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2.21. ⓒ뉴시스
지난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에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가부채 비율보다는 부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재정 확대를 주장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국가부채 비율이 GDP 대비 어느 정도면 적정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IMF(국제통화기금)이 85%까지 유지하는 게 적정하니까 너무낮게 유지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고, 우리는 50%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다시 윤 후보가 "몇 %인지 말하라"고 캐묻자 이 후보는 "저는 모르겠다. 지금은 (한국의 국가부채 다른 나라에 비해 비율이) 낮고, (올릴 만한) 여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의 말대로 'IMF가 국가부채 비율 85%를 권고했다'는 주장은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여유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해 11월에 발간한 198호 브리핑에 따르면 OECD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채 비율은 49.7%인로 OECD 평균인 135.3%보다 85.6%p 낮다. 국채 OECD 32개국 가운데 29번째로 일본(241%)이나 미국(143%) 등에 비해 재정건성성이 비교적 준수한 수준이다.
또한 경제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국채비율은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GDP와 세수가 늘어나는 만큼 필요한 지출도 같이 증가하는 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채 비율이 단순히 증가했다는 것만으로 재정건정성을 따지는 것은 곤란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올해 GDP대비 국채 비율은 241%이다. 국가부도를 맞았던 그리스(227%)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일본이 당장 국가부도를 맞을 확률은 희박하다.
이유는 일본 국채의 구성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국채의 90%를 일본 기관과 일본 내 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갚을 수도 있다. 해외에 대한 채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해외에 가진 자산보다 높지 않다. 일본의 2020년말 기준 대외순자산은 356조9,700억엔(약 3,684조원)이다. 대외 순자산은 해외 금융자산에 해외에서 지고 있는 금융부채를 뺀 것으로, 일본이 해외에 진 부채를 갚고도 3,000조원 이상의 해외자산이 남는다는 뜻이다.
반면 그리스 국채의 경우에는 해외 채권자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그리스의 대외순자산은 오히려 채무가 GDP를 넘어설 만큼 많았다. 이것이 일본과 큰 차이다.
결국 국채의 비율보다 국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국채는 내국인 보유율이 높고 다른 나라보다 순부채비율이 낮다"면서 "금융성 부채가 많은데 달러나 외화를 사기 위한 국채 비율이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현금과 예금 등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성 채무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순부채비율은 작년 기준 18%다. 90%를 상회하는 선진국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순부채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국채의 상당부분이 달러 등 외화 구매에 쓰고 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의 2020~2024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2021년 국가채무 945조원 가운데 금융성 채무는 352조원으로 전체의 37.2%를 차지한다.
한국의 국채를 소유한 채권자들도 85%이상이 국내 기관이나 내국인 투자자들이다. 한국 국채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14.1%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외 순자산도 지난해 말 한국은행에 따르면 6,092억달러(약 726조원)에 달한다. 해외에 진 부채를 갚고도 700조원 이상 남는다는 말이다.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GDP대비 국채 비율이 얼마가 적정한가는 순부채비율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다르다. 국채 비율은 정치적인 숫자 놀음일 뿐"이라며 "결국 부채 비율이 늘면 좋냐 나쁘냐는 건 아무도 모르는 거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재명 후보가 "모르겠다"고 답한 것이 정답인 셈이다.
물론 국채 비율이 상당 부분 증가하면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지원 등 재정 투입은 약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국채 발행과 재정확대, 증세를 지적하는 것은 모순된다. 상대방 흠집내기를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국채 비율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소상공인 지원도 하고, 감세도 한다고 하면서 국채 비율을 더 늘리면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축통화 논란' 의미 있을까
TV토론에서는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국가채무 비율을 늘리는 것이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금의 차이를 아느냐"면서 "기축통화국은 국채 발행하면 수요가 전세계에 있지만 비기축통화국 국채는 수요가 많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곧 기축통화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매우 튼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가 주장한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가능성'은 지난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보도자료를 통해 'IMF의 특별인출권(SDR) 준비 통화에 원화가 포함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다. 현재 SDR 준비통화에는 달러, 엔화, 위안화, 유로화, 파운드 등이 포함돼 있다.
SDR 준비통화의 편입이 곧바로 기축통화 편입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비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국채 발행을 줄여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예를 들었던 그리스가 기축통화 위상을 가진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스는 유로화를 사용하지만 이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도 없었고, 결국 국가부도 상태가 되고 말았다.
반대로 비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갖는 장점도 있다. 한국의 경우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국채에 대한 국내 수요가 해외보다 훨씬 높다. 또한 국채의 상당 부분이 기축통화를 보유하는 데 쓰인다.
안 후보의 주장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국채가 해외에서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는 13억달러 규모의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를 발행했는데 외국 투자자들의 큰 관심으로 흥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외평채와 7억유로 규모의 유로화 표시 외평채로 각각 발행됐는데, 최종 유효 주문은 달러화 채권이 발행액의 4배, 유로화 채권이 6배로 나타났다. 발행 규모보다 4배, 6배 많은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는 뜻이다. 외평채는 외화 보유와 원화 안정을 목적으로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 때문에 국채지만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행위로 인식된다.
채권의 수요를 결정하는 것은 기축통화냐 아니냐는 것보다 국가 신뢰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리스의 경우 재정이 어렵다는 소문이 나오는 가운데 국채가 매물로 나왔지만, 매수자가 없어 가격이 폭락하면서 국가부도를 가속화했다.
한국의 경우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S&P 모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발표했다. 일본, 중국(A+)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달러 등 외화를 구매하는 국채가 많고,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채의 국내 채권자 비율이 높다"면서 "이런 팩트는 무시하고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문제라는 식의 주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수준 낮은 논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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