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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벽 부딪힌 윤…수사지휘권 “훈령 개정”으로 편법 우회?

등록 :2022-03-31 04:59수정 :2022-03-31 07:05

법 개정 녹록잖은 윤 정부 국정노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차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차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우회로’ 찾기에 나섰다. 인수위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여성가족부 폐지,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줄줄이 예고하고 있지만, 이런 공약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여소야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법률 개정이 아닌 훈령 개정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편법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내부 고민은 커지고 있다.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약 실현을 위한 절충안 마련이 불가피해 보인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청법 8조 개정 사안이지만
민주 “민주적 통제 필요” 반대
인수위, 훈령 개정 무력화 의지

 

대표적인 사례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다. 30일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전날 법무부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윤 당선자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뜻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법을 개정 안 해도 본인이 앞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훈령 개정을 통해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청법(8조)을 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하도록 돼 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려면 검찰청법 8조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선 이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 의석은 민주당이 172석, 국민의힘이 110석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인수위에서 짜낸 대안이 바로 법무부 훈령 개정이다. 훈령은 부서 하급관청의 활동에만 구속력이 있고 대외적으로 법규의 성질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상위법과 충돌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지휘권 절차를 더 까다롭게 만들어 현실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 요건을 둘 수 있다”며 “수사지휘권 폐지라고 할 순 없고, 실질적으로 행사가 어렵게 형해화할 수 있지만, 훈령으로 제한이 가능한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검찰에 독자적인 예산편성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조직법에서는 법무부에 검찰 예산편성 권한이 있지만 이를 대통령령인 직제규정 변경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도양단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석이 갈리는 만큼 두 사안 모두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차3법, 보완책 펴겠단 구상
여가부 폐지, 절충점 찾을 수도
 
인수위가 밝힌 임대차 3법 폐지·축소 계획 역시 민주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법 개정에 반대하면 폐지나 대폭적인 손질은 불가능하다. 임대차 3법은 △2년 임차 계약 뒤 추가 2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증액 상한을 이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계약 30일 이내 계약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 신고제 등을 담고 있으며 2020년 8월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이 전날 “민주당을 설득해 (임대차 3법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여소야대라는 현실의 벽을 고려한 발언이다. 인수위는 당장 단기 방안으로 민간 임대 등록 활성화, 민간 임대 주택 활성화를 하고 계약 기간을 4년 연장하거나 임대료 상승폭을 낮출 경우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여가부 폐지’ 역시 윤 당선자가 거듭 공언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반대하면 실현하기가 어렵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여성계 등의 반발도 강력하다. 이날 한국여성학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새 정부 성평등 정책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는 “여가부 폐지 공약은 근거도 논리도 취약한 전략적으로 실패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인수위 내부에서는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전날 “여가부의 기능을 관련 부처들로 분산할 것인가, 혹은 여성·아동·노동 분야를 포함해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포괄하는 종합 부처를 신설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인수위원들이 모여서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여성 정책 기능이 유지되면서 조직을 확대 개편하면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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