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평온의숲 나래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화장이 진행됐다. 유족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건물 내부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사진=김혜진 기자)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어머니가 3년은 더 사셨을 텐데…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돌아가시지 않아도 될 분이 돌아가셨다는 게 억울하고 황망할 뿐이죠.”
지난 20일 오후 4시. 용인 평온의숲 나래원 앞에서 이날 마지막 운구차에 실려 온 고인을 기다리던 아들 김모씨가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슬픈 심경을 전했다.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 용인시 관계자와 장례지도사들은 검정색 운구차 안에서 흰색 천을 덧씌운 나무관을 꺼내 운구대차에 옮겨 실은 뒤 관 주위를 꼼꼼하게 소독했다.
이들은 유족인 김씨에게 어머니의 얼굴이 아닌 이름만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짤막한 인사와 함께 유족들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넬 시간을 마련해줬다.
먼발치에서 있던 그는 어머니의 시신 가까이로 가지도 못한 채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관을 넋 놓고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떨궜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화장이 진행되는 건물 내부에는 가족들이 한 명도 들어갈 수 없던 탓에 김씨는 운구차 전용 통로로 어머니의 시신이 들어갈 때까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 용인 평온의숲 나래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화장이 진행됐다. 유족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건물 내부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사진=김혜진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시행된 지난달 1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함께 사망자 수도 증가해 고령, 중증 환자 등이 숨지는 일이 속출하면서 ‘선(先)화장 후(後)장례’ 원칙에 따라 48시간 이내 화장 후 장례를 치러야 하는 이유로 전국 화장터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
용인 평온의숲 나래원도 일반 사망자들의 화장이 끝난 오후 3시 반부터 4시 사이에 코로나 사망자 화장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선 코로나 사망자 시신을 하루 최대 4구까지 화장할 수 있는데 이날 역시도 4대의 운구차 행렬이 이어졌다.
화장터 관계자는 “코로나 사망자의 시신이 평균 1~2구정도 들어왔었는데 지난달 위드코로나를 기점으로 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매일 4구씩 최대로 채워 화장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원에서 지내던 80대 어머니를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김씨는 “정부 정책 때문에 코로나 사망자를 모든 장례식장에서 받아주지 않아 수소문 끝에 새로 생긴 장례식장에서 급하게 장례를 치르고 화장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 얼굴도 못 보게 하면서 화장까지 하고 장례를 치러야 하는 방침은 유족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17일 사망자의 존엄과 유족의 애도 시간 보장을 위해 ‘선화장 후장례’를 ‘선장례 후화장’이 가능하도록 새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화장터 관계자는 “아직까지 방역당국의 방침이 따로 내려온 게 없다”고 말했다.
▲ 용인 평온의숲 나래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화장이 진행됐다. 유족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건물 내부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사진=김혜진 기자)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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