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2022년 1월 1일 발표된 북한의 당 전원회의 관련 보도를 당혹감속에 접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신년사는 생략되고 당 전원회의나 당대회 결정서가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번엔 특히 대남 및 대외전략을 비공개로 하고 김정은 총비서의 보고와 결론, 결정서에 대해서도 극도로 보도가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한해 당 및 국가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년메시지는 언제나 주목받아왔으나 충분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자 전문가들도 분석에 애를 먹고 있다.
북에서 오랜 세월 대외경제일꾼으로 일하다 2018년 초부터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문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주요 결정사항과 특징 등에 대해 정리했다.
강씨는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활동해 온 북측 중앙부처 간부급 대외경제일꾼이다. [통일뉴스]의 서면 질문에 서면으로 답변이 왔으며, 아래 강문씨의 답변을 중심으로 문맥 연결에 문제가 없도록 일부 문장을 수정하여 게재한다. [편집자 주]
2020년엔 당 전원회의 결정서, 2021년엔 당제8차대회 결정서, 올해는 제8기 제4차 당 전원회의 결정서로 신년사를 대체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당연히 2022년 신년사가 별도로 없었으니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8기 제4차전원회의 결론을 신년사로 보아야할 것 같다.
구태의연한 허례허식과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현실과 실천을 중시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새로운 리더십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김 총비서는 굳이 좌석을 따로 만들어 신년사를 하는 것보다는 때마침 연말에 진행된 전원회의를 결속하면서 신년사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과 다름없는 결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특이한 기회나 조건이 조성되는데 따라 여러 형태로 신년사와 같은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굳이 신년사를 할지도 모르겠다.
과거 당 회의에 대한 보도에서는 보고와 결론의 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 상세히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번 제8기 제4차 당전원회의 결정은 비공개에 가깝다. 특히 대남, 대외관계 결정은 철저히 비공개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일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대남·대미 문제와 달리 지난해 성과부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개했는데, 상세히 표현이 안 된 부분은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5개년간 목표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진행하거나 항시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한 상세한 언급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대남전략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새해에도 변함이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즉, 한국이 나오는 태도만큼 반응하며, 북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와 이중기준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도 없고 종전선언도 의미가 없다는 의사표시로 읽힌다.
4.27선언 이행 분위기로 돌아가지 않는 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도 북으로서는 한갓 겉발림인 임기 말의 정치적 쇼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굳이 상세하게 공개해야 할 만큼 새로운 게 없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외관계에서도 우방인 중국을 비롯해 북을 존중하는 평화공존적인 국가들과는 자주, 친선 평화의 대외적인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제재의 영향력을 극소화하는 방향에서 대외활동을 진행할 것지만, 미국을 비롯한 적대국들과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자주권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정부에 대하여서는 한동안 기다려왔지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조건에서 미국이 실제적인 조건을 먼저 취하지 않는 한 절대로 양보하거나 회담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그들이 먼저 행동하고 회담장에 나올 때까지 압박하거나 안달이 나게 하는 지연전술을 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시험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도 그런 의도가 담긴 압박용이라고 본다.
북은 미국의 어느 정권이든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북을 핵 완성의 길로 가게 한 역대 부시, 트럼프의 공화당 정권에 조금은 고마워하고 '전략적 인내'로 질식시키려 했던 오바마,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에는 반대로 '조선식 인내전술'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은 이 기회에 핵무기의 부단한 현대화를 위한 시간을 얻을 수 있어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이 문제 또한 이미 공개할 만큼은 다 했으니 다시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미국이나 그 공조세력이 북의 의도가 무엇인지 더 궁금하게 만들려는 계산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전원회의 결정서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공개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통상 당 대회 결정이나 신년사가 발표되면 전당적인 집중학습이 진행되고, 이는 다른 근로단체 조직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직종과 직급, 소속단체에 따라 학습반이 구성되어 있고 여기 맞게 학습 제강이 제공된다.
당 정책 작성과 집행에 책임이 큰 학습강사에게는 학습토론을 지도할 토론 제강이 별도로 제공되며, 이 제강에는 충분히 세부적인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학습토론을 통해 전원회의 핵심사항을 파악하게 되고 서서히 주민들에게도 알려지게 된다.
대외적으로는 공개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파악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나중에 당 문헌으로, 단행본으로 출판 배포되기도 한다.
또 한가지 분명히 할 점은, 지난 8차당대회 이후 이번 당 전원회의까지 나타난 분과별 연구 및 협의회 절차에 주목해서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총의 수렴'방식이라고 평가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당 전원회의 분과별 회의는 지금까지 늘 진행되던 회의방식이라는 것이다.
다만 날짜가 오래 걸린 것으로 보아 더 심도있고 신중하게 논의한 것 같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뿐이다.
전원회의가 열린 당 본부청사 등에 걸려있던 '위대한 우리 국가의 부강발전과 우리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자!'는 구호에는 '위대한 인민, 사랑하는 후대들을 위하여 5개년계획의 두 번째 해인 올해에 지난해보다 더 과감하고 정확한 실천행동으로써 당이 제시한 과업을 책임적으로 완수하여 현행생산을 활성화하고 정비 보강사업을 보다 힘 있게 추진하면서 인민생활의 안정 향상을 위한 실제적인 성과들을 이룩하기 위한 결사전을 벌여서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다그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 건설 강령을 별도 의정으로 강조해 보고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농업에서 뭔가 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당 전원회의에서 농업분야에 대한 문제를 별도의 의제로 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심을 가지게 하는 뚜렷한 진일보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데 대해서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북제재와 자연재해 등으로 많은 양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북이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했던 2021년에 농업생산계획을 완수했고 다수확농민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뭔가 혁명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데는 지난 한 해 동안 시험적으로 해본 어떤 농촌경영방법에서 확실한 성과를 이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북의 노래 가사 중에 '쌀독이 곧 시회주의'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북에서 경제의 중심에는 항상 농업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난의 행군'과 선군시기에도 농촌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미제의 과제로 남아 있었으며 이는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 매지 않도록 하며' '인민생활에서 실제적인 향상을 이룩하는'데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결정적 문제이다.
지금과 같이 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력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절실한 문제이다.
이런 가운데 대내외에 보란 듯이 '우리나라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라는 전원회의 의제를 공개했으니 자신감이나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원회의에서 밝힌 지난해 성과와 새해 과업 부분의 핵심은 농업문제라고 생각한다.
농업부문의 성과 요소는 크게 4가지로 본다.
첫째, 밀재배를 늘려 흰쌀과 함께 주식으로 바꾸어 식량의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것이다. 겨울 작물인 밀은 경지면적이 제한된 북에서 유일하게 이모작 작물로 성공할 수 있는 알곡이다.
'흰쌀밥에 고깃국'을 인민생활 향상의 목표로 내세웠던 북에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국수, 만두 등 분식과 함께 빵이 어느덧 주식을 대체할 정도로 밀가루를 즐겨먹고는 있지만 여전히 휜 쌀밥만 주식으로 여기는 관습적인 사고가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북에서는 논곡식의 왕인 흰쌀과 밭곡식의 왕이라 일컫는 '강냉이'(옥수수)만 주력할 뿐 밀 생산 확장에 거의 무관심 했다. 특히 빵을 만드는 밀가루는 대체로 수입에 의존했다.
밀농사가 여러모로 귀찮은 작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히 밀은 충분히 주식으로 대신할 수 있는 곡물이며 이번에 식생활문제로 언급된 것은 아마도 밀종자의 개량이나 재배방법의 혁신 또는 이모작 곡물로 토지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전원회의에서 공개된 것을 보면 이같은 추측이 더 이상 억측이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김 총비서는 "우리 인민의 식생활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꾸는 데로 나라의 농업방식을 지향시키기 위한 방도적 문제들을 밝혔다"고 했다.
또 전원회의 보도는 '농업부문에서는 국가의 벼와 밀소요량을 충족시킬 수 있게 필요한 재배면적을 확보하는 사업을 계획적으로 내밀고 선진적인 재배방법을 도입하며 영농작업에 기계수단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건조시설을 꾸리는 것과 함께 밀 가공능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 되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 올해부터 그 효과를 보게 된다면 북은 앞으로 식량을 충분히 자력 할 수 있는 관건적인 고삐 하나를 쥐게 된 셈이다.
둘째, 새로운 농촌관리체계인 분조관리제(포전담당제)의 효과로 수많은 다수확농민이 등장하였고 지난해 어려운속에서도 알곡생산계획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그들을 치하해 감사문을 보내고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정치적 및 물질적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셋째, 매년 수십만 톤의 비료를 수입하던 북이 봉쇄로 막힌 속에서 비료도 자급자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공업에서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재해성 기상현상과 장애요인들에 예견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밀농사 현실화 △포전담당제의 효과로 다수확농민 등장 △비료 자급자족 △재해성 기후현상을 과학적으로 대응하는 등의 성과를 바틍으로 어떤 난관이 닥쳐도 버틸 수 있는 농업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
공예작물과 잠업 생산문제는 그동안 알곡생산에 치우쳐 오래 동안 언급되지 않던 중요한 지표로서 자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밖에도 북은 지난해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가 완성되어 내각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경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낡은 사업체계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사업방식 등을 제거하는데 품을 들였다고 했는데, 내각책임제로 여러 살림살이를 통일적으로 관리하는데 성공한 듯 싶다.
강철생산과 전력생산에도 전환이 일어났다고 언급하는 것을 보면 북은 이미 자력자강의 문 어귀에 들어섰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가 선진적이고 인민적인 방역으로 이행을 위해 필요 수단과 역량을 보강, 완비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 남측 및 국제사회의 대북 백신 제안 등에 응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북은 코로나 뿐만 아니라 지난 시기 여러 팬데믹도 자력을 잘 대처한 충분한 경험과 우수한 의료시스템이 있다. 그렇다고 북이 국제사회와 공조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여러 방식으로 국제사회와 교류하겠지만 미국과 한국의 제안에는 전술적으로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