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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자신한 코스피 5000, 정말 가능할까?

[정책 진단] 단기 과제는 MSCI 선진지수 편입, 장기적으론 산업구조 전환이 핵심

22.01.07 06:23l최종 업데이트 22.01.07 06:23l
코스피가 전날보다 포인트 0.47포인트(0.02%) 오른 2989.24, 코스닥지수는 6.17포인트(0.59%) 내린 1031.66에 거래를 마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코스피가 전날보다 포인트 0.47포인트(0.02%) 오른 2989.24, 코스닥지수는 6.17포인트(0.59%) 내린 1031.66에 거래를 마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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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은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닙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입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우리 증시가 성장성·투명성·공정성을 갖춰 코스피 4000 시대를 넘어 5000 시대를 향해 가는 원대한 대장정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화제가 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와 대담에서도 코스피 5000 달성에 대한 낙관적 의지를 표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자본시장이) 불투명성 때문에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저평가됐다, 그 점만 정상화해도 4500 정도는 가뿐히 넘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제일 주력할 부분은 자본시장 육성이다, 이게 국부를 늘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4일 기준 코스피 종가는 2989.24다. 코스피는 지난해 1월 7일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후 횡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2000포인트를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에도 10년 이상 1800~2100 포인트 사이를 지루하게 오갔다. 이 때문에 코스피에는 '박스피(박스권과 코스피의 합성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일부 전문가나 증시 분석가들은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에는 우리 산업구조의 혁신과 질적인 전환보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크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000포인트의 토대가 허약한 만큼 과거처럼 우리 증시는 3000을 기준으로 또다시 오르내림새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공언하고 있는 코스피 5000이 목표 제시라는 선언적인 의미를 넘어 실제 실현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후보는 어떤 근거로 코스피 5000시대를 언급한 것일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이번엔 될까
     
우선 이 후보가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다.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만들어 발표하고 있는 이 지수는 전세계 기관 투자자나 대형 펀드들의 운용 기준으로 사용돼 영향력이 크다.

현재 MSCI 지수는 안정성·성장성 등을 고려해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신흥국 지수에 속해 있다. 우리 증시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필요한 이유는 편입 시 대규모 해외 자금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의 규모는 2조 달러(약 2400조원)이지만 선진국 지수 추종 자금 규모는 최대 12조 달러(약 1경4300억원)로 추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선진국 지수 편입만으로 최대 65조원의 해외자금 유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세계적인 벤치마크 지수로 MSCI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FTSE 지수의 선진시장에 편입했다. 그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영국계 자금은 4770억원에 불과했는데 선진 지수 편입을 전후로 3분기 자금 유입 규모가 3조원까지 늘었다.

이 후보도 이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내총생산은 세계 9위이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역시 세계 8위로서 한국 경제는 이미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라며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도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올렸는데 자본시장만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최소 18조원에서 최대 62조원의 외국인 자금 순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지난달 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공개하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경제의 위상을 고려할 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편입까진 갈 길이 멀다. 한국은 이미 지난 2008년과 2015년, 지난해 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편입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4시간 역외 원화 거래를 허용하고 공매도를 전면 실시하는 등 외국계 자본이 원하는 대로 국내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역외 외환시장을 열어줄 경우 시장 불안이 커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공매도 전면 실시의 경우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MSCI 선진 지수 편입을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이 외환 관련 제도"라며 "우리 정부는 수출 기업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왔는데 앞으로는 수출 증대와 자본시장 발전 중 선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개미 울리는 대주주의 횡포... 어떻게 막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축사를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축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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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보다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수 대주주와 다수의 소액주주들 간의 이해관계 불일치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꼽고 있다. 소수의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주들을 약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큰 공분을 사고 있는 '물적 분할'이 대표적이다. 기업 분할에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있는데 인적분할은 사업부 분할로 새로 생기는 회사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이 지분률대로 신주를 배정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물적분할의 경우 핵심 사업부를 쪼개 100% 자회사로 만든 후 따로 상장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력에는 타격이 없지만 소액주주들의 경우 신주 발행에 따라 주식가치가 떨어지는 피해를 입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의 물적분할 사례다. LG화학은 핵심 사업부분인 2차전지를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들어 올 1월말 상장을 앞두고 있다. 2차전지 사업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한 기존 주주들은 하루아침에 LG화학의 석유화학·바이오사업에만 직접 투자하게 된 셈이다. 분할 전 LG화학의 주가는 최고 1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최근엔 60만원대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는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재벌이라 불리는 소수의 대주주가 다수의 일반 주주 몫을 가져간다는 데 있다"며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부분을 따로 떼어냈는데 이로 인해 사라진 소액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사실상 지배주주인 구광모 LG회장 등이 가져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도둑질로 비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해외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을 금지하는 경우도 많다.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더라도 기업의 물적분할로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가 생겼을 경우 주주들이 집단소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어 우리 기업들처럼 자회사를 쉽게 상장하는 경우가 드물다. 메타플랫폼(구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자회사들을 상장하지 않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대선 후보들은 이런 소액 주주들의 피해를 막고 불만을 달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관련 규정을 정비해 물적 분할 시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을 막거나, 자회사 상장 때 발행된 신주를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대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에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기업의 분할·합병에 대해서 소액주주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소액주주 다수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자회사 상장을 위한 공모주 청약 시 모회자 주주에게 신주의 일정비율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대주주와 다른 주주들과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적 요인이었다"라며 "예를 들어 내가 한 기업의 주식을 사려면 경영진 등 내부 인사들이 '내 돈을 잘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퍼즐은 산업구조 전환

하지만 이같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만으로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에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의 개편과 질적 도약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도 <삼프로TV> 대담 당시 '제조업 기반의 한국 산업구조가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를 만들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 필요한 두 번째 요소가 산업 전환"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이 후보는 "국내 기업들은 한계비용이 높은 산업에 대부분 의존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트렌드는 미래 산업, 디지털 중심으로 변해갈 것"이라며 "국가의 인프라 투자와 인재 양성,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코스피는 우리나라 핵심산업으로 중화학 공업 중심의 제조업이 자리잡았을 때 1000포인트를 돌파했고, 이후 같은 제조업 기반이지만 기업들의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과 수익성이 개선됐을 때 2000포인트, 반도체 등 제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IT 기반의 새로운 산업이 자리를 잡고 나서 3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다. 앞으로 4000포인트 이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플랫폼, 소프트웨어, 바이오제약 등 새로운 산업들이 핵심 기반으로 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제조업은 마진은 적은데 이익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시설 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적정 주가수익비율(PER)이 낮다"며 "반면 설계나 플랫폼, 소프트웨어, 바이오제약 등 산업은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 고정비를 넘어서면 이익이 급증하기 때문에 같은 수익을 벌어들여도 제조업보다 PER이 2~3배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산업구조 전환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국내 산업구조가 4차 산업 위주로 변해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부 주도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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