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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농지전수조사? '농업경영체 전수조사'가 시급하다

[농사꾼이 본 대선후보 농업공약 ②] 최우선 순위는 '농지'가 아니라 '농민'

22.01.31 17:02l최종 업데이트 22.01.31 17:02l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월 25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월 25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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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코로나19로 시작된 새로운 전환의 시기를 맞아 농업농촌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난 1월 25일 '농업농촌 대전환 5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아래와 같은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소멸위기 농촌을 균형발전의 거점으로 대전환
둘째,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는 식량안보농업으로 대전환
셋째,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그린탄소농업으로 대전환
넷째, 일손·가격·재해 걱정없는 안심농정으로 대전환
다섯째, 농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대전환

 
또한 농어촌기본소득 연 100만 원 이내 지급, 이장 수당 20만 원 임기 내 인상,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 비중 5%로 확대, 식량자급 확대를 위해 국가식량자급 60% 목표 수립, 식량안보직불제 도입, 친환경유기농업 재배면적 비중 20% 목표 수립, 농업인력지원법 제정, 광역단위 인력중개센터 설치, 공공형 계절근로자제도 도입,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 미래혁신 인재 5만 명 육성, 부동산 감독원 설치를 통한 농지전수조사 등 5대 공약의 세부 실천 공약도 발표했습니다.

순수임차농(純粹賃借農)이지만 22년째 친환경인증을 받아 농사를 짓고 있고, 현직 이장으로 농촌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제게는 이 후보의 공약 모두가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제대로 실천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후보 공약의 토대라 할 수 있는 농지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책이 너무도 안이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농지의 48.7%가 임차농지라는 현실, 이해 못 했나

이재명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 거래분석원' 수준이 아니라 '부동산 감독원'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감독원에서 전국의 부동산 토지 소유 실태를 전부 조사할 것이고 그 안에 농지전수조사도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농지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입니다.

농지는 단순한 부동산(땅)이 아니라 농민의 삶과 노동(땀)의 근거지이며 우리나라 전체 농지의 절반 가까운 48.7%의 농지가 임차농지라는 엄중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보입니다.
 

임차농지비율
▲  임차농지비율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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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업계를 들끓게 했지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중대한 사건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째, LH(토지주택공사) 사태 당시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하고 농업경영체 등록을 함으로써 농지법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직원들 중 아무도 영리업무 금지 위반으로 징계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관련 기사 : 농사꾼들은 다 안다, LH 직원들 무슨 불법 저질렀는지 http://omn.kr/1sbju ).

둘째, 2021년 3월 17일. 국회 농해수위에서 4차 재난지원금 대상에 농어민을 포함시키고 농가당 100만 원씩 지급하는 보편 재난지원금 예산 1조70억 원이 포함된 추경 증액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농업경영체등록을 한 공무원·교사·공공기관 임직원·군인들이 농민을 위한 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에 밀려 소규모 농가 한시 경영지원과 화훼, 친환경, 겨울수박, 말, 농촌체험휴양마을 등 5개 피해품목 농가에게만 1654억원이 지급된 사건입니다(관련 기사 : 이러다 투기 공무원들 농민재난지원금 받을라 http://omn.kr/1shy0 ). 

셋째, 지난해 연말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년 기본형 공익직접지불금 신청 건수 114만여 건 중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노인장기요양 등급 판정자 6만여 명의 명단을 확보하고서도 고작 388명에 대해서만 직불금 지급 거절 조치를 함으로써 72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부당하게 지급한 사건입니다(관련 기사 : 치매 환자도 받는 공익직불금? , 민중신문, 2021.12.15. 보도). 
 

공익직불제 준수사항
▲  공익직불제 준수사항
ⓒ 농산물품질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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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영체 전수조사 통해 부재지주-가짜농사꾼 처벌해야

위에 언급한 세 가지의 사건은 모두 농민의 관점이 아닌 '농지'를 중심으로 농업을 바라봤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대로 "농업인이 존중받고, 농촌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지전수조사'가 아닌 '농업경영체 전수조사'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농업공약 발표 당시 이 후보는 "농지 소유와 이용에 대한 상시 조사 인력을 확충해 투기 감시를 통해 임차농 보호를 강화하겠다"고는 했지만, 농지 문제의 현실 지형의 '핵심 토대'에 접근하는 게 우선이어야 합니다.  '농업경영체 전수조사'를 통해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들을 처벌하고, 그들이 소유한 농지를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한다면, 그리고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들의 농지 취득에 관여한 공무원들을 징계한다면 그가 공약한 전문적·현실적 대책들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이 어느 때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높다는 것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도시민 중 60.1%가 농업·농촌의 공익적기능에 대해 추가로 세금 부담을 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추가 세금 부담 반대 응답은 역대 최저치인 27.9%로 나타난 것입니다(2021.11.19.~2021.12.17. 조사, 농업인 1044명-도시민 1500명 조사 대상).
 
연도별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도시민의 추가 세금 부담 의향 변화
▲  연도별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도시민의 추가 세금 부담 의향 변화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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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윤석열 후보 공약 평가 - 늙은 농민에 은퇴 권유?... 윤석열, 농촌을 붕괴시킬 건가 http://omn.kr/1x3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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