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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시 건설을 가능케 했던 힘 세 가지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2/0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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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삼지연시 모습. [사진출처-북한 기록영화 화면 갈무리]

 

북한의 삼지연시 건설사업이 지난해 12월 완료되었다. 

 

북한은 삼지연시 건설사업을 완료하고 나서 삼지연시 기념 우표, 달력 등을 만들며 그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지난 1월 15일 조선중앙TV를 통해 ‘[TV기록편집물] 백두대지에 새겨진 건설자들의 위훈-삼지연시꾸리기 3단계 공사의 나날을 더듬어’를 방송했다. 

 

이 기록영화는 삼지연시 3단계 공사를 집중조명하면서 삼지연시 건설을 담당한 216사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록영화는 왜 삼지연시 건설사업 중 3단계 공사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알릴까. 

 

2019년 12월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삼지연시 건설사업 2단계 완공식을 진행했다. 그리고 바로 3단계 공사에 진입할 계획을 세웠으나 공사량이 1, 2단계보다 훨씬 방대했다고 한다.

 

김철룡 216사단 현장지휘조 분과장은 “3단계 공사는 앞서 진행한 1, 2단계 공사와는 양상이 다른 공사였다. 1, 2단계 공사는 삼지연시 중심구역에 정비된 공사였다면 3단계 공사는 시 외부에 널려 있는 십여 개 동과 리에 살림집과 공공건물을 동시에 건설해야 하는 방대한 공사였다. 따라서 건설 자재들과 물자들이 부족했고, 건설장 전개, 수송로 개척. 건설자재 운반을 비롯해 모든 것이 악조건이었다. 일부 여단에서는 방대한 공사를 끝내기 위한 공사계획을 완벽히 세우지 못하고 좌왕우왕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2019년 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정면돌파’ 사상이 216사단원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고 한다. 

 

216사단원들은 “내부적 힘을 더 강화하고 자력갱생 위력으로 난관을 돌파하자”라는 전원회의 사상으로 무장하고 공사에 들어가 삼지연시를 당의 의도대로 건설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기록영화가 3단계 공사를 집중 조명한 의도는 1, 2단계보다 더 방대한 3단계 공사를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해낸 216사단의 원동력을 북한 전역으로 전파해서 모든 농촌을 삼지연시처럼 바꾸자는 조선노동당의 과업을 실현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방대한 삼지연시 건설을 가능케 했던 원동력을 살펴보자.

 

‘백두의 혁명정신’...“불가능을 모른다”

 

북한은 백두의 혁명정신에 대해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맞받아 뚫고 나가는 완강한 공격정신이며 백번 쓰러지면 백번 다시 일어나 끝까지 싸우는 견결한 투쟁정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삼지연시는 해발고도가 1,381m에 달한다. 그래서 날씨 변화가 크고 다른 지역보다 더 춥고 눈도 많이 온다. 

 

날씨가 추우면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삼지연시는 차량으로 건설자재를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삼지연시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30~40도라고 한다. 공사에 자갈이 필요한데 자갈은 막돌을 파쇄해서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눈이 오고 길이 얼어 차량이 막돌을 운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군인들이 차량이 아닌 발구(눈 위에서 물건을 나르기 위해 만든 기구)를 직접 이용해 막돌을 날라 자갈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기록영화는 이에 대해 “인민군 군인들이 200kg의 막돌을 실은 발구를 끌고 하루에 달린 거리는 근 100여 리, 한 달 동안에 2,500여m³의 골재 확보”라고 소개했다. (2020년 1월 리명수동 건설에 투입된 ‘조선인민군 김세형소속부대’의 사례)

 

▲ 군인들이 차량이 아닌 발구를 이용해 막돌을 날라 자갈 문제를 해결했다. [사진출처-기록영화 화면 갈무리] 

 

내린 눈이 녹으면서 진펄(땅이 매우 부드럽고 질어 질퍽한 땅)을 메워 수송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계를 사용할 수 없었다. 수송로 보장하기 위해 군인들이 마대를 지고 도로를 개척해 10여 일 동안에 수십만m³의 흙을 날라 진펄을 메우고 수백 리 구간의 도로를 건설했다고 한다. (리명수동 건설에 투입된 황해북도건설여단의 사례)

 

철길건설여단의 철도성연대는 2020년 7월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백두산 천지로 향했다. 이들은 조선노동당 창건 75돌(2020년 10월 10일)까지 백두산 지상궤도식삭도(지상으로 다니는 케이블카) 철길 대보수 공사를 끝내야 했다. 삼지연에서는 비가 왔으나 백두역에 도착하니 눈발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들이 맡은 철길은 1,000m 오르면 높이는 300m가 높아지는 급경사 구간이었다. 자동차를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이들은 수백kg, 1t이 넘는 레일과 침목을 등짐으로 날라 삭도 철길 공사를 20여 일 앞당겨 끝냈다고 한다. (2020년 7월 백두산 지상케이블카  철길 개보수에 투입된 철길건설여단의 철도성연대 사례)

 

▲ 철길건설여단의 철도성연대의 모습. [사진출처-북한 기록영화 화면 갈무리]  


기록영화는 삼지연시 건설에 투입된 돌격대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공사에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돌격대원의 시를 소개했다. 

 

“어이 알리

내 지금 침목을 메고 한치한치 톺아오르는 이곳이 

투사들이 피 뿌리며 싸운 그 날의 격전장이 아닌지

내 아직은 조국을 위해 땀조차 진하게 바치지 못했거늘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그처럼 기다리시는 

삼지연시 건설의 완공을 위해

내 아낌없이 바치고 바치리라

피와 같이 진한 나의 땀을

오 백두산이여

가슴에 안아다오

투사들이 흘린 피와 내 흘려갈 땀을”

 

이 시를 통해 삼지연시 건설 돌격대원들이 삼지연시 건설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것을 값있게 생각하며 난관을 이겨내고 있었던 것 아닌가 추정할 수 있다. 

 

기록영화는 삼지연시 돌격대원들이 백두의 혁명정신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절절함으로 공사에 나섰다고 설명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삼지연시 건설에 총설계가, 시공주, 건설주가 되어 직접 8,800여 건에 이르는 설계형성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최고지도자가 이처럼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니 건설에 나선 돌격대원들도 자연 등의 객관적 조건에 구애받는 것이 아니라 난관을 이겨내며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해낸 것으로 기록영화는 설명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삼지연시 건설에 8,800여 건에 이르는 설계형성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출처-북한 기록영화 화면 갈무리] 

 

 

자력갱생의 정신 “밀림 속의 병기창”

 

삼지연시 문화회관에 216사단의 ‘자력갱생 전시관’이 있다고 한다. 

 

자력갱생 전시관에는 수백여 점의 건설자재가 전시돼 있다. 이 건설자재의 특징은 새롭고 신기한 것이 아니라 모두 삼지연시의 흔한 흙과 돌 등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삼지연시 돌격대원들은 3단계 공사에 본격 진입하기 전인 2020년 1월 초 마감건재 전시회, 기술성과 전시회 등을 진행했다. 이들은 삼지연시 3단계 공사에서 건설자재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동안 만든 건설자재 등을 전시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교환했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건설에서 ‘지방원료에 기초해 건재를 생산하고 토대를 구축해 공사의 속도와 질 더 높이자’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건설에 필요한 자재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 삼지연시 문화회관에 있는 216사단의 ‘자력갱생 전시관’ 모습. [사진출처-북한 기록영화 화면 갈무리] 

 

먼저 블록을 만든 사례이다. 

 

시멘트를 절약하기 위해 삼지연에서 흔한 원료인 부사와 규조토를 섞어 블록을 만들었다. 규조토에는 점성이 강한 성분이 포함돼있어 시멘트를 덜 쓰고 규조토를 각각 절반씩 혼합해도 세기가 아주 좋은 블록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석탄을 쓰지 않고 철근을 가공하는 문제도 해결했다고 한다. 

 

건설 현장에서 철근을 굽히거나 늘이는 연신 작업을 해야 하는데 연신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석탄이 필요했다. 이들은 석탄을 쓰지 않고 철근을 연신 할 수 있는 ‘무소둔연신철근기’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월 50t가량의 석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벽돌을 만드는 방법에서 새로운 방식도 추구했다.

 

조남일 포태건설여단 황해남도연대 과장은 “연대지휘부에서는 시멘트를 대용할 수 있는 건재로서는 벽돌을 생산하자고 했다. 벽돌을 생산해서 시멘트를 절약할 방도를 찾는 계획을 우리가 세웠다. 여기(삼지연시)에 흔한 진흙과 감자가루공장에서 나오는 연재를 가지고 하자고 방향을 세웠다. 고생도 많이 하고 실패도 많이 했다. 성공하니까 효과가 대단히 높았다”라고 말했다.

 

▲ 벽돌을 만든 과정을 설명하는 조남일 포태건설여단 황해남도연대 과장. [사진출처-북한 기록영화 화면 갈무리] 

 

그 외에도 기와, 창문, 가구 비품도 자체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건설에 필요한 대부분 자재를 삼지연시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거나 원료를 절약하는 방식이 삼지연시 건설에 도입된 것이다. 

 

북한은 삼지연시 건설에 대해 “삼지연시 성과와 경험 기준을 통해 우리 당의 지방건설정책을 올바른 방향대로 추진시켜나갈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을 마련했다”라고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모든 농촌을 삼지연시처럼 만들자고 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지연시 건설에서 필요한 건설자재들을 자체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마다 흔한 재료를 이용해 건설자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록영화는 삼지연시의 자력갱생을 ‘밀림 속의 병기창’이라고 빗댔다. 밀림 속의 병기창은 일제 강점기에 김일성 주석이 반일 투쟁을 벌이면서 자체로 필요한 무기들을 만들었던 자력갱생의 정신을 의미한다. 

 

삼지연시 돌격대원들은 건설에 필요한 자재만이 아니라 돌격대원들의 생활을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건설 대대별로 축사를 만들고 채소도 기르고, 체육실도 꾸리면서 돌격대원들의 문화생활도 보장했다고 한다.

 

태어난 곳은 달라도 마음의 태는 삼지연에 묻은 사람들

 

삼지연시 건설에 나선 돌격대원들 중에서 부부 돌격대, 부녀 돌격대, 부자 돌격대, 모자 돌격대, 모녀 돌격대, 형제·남매 돌격대들이 많았다고 한다.

 

기록영화는 이들에 대해 “가정보다 조국을, 가사보다 국사를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라며 작업복에 핀 소금꽃을 사랑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최진향 돌격대원은 “삼지연은 장군님의 고향집이 있는 곳이 아닌가. 조선혁명의 뿌리가 내리려 했고 만대에 길이 빛날 혁명 전통이 창조된 이곳을 잊으면 가정도, 행복도 없다. 그래서 여기서 삼지연 공사장에 달려 나와 작은 힘이라도 바쳐가고 있다. 돌격대원들은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마음의 태는 여기 삼지연에 묻고 있다”라며 돌격대원들의 마음을 전했다. 

 

▲ 삼지연시 돌격대원들 모습. [사진출처-북한 기록영화 화면 갈무리]  


한 돌격대원은 자신이 영예군인(군대에서 부상 당하고 제대한 군인)이라는 것을 속이고 삼지연시에 탄원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영예군인은 “장군님의 고향집 뜨락을 꾸리는 삼지연 전투장에서 혁명의 꽃을 피우는 것이 소원이다. 자기가 남들처럼 힘을 쓰는 일을 할 수 없어도 시공이야 못하겠느냐 하면서 하루빨리 충성의 보고를 드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라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영예군인은 삼지연시 건설장에서 시공가로 명성이 높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런 삼지연시 돌격대원들에게 감사를 보냈다고 한다. 

 

“천지의 물이 아무리 맑고 깨끗하다 하여도 그들이 바치는 충성의 땀방울에는 비길 수 없다. 우리는 정말 좋은 인민과 함께 위대한 시대를 앞당겨가고 있다. 위대한 장군님의 영원한 제자, 위대한 장군님의 충직한 아들, 딸들로서의 의리와 본분을 다해가고 있는 216사단 전체 대원들과 지휘관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를 드린다.”

 

기록영화는 돌격대원에 대해 “혁명의 백승의 비결이 무엇인지 광활한 미래를 앞당겨오는 힘이 과연 무엇인가를 긍지 높이 새겨주는 시대의 본보기였고 거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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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영화는 삼지연시 3단계 건설 의의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먼저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몇 개 도시와 맞먹는 시 안의 여러 지구와 농장을 사회주의 산간문화 도시의 본보기로, 농촌진흥의 표본으로 삼지연시를 혁명의 성지답게 꾸렸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록영화는 이뿐만이 아니라 더 큰 의미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삼지연시 건설을 통해 수령께 영원히 충성하고 수령의 혁명위업을 만대에 길이 빛나려는 전체 인민의 확고부동한 신념과 의지가 과시되고 주체혁명위업의 계승 완성을 위한 근본 담보가 더욱 확고히 마련되었다. 성과와 경험 기준을 통해 우리 당의 지방건설정책을 올바른 방향대로 추진시켜나갈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계속해 기록영화는 “백두대지의 천지개벽, 이는 자기 힘을 믿고 천만군민이 영도자의 두리에 굳게 뭉쳐 일떠설 때 못해낼 일이 없다는 자력갱생의 진리를 더 굳게 새겨 준 역사의 증견으로, 우리 당역사에 또 한 페이지 긍지 높이 새겨놓고 길이 전해갈 또 하나의 혁명적 재부로 길이 빛날 것”이라고 했다.

 

▲ 삼지연시. 

 

북한은 지난 1월 27~28일 이틀에 걸쳐 조선농업근로자동맹(이하 농근맹) 제9차 대회를 개최했다. 

 

다른 해보다 농근맹 대회 시기가 매우 빨랐다. 그만큼 올해 북한이 농촌문제에서 큰 변화를 이룩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농촌 마을을 바꾸려는 의지가 높다. 북한이 농촌을 변모시키는데 삼지연시의 경험이 어떤 힘을 발휘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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