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감염보다 불안한 학습 결손…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사교육

등록 :2022-02-03 04:59수정 :2022-02-03 07:47

첫 해는 감염 우려 때문에 감소
2년차 들어 ‘코로나 이전’ 수준
학원비 월평균 최대 26.6% 증가

“4학년이 구구단 까먹는 것 보니…”
사교육, 대면수업·돌봄 공백 메워

학교 못 가도 입시경쟁은 상존
정시확대 속 사교육 경감 요원
한 학생이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문제를 풀고 있다. 연합뉴스
한 학생이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문제를 풀고 있다. 연합뉴스

“원래는 사교육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안 보냈었거든요. 그러다가 코로나 첫 해에 아이가 원격수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게 되면서 불안함이 계속 커졌어요. 이대론 안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고, 나중에는 아이가 먼저 학원을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부산에서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김소영(46)씨는 2일 <한겨레>에 “코로나19 상황 이후 계속되는 학교 비대면 수업 탓에 지난해부터 사교육을 늘렸다”고 말했다. 아이가 집중력을 잃고 늘어지거나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을 옆에서 매일 보자 뒤처질 수 있다는 초조함을 떨치기 힘들었다. 김씨는 “주위에서도 사교육 시작하는 나이가 어려졌다. 사교육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는지 모르면서도, 막연히 공교육 원격수업보단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일 <한겨레>가 입수한 정의당 정책위원회의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학생학원교육 지출 항목 분석자료를 보면, 실제로 코로나19 발발 이후 줄어들었던 사교육비는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통계는 3월께 발표될 예정이어서 비교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2년차인 지난해부터 학생학원교육 지출 항목은 다시 큰 폭으로 올랐다. 학생학원교육 지출은 영유아·재수생까지 포함한 사교육비 추정 통계다. 학령기 가족 구성원 유무와 상관없이 전체 가구의 교육비 지출을 평균 집계하기 때문에 초중고 사교육비 평균보다 통상 액수가 적지만, 증감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2020년과 비교해 2021년 1분기 학생학원교육 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전년동기 대비 17.6%(9만4102원→11만639원)으로 증가했고, 2분기는 26.6%(9만7066원→12만2842원), 3분기는 17.8%(10만8645원→12만7984원)으로 늘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2021년 4분기 자료는 오는 2월께 발표된다. 통계청 담당자는 “각 가구에서의 학생학원교육 지출 감소는 사교육비 통계와 증감의 방향이 유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팬데믹 첫 해인 2020년에는 거리두기와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국내 사교육비가 이례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사교육비 총액은 2017~2019년 3년간 계속 증가했으며, 2019년은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엔 전년인 2019년에 견줘 사교육비 총액(10.5조→9.3조)은 물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32.2만원→28.9만원), 사교육 참여율(74.3%→66.5%)까지 동시에 하락했다. 당시 학생학원교육 지출 자료를 봐도 2019년에 견줘 2020년 1분기는 25.3%(12만6002원→9만4102원), 2분기 25.7%(13만676원→9만7066원), 3분기 17.6%(13만1823원→12만7984원), 4분기 12.3%(12만3993원→10만8681원)씩 줄었다.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도 많지만, 사교육비는 다시 포기할 수 없는 지출이 됐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송성남(51)씨는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자녀의 사교육비 충당을 위해 주말마다 동네 김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송씨는 “코로나 첫 해에는 곧 학교가 열리니까 (학습결손을) 보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2년이 됐다”며 “사교육을 늘리고 나서 저 말고 다른 학부모들도 학원차 도우미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비를 대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확진자가 나온 광주 광산구 한 초등학교에서 전수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확진자가 나온 광주 광산구 한 초등학교에서 전수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출혈소비’로라도 사교육을 다시 늘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학부모들은 대면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사교육으로 대신해야 했다고 설명한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초등학교 학부모 백아무개 씨는 “첫 해에는 감염병이 무서운데 학원이 중요한가 싶어서 다 끊었다. 하지만 온라인은 쌍방향 수업이 어렵고 거의 일방향이다 보니 아이의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결정적으로 4학년인 아이가 구구단을 까먹는 모습에 안 되겠다 싶었다”며 “담임 선생님도 1년에 한번 전화 면담이 끝이고, 각자도생 위기감이 들어 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살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더욱이 저학년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은 돌봄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방역 측면에서도 학원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백씨는 “학교의 대면수업은 유동적이어도 학원은 대면이 기본값이고, 돌봄 수요도 있어 사교육을 더 하게 된다”며 “학원들은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조금만 기미가 있어도 무조건 검사를 권유하는 등 감염관리도 예민하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결국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면, 사교육이 진입할 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2016년 이후 사교육비는 계속 오르는 추이였고, 지금은 코로나임에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라며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하는 데다, 등교수업을 해도 이전보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다보니 학원을 가는 시간은 늘게 된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학교 대면수업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학교는 못 가더라도 입시경쟁은 상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교육비 경감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다른 나라들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자 입시를 간소화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한데 학부모들과 학생이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본창 국장 또한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사교육은 다변화해서 위로 재수시장, 아래로는 유아교육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며 “재수생은 결국 정시를 공략하는 시장인데, 정시를 늘리는 현 교육정책을 봐도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