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징역4년 확정 “공정에 경종”, 사진 선택 달리한 신문들
국힘 ‘중계없는 양자토론’ 고집, 조선 “어찌됐든 열릴 모양”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다수 신문이 이 소식을 1면에 올렸다. 신문들은 ‘입시비리 경종’ ‘국론분열을 끝낼 때’ 등 이번 사건의 의미를 규정하는 사설을 냈다.
국민의힘이 27일 더불어민주당에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양자토론을 “방송사 중계 없이 열자”는 입장을 고수하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포함한 설 연휴 4자 TV토론이 사실상 무산됐다. 다수 신문이 이를 1면 또는 사설에서 법원 결정을 대놓고 거스르는 처사이자 4자 토론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규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업무방해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가석방이나 사면이 없으면 정 전 교수는 2024년 6월2일 출소한다.
특히 대법원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인턴 경력 등을 입증하는 파일들이 담긴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정 전 교수 측은 “위조됐다는 표창장과 총장 직인 파일이 나온 동양대 PC는 조교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강사휴게실 PC와 그 안에 담긴 자료가 정 전 교수 소유 및 관리에 속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 ‘피의자가 소유하거나 관리한 휴대전화 등을 탐색하거나 복제 및 출력할 때에는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주심과 이번 사건의 주심이 모두 천대엽 대법관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 전 교수의 딸 조모씨의 의전원 입시에 쓰인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서울대 인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공주대 인턴 △단국대 인턴 △부산 호텔 인턴 등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로 결론 나면서 정 전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는 전부 유죄로 확정됐다”고 했다.
이어 “사모펀드 비리 및 증거조작 관련 혐의는 일부만 유죄로 판단됐다”며 “정 전 교수가 WFM 주식 12만 주를 장외매수하고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 중 일부에 대해 미공개정보이용이 아니다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조국 전 장관의 입시비리 재판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는 지난달 동양대 PC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에 반발한 검찰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제기해 재판이 중단된 상태”라며 “조 전 장관은 역시 유죄로 확정된 정경심씨의 ‘자산관리인을 통한 증거은닉교사 혐의의 공범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사건에 “‘조국 일가’를 겨냥한 전방위적 수사와 공소권 남용 논란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검찰은 이날 유죄 확정 판결을 통해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기사 끝무렵 “2019년 8월 조국 전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검찰 수사로 시작된 이 사건은 수사의 정당성을 놓고 찬반 진영이 대규모 장외 집회 등으로 충돌하면서 극심한 국론 분열로 이어졌다”며 “여권의 불만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윤석열 직무정지 및 중징계’로 현실화되면서 현직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충돌하는 이른바 ‘윤·추 대전’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했다.
신문들은 정 전 교수의 사진 배치 여부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한겨레는 정 전 교수의 사진을 배치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는 정 전 교수의 사진을 배치하되 얼굴 일부를 블러처리했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얼굴 전체를 드러낸 사진을 사용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뺀 모든 신문이 관련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한국 사회를 극심한 갈등으로 몰아넣은 ‘조국 사태’는 이제 중요한 매듭을 짓게 됐다”며 “(조국 전 장관은) 본인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부인의 유죄가 확정된 만큼 사과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조국 일가와 여권은 상고심 판결에 깨끗이 승복하고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그 누구보다 조 전 장관이 대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SNS를 통한 자리합리화를 그만두기를 당부한다. 정 전 교수의 대다수 혐의는 3심 내내 유죄였고 일부는 자신이 공모한 것까지 인정됐는데, 법학자이자 법무부 장관 출신이 이를 오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정 전 교수의 입시비리 사건은 우리 사회에 공정이란 화두를 던졌다”며 “정 전 교수가 재판 과정에서 진솔한 반성 없이 ‘남들도 다 그렇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겨레는 “재판 결과를 두고도 여론은 극명하게 갈릴 가능성이 크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두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리가 있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아내 김건희씨의 ‘가만 있었으면 조 전 장관 부부가 구속 안 되고 넘어갈 수 있었다’는 통화 녹취록 발언을 언급한 뒤 “그렇다고 해서 입시비리 자체가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중계 없는 양자토론’ 국힘 주장에 “꼼수” “비겁” “앞뒤 안맞아”
국민의힘은 27일 민주당을 향해 “31일 국회나 제3의 장소에서 양자토론을 열자”며 지상파 방송사 중계 없는 별도 토론을 제안했다. 법원 제동으로 양자 TV토론이 무산되자 방송 초청 4자 토론을 거부하고 별도 토론을 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응할 테니 4자 토론 참석 여부만 밝히라”고 했다.
법원은 전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낸 텔레비전 토론회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큰 텔레비전 토론에서 배제된 후보자는 향후 선거 구도에서 불리해질 수 있고, 유권자의 알 권리도 침해당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은 선거법에 규정된 언론사 초청 토론회 형식 대신 ‘자체 토론’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윤 후보가 안, 심 후보가 포함된 토론을 피하는 모양새로 비치자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대외협력본부장 이용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3의 장소에서 양자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명분 없을 뿐 아니라 토론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옹졸한 제안”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1면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한다며 양자토론을 불허한 법원의 결정 취지를 부정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또 28일로 예정된 대선 후보 4자토론을 위한 실무협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히면서, 설 연휴 기간 텔레비전 토론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4면에서 “국민의힘의 입장을 두고 대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라며 “‘최대한 많은 국민이 볼 수 있어야 한다’며 31일 황금시간대 양자 지상파 TV토론을 주장했던 국민의힘이 이날 지상파 중계 없는 양자토론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라고 했다.
9개 신문 가운데 조선일보만 관련 기사를 내지 않았다. 다만 조선일보는 강인선 부국장 칼럼에서 “대선 TV토론을 하자고 먼저 달려드는 쪽은 대개 지지율이 열세인 경우”라며 이재명 후보가 “윤 후보가 머뭇거리자 ‘토론을 피한다’는 프레임으로 공격했다”고 했다.
강 부국장은 칼럼에서 이후 법원의 안, 심 후보를 뺀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결정이 나오자 윤 후보의 제안이 나왔다며 “어떤 구도가 됐든 조만간 토론이 열릴 모양”이라고 풀이했다. ‘TV토론 무산’으로 풀이한 대다수 신문과는 다른 논조다. 강 부국장은 “TV토론은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토론에서 상대를 이기는 방법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국민의힘 제안이) 법원 결정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설 연휴 전 4자 토론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며 “비겁한 쪽은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4자 토론을 요구했던 민주당은 양자 토론도 하겠다고 수용했으나 법원 결정 부합 여부 등을 두고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하다”라며 “법원 결정 취지를 훼손한 양당 간 담합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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