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팩트체크가 유행이다. 팩트체크가 하도 난립을 하니 이제는 ‘메타 팩트 체크’가 필요해 보인다. 팩트체크를 팩트체크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28일 매일경제에 “[팩트체크]한국은 선진국인가”라는 기사가 실렸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라고 한다. 이 기사는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말은 절반의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1인당 GNI, 출산율, 정치 사회적 갈등 측면은 선진국이 아니지만, 기술혁신 분야는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러나 많은 국제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기사에서는 한국이 선진국이 아닌 가장 중요한 근거로 한국 1인당 GNI를 든다. 올해 한국 1인당 GNI는 약 3만5000불이다. 기사는 “경제계에서는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충족해야 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1인당 GNI 4만불이 선진국 기준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4만불은 그리 만만한 기준이 아니다. 월드뱅크 최신(2020년) 1인당 GNI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이 약 4만불로 선진국 경계선이다. 영국(3만9700), 프랑스(3만9480), 한국(3만2960)이탈리아(3만2290), 스페인(2만7360) 모두 4만불이 안되니 전부다 선진국이 아니다?

물론, 20년도는 코로나19로 인해 서유럽 선진국들이 대거 4만불 이하로 추락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에도 OECD 회원국 평균 1인당 GNI는 4만불이 거의 넘지 못했다.

▲ World bank 1인당 GNI
▲ World bank 1인당 GNI

 

그럼 좀 더 객관적인 선진국 지표를 보자.

첫째, OECD 회원국.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일정 조건이 돼야 OECD 가입이 가능하다. 전세계에 38개국이 가입돼 있다. 선진국 기준을 더 좁게 보더라도 최소한 개발도상국을 원조하는 OECD 산하 조직인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28개국은 선진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선진국의 의무를 수행하는 국가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0년부터 DAC에 가입했다.  

둘째, IMF 선진경제권(Advanced economies) 분류국가. IMF는 전세계 국가를 몇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자료를 작성한다. 신흥경제국(emerging market)에 대비되는 선진경제권 39개국에 한국은 속한다. 

셋째, UN 인간개발지수(HDI). UN에서 HDI가 매우 높은 국가로 분류한 51개국. 20년 기준 한국은 미국(17위), 일본(19위)보다 조금 낮은 23위 국가다. 스페인(25위), 프랑스(26위), 이탈리아(29위)보다 높다.

넷째, UN 무역개발회의 그룹 B. 최근(2021.7) 한국은 UN무역개발회의에서 사실상 선진 회원국 32개국에(그룹 B) 포함됐다. 

이외에도 월드뱅크에서도 고소득 국가군으로 분류돼 있으며, 국제 채권국가 협의체인 파리클럽 정회원이다. 또한, 뉴스위크에서 선정한 세계 최상위 국가에도 편입돼 있으며,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EIU에서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에서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 분류돼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도 청렴 범위에 있다. 

▲ 여러 나라의 국기. 사진=pixabay
▲ 여러 나라의 국기. 사진=pixabay

 

무엇보다 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 한국보다 1인당 GDP가 높은 나라는 미국, 호주, 스웨덴, 네덜란드, 캐나다, 독일, 벨기에, 영국, 프랑스, 일본 이상 10개국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경제 팩트체크에서 1인당 4만불 GNI 기준으로 한국이 선진국이 아니라는 말은 좀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무엇보다 팩트체크를 한다면서 “경제계에서는 (1인당 4만불이 넘어야 선진국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라는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모호한 표현을 쓰면 안 된다. 

또한, 기사에서는 한국은 출산율이 낮아서 선진국이 아니라고 했으나, 일반적으로 선진국 출산율은 개발도상국 출산율보다 오히려 낮은 경향이 있다. 

다만,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낮은 복지지출을 보면 한국이 선진국인가 싶긴하다. 한국 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은 10.8%다. 이는 OECD 평균 19.8%에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 GDP 대비 정부지출 규모도 선진국 대비 적을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적은 지출도 복지지출에 쓰지 않는다. 정부지출 구조만 보면 선진국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가 바뀐 것일 수도 있다. 즉, 한국 복지지출 규모가 작아서 선진국이 아니라기보다는 선진국이 아니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복지지출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닐까? 아직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세계 10위 경제 대국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복지 권리를 국가에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