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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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윤석열 : "뭘 이렇게 좀 질문하려고 종이에다 써가지고 갔는데, 진짜 5%도 못 물어봤다."
심상정 : "야구할 때 '구질 파악'이란 게 있다. 첫 토론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되겠다' 계산하면서 했다."
안철수 : "처음이라 그런지, 서로 자신의 제일 높은 수준의 무기들을 안 꺼내놓은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명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간 첫 TV토론은 '탐색전'에 가까웠다. 예상됐던 질문과 답변이 나왔고, 서로의 득점과 실점이 교차하는 공방이 이어졌다. 하지만 공방의 수위가 어느 수준의 온도 이상으로 뜨거워지진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상대방 실력에 대한 어느 정도의 탐색 기간이었다"라고 평가했듯, 각자가 가진 패를 모두 열어 보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장 취재진 앞에 선 후보들은 대체로 물리적 시간의 제약을 아쉬워했다. 동시에 향후 남은 법정토론 등을 염두에 둔 듯 앞으로의 토론 기회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오래간만에 하니까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며 "감 잡았다"라고 자신감을 내보인 게 대표적이다.
[이재명] 방어하며 유효 포인트 따기... 대장동 방어엔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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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 공동주최 대선후보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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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자신이 '말만 잘하는 사람'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일부러 점잖게 간 것으로 보인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MBC <스트레이트>가 김건희씨의 7시간 녹취 보도를 예고했을 때도, 국민적 기대치가 너무 높았는데 막상 방송되고 보니 '생각보다 별 것 아니네'라고 하게 됐다"라며 "당연히 이재명이 토론을 잘할 거라는 기대치가 높다 보니, 이번 토론을 보는 국민적 평가는 오히려 그가 이겼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는 스스로 선언한 대로 직접적인 '네거티브'를 자제했다. 답변할 때는 책임을 분산시키며 직격을 피했다. '대장동' 관련 맹공이 이어지자 누가 질문을 하든 국민의힘의 책임을 함께 언급했고, 특히 윤석열 후보가 줄기차게 몰아붙일 때엔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꺼내 "오히려 윤 후보가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라며 맞불을 놨다(관련 기사:
토론 시작부터 대장동, 또 대장동 그리고 대장동).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재명 후보는 생각보다 방어적이었다. 그런데 그 방어를 하는 데는 네거티브가 깔려 있었다"라고 평했다.
대신 질문할 때는 전문용어를 적극 사용해가며 자신의 정책 능력을 상대적으로 돋보이게끔 하는 게 이 후보의 전략이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캠페인)'과 관련해 질문한 뒤 윤석열 후보로부터 "그게 뭐죠?"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데서 드러나듯, 방어 위주의 토론을 풀어가면서도 유효 포인트를 몇 차례 획득했다(관련 기사:
이 "RE100, EU 택소노미 대응은?" - 윤 "그게 뭐죠?").
하지만 누적 승점이 충분하지는 않아 보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아주 크게 실점을 한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대장동 관련은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충분히 예상된 질문이었을 테고, 많이 준비했을 텐데도 완벽하게 방어했다는 느낌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토론회를 분위기 전환을 위한 모멘텀으로 삼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건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가 손해를 본 셈"이라는 총평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4자토론 직후 논평을 통해 "이 후보가 보인 토론 모습은 차라리 안쓰럽다. 본인은 아무것도 몰랐던 그저 바지사장과 같은 성남시장이었다고 변명하는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라며 "이 후보는 차라리 무능해서 아무것도 몰랐다고 고백하는 것이 의혹에 대한 답변을 원하는 국민에 대한 예의였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석열] 경선 때보다 나아졌다... 기본 사실관계 또 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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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 공동주최 대선후보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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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때와 비교해선 한층 나아진 토론 태도를 보였다. 특히 보수정당이 비중을 높게 두는 안보 주제에서 적극 방어에 나섰다(관련 기사:
이 "사드 추가? 경제 망칠건가" - 윤 "안보 튼튼해야 주가 유지").
엄경영 소장은 "윤석열 후보가 부동산 문제에서는 헤맸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생각보다 잘했다"라면서 특히 "외교정책에 있어서 확실하게 전통적 가치를 주장했는데, 안보 이슈에서 최근 조금 재미를 보아서 그런지 1대3으로 싸웠는데도 조금 유리했다"고 봤다.
윤 후보는 이날 최소 두 후보에게 질문해야 하는 토론 규칙이 있었음에도, 작정한 듯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 대부분을 이재명 후보를 향한 공격에 할애했다. 이 후보의 답변이 길어지면 중간에 끊어냈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다른 후보에게도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결국 규칙 준수 여부를 두고 몇 차례 이 후보와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토론이 끝난 뒤 고용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남을 깎아내리고 헐뜯기 위해 자신의 비전과 정견을 알릴 시간을 허비하는 야당 후보의 모습은 무척 안타깝다. 대선후보 윤석열은 안보이고 검사 윤석열만 보였다"라고 꼬집었다.
여전히 기본적인 사실관계나 주요 정책 이슈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미 지난 국민의힘 경선 때 현실과 동떨어진 '주택청약통장' 관련 발언으로 약점을 노출했는데, 똑같은 청약 관련 질문에 잘못된 답변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관련 기사:
"주택청약통장 없다"던 윤석열, 청약 답변 줄줄이 오답).
이같은 상황 때문에 토론을 지켜본 누리꾼들로부터 '실시간 팩트체크'를 당한 윤 후보의 발언도 몇 개나 된다. 다만 이전처럼 얼버무리기보다는 "가르쳐달라" "그게 뭐냐?"라고 물음표를 돌렸는데, 이같은 태도가 충격을 반감시켰다는 평도 나온다. 이강윤 소장은 "윤석열은 능글능글한 태도를 보이며, 걱정했던 것보다는 토론을 잘 풀어갔다"라며 "특히 곤란할 때 확 인정해버렸는데, 그런 자세가 윤석열 후보의 전통적 지지층에게는 되레 심리적 동조 효과를 일정 정도 거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상정] 윤석열 '김건희 미투 폄훼' 사과 끌어내... 강력한 부인에 잠시 말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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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 공동주최 대선후보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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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며 양강 후보를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를 상대해선 차별화에 적극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범위를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이나, 이 후보의 성장 관련 공약이 과거 '전체 파이를 키워서 낙수 효과를 기대하는' 보수 정당의 논리와 비슷하다는 점을 꼬집은 점 등이 그렇다. 과거 촛불 집회 당시 인연을 상기시키며 개혁성의 후퇴를 지적했고, 대장동 의혹을 두고는 "이재명이 투기세력과 결탁한 공범이냐 아니면 활용당한 무능이냐"라고 몰아세웠다.
심 후보가 가장 주목받은 것은, 그가 윤석열 후보를 향해 배우자 김건희씨의 '미투 폄훼' 발언을 지적하는 장면이었다(관련 기사:
윤석열의 사과법 "사과하겠다, 그렇게 상처 받으셨다면, 제가 그런 말 안했지만"). TV토론에서 윤 후보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심 후보는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의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직접 만난 바 있다(관련 기사:
김지은씨 만난 심상정 "김건희씨 사과, 반드시 필요").
하지만 정작 심 후보가 '말렸던' 것 역시 윤 후보와의 토론 중이었다. 그는 윤 후보가 주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제 등을 두고 폐지를 시사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정확하게 알고 이야기하시라"면서 그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재검토와 주52시간제·최저임금제 등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비현실적 제도를 철폐하겠다"라고 말해왔다. 심 후보는 토론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년 전 토론보다 막무가내였다"라며 "윤석열 후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해서 내가 헷갈릴 정도였다. 사실 확인해서 언론이 검증해달라"라고 말했다.
대선 '재수'인 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소장은 "심상정은 복지국가 등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허수'가 좀 끼어 있는 모습이었다"라며 "상당히 감성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던 것 같다. 원래 자기 이야기를 풀어낸 본전"이라고 평했다.
[안철수] 연금 개혁 공감대 이끌어내... 여전한 '내가 해봐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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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리허설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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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대선 출마의 관록이 빛나는 안철수 후보가 굉장히 안정적으로 핵심을 요약해서 잘 대응했다.
엄경영 소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첫 4자토론 태도를 꽤 높게 평가했다. 안 후보는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향해 적극적으로 질문 공세에 나서면서도 크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토론을 풀어갔다. 안 후보 스스로 이날 토론 마무리 발언 때 "연금개혁에 모든 후보의 합의를 이룬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밝힌 것처럼, 국민연금 개혁을 언급하며 다른 후보들로부터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낸 것 역시 그의 '승점'이라고 평할 만하다.
특히 주택청약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의 준비 부족이 드러난 상황이, 안 후보가 그의 '군 복무자 청약 가점 5점 부여' 공약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나는 그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군 제대자한테 가산점 5점을 준다고 하는 것이 아무 의미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한 것"이라며 "그런데 (청약) 만점이라든지, 작년 커트라인이라든지 이런 쪽을 잘 모르셔서, 내가 설명드릴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일 때는 오히려 여러 번 '반노동'적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윤석열 후보보다 후퇴한 인식을 보여줬다. 안 후보는 "민주노총에 기업들이 지배당해 치명적인 경제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노동이사제는 기득권 노조를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라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내가 대기업 이사회 임원으로 참석해보고 깨달은 것"이라는 등 10년째 여전히 '내가 해봐서 아는데' 화법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 역시 단점으로 꼽을 만하다(관련 기사:
안철수도 "내가 해봐서 아는데"... MB식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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