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판교 산운마을 공공주택 단지. LH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전국 311만호 주택공급 공약을 내놓으면서 함께 약속한 공공택지 조성원가 공급 방침이 관심을 끌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이 공약이 실현된다면 최근 4차까지 진행된 사전청약 주택을 비롯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주택 분양가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주택 분양가 낮추기는 무주택 수요자들에게 ‘부담가능한 수준’의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이지만, 실제 공공택지를 조성원가로 공급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공공택지내 주택 분양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월21일 청약을 마친 수도권 4차 공공주택 사전청약에 처음 나온 고양 창릉새도시 전용면적 59~84㎡ 공공분양 아파트는 추정 분양가격이 3.3㎡당 1890만~1980만원으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또 서울 대방동에서 나온 신혼희망타운 전용면적 55㎡ 분양가는 3.3㎡당 2854만원으로, 소형 공공주택 분양가로는 역대 최고가 수준이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 추정분양가는 대체로 시세의 60~80% 수준이라고 강조하지만, 최근 몇년 새 수도권 아파트 시세가 급등한데 따라 공공주택 분양가도 그만큼 높아진 게 현실이다. 예컨대 이번 고양 창릉새도시 공공분양 추정분양가의 경우 지난 2014년 인접한 원흥지구에서 공급된 공공분양 분양가에 견줘 7년여만에 갑절 이상 오른 가격이다. 당시 엘에이치의 원흥지구 공공분양주택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3.3㎡당 870만~900만원 수준이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에서도 주택 분양가격이 이처럼 오르고 있는 것은 택지비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분양가상한제의 주택 분양가는 ‘택지비+건축비+가산비용’으로 책정되는데,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택지비가 시세를 반영하고 있는 감정가 기준으로 공급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사전청약 주택의 추정분양가에 포함된 택지비는 ‘간이감정가’ 방식으로 해당 택지의 시장가격이 반영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 후보가 당선돼 공공택지 공급가격 기준이 조성원가로 바뀔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수도권 공공주택 사전청약에서 엘에이치가 제시한 추정분양가가 이후 본청약 시점에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공공택지 사전청약을 총괄하는 국토부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 관계자는 “주택 규모나 유형에 따라 조성원가의 ‘100~150% 이하’ 등 차등화된 기준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택지 공급가격 기준이 바뀌면 공공주택 분양가는 현재의 추정분양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후보뿐만 아니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인 ‘청년원가주택 30만호 공급’도 공공주택 분양가격을 원가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전제로 하고 있어, 두 후보의 공공주택 정책에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공공주택을 지금 수준보다 더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공분양은 전매제한과 거주의무 기간을 두고 있고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적용해 시세차익의 일부를 공공이 환수하고 있으나, 분양가를 더 낮추면 수분양자(계약자)에게 쏠리는 이른바 ‘로또’급 시세차익을 적정 범위에서 환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공공주택 사업자인 엘에이치의 구조개혁과 재무구조 개선 대책도 필요하다. 현재 엘에이치는 자체 사업인 공공분양과 민간에 매각하는 택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부문의 손실을 메꾸고 있기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엘에이치의 임대부문 손실이 지난해 1조6천억원, 가구당 1억2천만원인 상황에서 택지 매각과 분양주택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도록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공공임대를 총괄하는 주거복지 전담조직 신설 등 엘에이치 구조개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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