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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녹조 독... 낙동강 8개 보 하루빨리 열어야
22.02.01 20:16l최종 업데이트 22.02.01 20:1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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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창녕보 녹조 2018년 8월 126만셀이라는 기록적인 조류 수치를 기록한 때의 합천창녕보 공도교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이다. 강 전체가 온통 초록빛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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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한 장은 2018년도 8월 합천창녕보(이후 합천보) 공도교 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합천보 상류가 온통 초록빛이다. 그것도 진한 초록빛이다. 짙은 녹조 현상이 발현된 모습이다. 당시 유해조류 세포수는 밀리미터당 126만셀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조류대발생의 심각한 단계까지 간 것이다. 국가적 재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2주 연속해서 조류 세포수가 100만셀이 넘어야 한다는 자체 규정을 근거로 실지로 조류대발생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혼선이 따랐다. 녹조로 부산 정수장이 한계 상황에 이르자 부산시는 수돗물 제한급수를 검토해 실행 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태풍 등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당시 '녹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낙동강 보가 있는 한 이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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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백색 모래톱 위를 낮은 강물이 흘러간다. 4대강사업 전의 전형적인 낙동강 모습과 같다. 새들도 찾아왔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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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장의 사진은 지난달 29일 역시 합천보 공도교 위에서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이다. 초록빛 녹조 대신 은백의 모래톱이 드러났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마치 4대강사업 이전의 낙동강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낙동강 가까이 내려갔다.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강물은 맑았다. 낙동강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합천보의 개방으로 낙동강은 완전히 다른 강으로 변해 있었다. 녹색의 강이 아닌 은백의 강으로, 막힌 강이 아닌 잔잔히 흐르는 강으로 돌아와 있었다.
핵심은 모래톱과 흐름이다. 모래는 수질을 정화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그동안 바닥에 쌓여있던 뻘층이 씻겨 내려가고 은백의 모래톱이 돌아왔다는 것은 수질 정화 필터가 생겨났다는 것과 같다. 강이 다시 흐른다는 것은 조류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 수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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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진교 녹조 2016년 8월 박석진교에서 바라본 낙동강 모습이다. 강물이 들어차 있고, 그 위에 녹조가 피어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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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보를 개방하자 박석진교 아래의 황금색 모래톱 위를 낮고 맑은 물길이 흘러간다. 살아있는 낙동강의 모습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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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두 장의 사진을 보자. 한 장은 녹조가 가득한 박석진교의 모습이고, 또 한 장은 모래톱 위에서 맑은 강물이 흘러가는 박석진교의 모습이다. 같은 장소의 모습인데 전혀 다른 표정의 두 얼굴을 하고 있다. 합천보 개방 전과 개방 후의 차이다.
강이 막혀 있으면 녹조는 번성하게 되어 있다. 보로 물을 담는 순간 녹조는 피어오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먹는 물과 농작물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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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녹조라떼. 낙동강 녹조의 심각성을 널린 알린 사진.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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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강물이 녹색으로 변해 심미적으로 거부감을 일으키기 때문이 아니다. 녹조에는 독이 있다. 그것도 대표적 독극물인 청산가리의 100배나 되는 맹독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남세균(Cyanobacteria)으로 불린다. 세균 즉 박테리아의 일종이다.
이 남세균이 내뿜는 독이 시아노톡신(Cyanotoxin)이고 이 시아노톡신은 간독, 신경독, 최근에는 치매, 알츠하이머 등의 뇌질환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 알려지고 있다. 간뿐만 아니라 신경 그리고 심지어 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시아노톡신 중에서 가장 흔하고 유명한 것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바로 마이크로시스틴이다. 이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에 치명적이고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잠재적 발암 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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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미경으로 본 녹조.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의 모습.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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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먹는 물 안전에 심각한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에서 매년 여름 창궐한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시스틴은 생물 농축 즉 다른 생물에까지 전이가 된다. 녹조가 핀 곳에서 잡은 물고기에서, 녹조가 핀 강물로 키운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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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조 강물로 키운 상추 600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들어있는 낙동강 녹조물로 키운 상추에서 68ppb의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 곽상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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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실험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가을 환경운동연합과 뉴스타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600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들어있는 녹조 물로 키운 상추에서 68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 비단 상추뿐이겠는가? 녹조 물로 키운 모든 농작물 특히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 배추, 무에서도 이 독성물질이 나올 수 있다. 쌀은 주식으로 매일 먹기 때문에 미량이라도 우리 몸에 계속해서 쌓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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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조 논 낙동강의 녹조 물로 키운 벼가 자라고 있다. 녹조 독이 쌀에서도 검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
ⓒ 임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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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로 인해 먹는 물에 이어 음식까지 불안하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이다. 이대로 계속 방치하면 너무 무책임하다. 국가가 존재하는데, 그 국가의 국민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 그냥 방치한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를 심각히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벌써 4대강 보가 만들어진 지 10년이다. 다행히 금강과 영산강은 수문이 열려 녹조가 사라졌다. 그러나 낙동강은 아직 보가 그대로 있다. 지난해 여름에도 기록적인 녹조가 관측이 됐다.
다시 사진으로 돌아가자. 녹조가 사라진 강의 모습이다. 합천보를 열었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보의 수문만 열어도 녹조는 사라지는 것이 금강과 영산강에서 이미 증명이 되었다. 낙동강에서도 비록 겨울이지만 수문을 열면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는 것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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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드러난 은백의 모래톱 위를 강물이 흘러간다. 4대강사업 전의 낙동강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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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백의 모래톱 위를, 황금빛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낙동강이 비로소 낙동강다운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되면 녹조는 사라지고 수질은 더욱 좋아진다. 더불어 낙동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생명도 안전해진다.
인간과 뭇생명들이 모두 좋아진다. 단지 수문만 열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그러니 낙동강 보의 수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취·양수장 구조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4대강사업 당시 이명박 정부는 말도 안되게도 394억 원이나 들여서 99곳의 취·양수장 이설 보강공사를 했다. 지금의 관리 수위에 맞게 취·양수장의 취수구를 조정한 것이다. 이것들부터 시작해서 모두 157곳의 취·양수장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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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풍양수장 합천보 수문을 열어 수위를 떨어뜨리자 현풍양수장의 취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났다. 취수구를 강물까지 연결하는 공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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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예산이다. 올해 여기에 고작 308억 원의 예산이 확보됐다. 대략 총 9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야 하는데 올해는 너무 터무니없이 적다. 그러니 올 연말 예산을 짤 때 내년도 예산에 대폭 반영해야 한다. 이 시급한 문제에 예산이 먼저 쓰이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대선 후보들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낙동강 녹조 문제는 1300만 영남인의 안전과 관계된 문제다. 국가를 책임질 분들이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시원한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를 운영할 자격이 있다. 대선 후보들이 명확한 방침을 밝히기를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의 현실을 기록하고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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