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과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정의철 기자 / 공동취재사진
'지금까지 정부가 지급했던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 손실추정액보다 더 많았다.'</figcaption>
소상공인 정책의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지난달 25일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 직전 여야 의원들에게 배포한 두 장짜리 자료의 골자다.
해당 자료가 공개되자 청문회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라며 자료의 정확성을 문제삼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다.
중기부 추산 자료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82%가 과다지급을 받았다'라느니, '막 퍼주더니 손실보다 재난지원금을 더 지급했다'는 식의 보도까지 이어지자, 중기부에서 당장 해명자료를 내야 한다는 호된 질타도 이어졌다. 피해 상황을 호소하기 위해 청문회장을 찾았던 참고인들도 자신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수치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중기부조차도 추계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이 자료에는 대체 어떤 허점이 있었던 걸까.
'과소집계' 비판 쏟아진 중기부 추산 자료
여야 의원들 모두 손실액 추계 정확성 지적
문제의 자료는 '집합금지·영업제한 소상공인 손실추정 및 旣(기)지원금 분석' 자료로,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소상공인에게 얼만큼의 손실이 발생했는지를 중기부가 추산해 정리한 것이다. 국회에서 수개월째 공전 중인 손실보상법 논의를 위한 참고자료인 셈이다.
중기부는 이 자료에서 소상공인 손실추정액 합계를 최소 1.3조원, 최대 3.3조원으로 계산했다. 1.3조원은 영업이익 감소분만을 계산한 것이고, 3.3조원은 영업이익 감소분에 고정비용(인건비·임차료)까지 추가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새희망자금·버팀목자금·버팀목자금플러스 등으로, 총 지원금액은 5.3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지자체 지원금까지 더하면 소상공인 지원금액은 6.1조원으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소상공인의 손실추정액보다 정부의 지원금액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총액이 아닌 업체별로 따져본 자료도 마찬가지였다. 중기부는 손실추정액보다 지원금을 더 많이 받은 업체가 분석 대상 업체 중 95.4%(64.6만개)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반대로, 지원금보다 손실이 더 큰 업체는 3.1만개(전체의 4.6%)에 불과했다. 고정비용까지 반영하더라도 손실보다 지원금을 더 많이 받은 곳이 81.7%(55.4만개)였고, 손실이 더 큰 곳은 18.3%(12.4만개)였다.
중기부는 ▲2019년 일평균 매출액 ▲실제 규제 기간의 2019년 동기대비 매출 감소율 ▲국세청 고시 자료 등을 반영해 '영업이익 감소분'을 계산한 뒤, 손실추정액을 계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정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안과 반영한 안, 두 가지로 나눠 추정치를 내놓은 것이다. 고정비용은 통계청 자료 중 2019년 서비스업 조사 자료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을 활용했다. 규제 기간은 지난해 8월 16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반년가량으로 한정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실에 따르면, 중기부는 영업이익 감소분을 추산하는 과정에서 내년 국세청이 발표하는 '단순경비율'을 이용했다. 단순경비율은 매출에서 경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를 의미하는 건데,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경비/매출×100'이 된다.
문제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는 단순경비율을 활용해 영업손실을 계산할 경우 실제 손실보다 과소집계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가령, 매출이 1천만원인 A업체의 단순경비율이 50%이면, 비용은 500만원이고, 소득액은 500만원이다. 이 업체의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져 500만원을 기록했고, 여기에 단순경비율 50%를 적용하면, 비용은 250만원, 소득액은 250만원이므로 손실액 역시 250만원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실제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비용은 이전에 비해 20%가량 감소해 400만원이라고 한다면, 소득액은 100만원이다. 따라서 실제 영업손실액은 250만원이 아니라 400만원이 되는 것이다. 즉, 단순경비율을 적용해 손실추정액을 계산하려면 매출이 줄어든 만큼 비용 역시 줄어야 하는데 현실은 매출은 급감한 반면,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에 오류가 생기게 된다.
중기부가 고정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활용한 자료도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는 통계청 자료 중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을 활용했는데, 고정비용에는 인건비·임차료뿐 아니라 각종 세금과 공과금, 보험료 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실에 따르면, 중기부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을 통상 25~40% 정도가 된다고 봤고, 실제 손실추정액을 계산할 때에는 25%로 적용해 계산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최승재 의원실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중기부에서는 통상적으로 했다는데, 지금 인건비도 많이 오르고 임대료도 많이 상승된 게 아닌가. 실제 소상공인들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이) 25%가 넘는다고 한다"며 "이것을 너무 낮게 책정하다 보니 손실추정액이 굉장히 낮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상이나 규제 기간을 축소해서 계산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중기부가 밝힌 손실추정액을 계산할 때 밝힌 대상은 버팀목플러스 1차 신속지급 데이터베이스(DB)에 있는 67만 7,941개 업체다. 막대한 손실을 견디다 못해 폐업한 업체는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중기부는 '집합금지·영업제한'이라는 정부의 직접적인 행정 조치가 시작된 시점을 지난해 8월 16일부터로 설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22일부터 이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했고, 일부 시설과 업종에 대해서는 운영 제한 조치도 실시했기에 규제 기간을 8월 16일이 아닌 3월 22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계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중기부 조주현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청문회에서 "작년도에 취해진 조치 중에 국가가 한 것도 있고, 지자체가 한 것도 있고, 좀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소관 상임위 의원실도 모른다는 중기부 산식
청문회 당시 지적된 문제 보완해 다시 손실추정액 내놓을 듯
현재로선 중기부가 정확히 어떤 산식을 거쳐 이같은 손실추정액을 내놓았는지 알 수는 없다. 산자위 소속 의원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중기부는 추정액을 산출한 근거를 구두로만 설명했다. 서면 자료를 제출하긴 했지만, 서면 자료에는 손실추정액을 산출하기 위해 고려한 항목들만 나열돼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청문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자세한 산식을 공개해달라"고 앞다투어 요구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청문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중기부에서는 각 의원실의 구체적인 산식 자료 요구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자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업종별로 영업이익을 어떻게 산출해서 추산한 것인지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 중기부 쪽에서는 계속 미루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만, 중기부에서도 자료의 한계를 인정한 만큼 이후 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해당 자료를 다시 보완해 손실추정액을 추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자위 소속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기부가) 청문회에서도 추계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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