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등록 :2021-11-14 20:18수정 :2021-11-14 21:09
공인중개사 체감 전세거래지수
“약세로 간다” vs “숨고르기”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 규제에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의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감소해서다. 전세 가격이 안정화 수순을 밟아가는 과정이란 의견과 매매-전세 가격 동반 급락으로 가는 불안한 중간 과정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케이비(KB)국민은행이 작성하는 전세거래지수(서울 기준)를 보면, 지난 10월에 9.8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 1월(18.9)의 절반 수준이다. 이 지수가 10을 밑돈 건 2008년 12월(4.3) 이후 처음이다. 이 지수는 일종의 중개업자의 심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요즘 중개업자들은 서울 전세 시장에 금융위기 시절에 견줄 정도의 빙하기가 찾아왔다고 느낀다는 얘기다.
윤성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남구 지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치동 미도·은마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20%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반전세 매물 말고는 계약이 되지 않고 있다”며 “개포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김한길 노원구 지회장도 “전세대출도 (보증금) 증액분만 해준다고 하니 찾는 사람이 없다. 매매, 전세 할 것없이 부동산이 올스톱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은 거래 절벽을 부른 첫 요인으로 대출 규제를 꼽았다. 고가 전세의 경우 최근의 대출규제는 물론 2019년 12·16 대책 때 포함된 전세대출 규제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12·16 대책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가 전세를 얻을 때 대출 보증을 못 받게 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ㅌ부동산 관계자는 “고가 전세는 좋은 집 살고 싶은 사람들이 자기 집 전세 주고 옮기는 수요가 많은데, 주택 가격 상승으로 보유 주택이 전세 대출이 불가한 실거래가 9억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움직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계약 갱신권 사용도 전세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강남구 삼성동의 ㅂ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15억원에 나온 전세가 있는데 여태 나가지 않는다. 이사 안 가면 비슷한 가격대에 있을 수 있으니 움직임이 거의 없다”며 “임대차3법 이후 1년 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수요가 안 받쳐주니 그 가격에선 소진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세 수요 증감의 주요 변수인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도 어느정도 소화가 된 상태다. 안현희 용산구 부지회장은 “두세달 전에는 반포에서 이주하는 수요가 용산에 많았는데 지금은 이주를 거의 다 마무리해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거래절벽은 호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김진국 구로구 지회장은 “30평대 5억 불렀다가 4억5천까지 해준다고 해도 계약이 안 된다”며 “전세가격은 약세로 가는 쪽”이라고 밝혔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ㅌ부동산 관계자도 “24평 최근 호가가 9억~9억5천만원에서 8억5천만~9억원 사이로 떨어졌는데 거래가 안된다”고 말했다.
호가 하락은 ‘숨고르기’일 뿐 ‘약세 전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1월은 비수기라는 점에서 숨고르기 양상으로 보면 된다”며 “내년 임대차3법 2년이 되는 7월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거래량 감소만으로 시장 불안을 우려하기엔 이른 시점이란 얘기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