아 주는 ‘연대’만이 죽음을 생명으로 살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올바로 시행할 수 있다”라고 했다.

故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도 “부당한 산재사망을 막기 위해 산안법을 28년 만에 개정했지만, (국회 통과되는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어 결국 아무도 살릴 수 없게 됐다”라며 “그래서 그로부터 2년 뒤 이번만큼은 꼭 산재사망을 줄이겠다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전체 산재사고 사업장 중 80%나 되는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을 3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을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평택항 항만에서 선호가 목숨을 잃은 것은 이미 예견된 죽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김미숙 씨는 “그의 아버지를 볼 때마다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라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 유족은 하나같이 말한다. 끔찍한 이 아픔이 내 아픔이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뒤늦은 후회는 돌이킬 수 없다고”라며, “사회의 어두운 실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보기 싫어도 보려고 노력하고 듣기 싫어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 “기업의 비용절감보다 생명안전의 가치가 우선시 되도록 손을 맞잡고 직접 바꾸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전재영 씨는 “5년 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비정규직이니 외주화니 하면서 위험에 시달리는 청년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안타까워했다”라며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고쳐졌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에서 가족을 잃은 저는, 지하철에 불을 낸 자와 사고 열차를 운행한 승무원을 원망하며 피눈물 흘렸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을 깊이 알고 보니, 근본적인 원인은 지하철을 운행하는 자들 대구광역시와 정부에 있었다”라며 “당시 불연내장재로 된 안전한 지하철을 외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안전보다 수익이 우선인 정책으로 불에 잘 타는 값싼 불쏘시개 지하철을 운행하며, 1인 승무제를 강요하고 있었고, 사고가 일어나면 현장 노동자에게 모든 죄를 전가하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전 씨는 대구시와 합의하여 희생자 묘역, 위령탑, 안전교육관 등으로 구성된 추모공원을 조성했으나 대구시는 사고가 빨리 잊히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모든 노동자가 영웅이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가 평범하게 근무를 하더라도 사고 없이 안전한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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