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 방안 열거만 하고 추후에”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등 극한대치 예고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처리하기로 했지만 검찰 몫까지 대신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를 전담하게 될 경찰 견제 방안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까지 채 한달도 남지 않은데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앞세운 국민의힘의 총력 저지까지 더해져 입법 완료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12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4월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명시된 검찰 수사권 조문을 삭제해 6대 범죄에 한정돼있던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기로 했다. 경찰과 검찰이 공유하던 6대 범죄 수사권을 경찰이 온전히 전담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권 비대화 우려가 큰 만큼 민주당은 경찰 견제·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경찰 직무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 부여 △경찰 감찰기구 설치 △반부패 범죄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기능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수사기관들을 통폐합하는 한국형 에프비아이(FBI·미국 연방수사청)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분리 외의 검·경 조직 재편과 경찰 통제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수완박 법안이 처리돼도 시행을 3개월 간 유예하고 그 기간에 경찰개혁 작업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과 협의해서 경찰에 대한 통제 방안과 검찰 재편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입법 자체에 부정적인 상황이어서 경찰권 견제 등 후속 논의는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형사사법체계의 큰 그림을 그려두지 않고 ‘검찰 수사권 박탈’에만 초점을 맞춰 ‘졸속 입법’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도부가 경찰개혁 방안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고 몇가지를 열거해 추후에 보완하겠다고만 했다”며 “지도부도 그것에 대해서 자신이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가 실제로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 시점으로 못박은 새달 3일까지는 20여일밖에 남지 않아 물리적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1차 관문인 법사위는 위원 18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통과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법사위원으로 새로 들어와 안건조정위원회 통과를 위한 밑돌도 마련해둔 상태다.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는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양향자 의원과 공조해 법사위 법안소위 통과를 갈음할 수 있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되면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을 통한 법안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180명 이상의 동의로 무제한 토론을 종료시킬 수 있지만 정의당이 검수완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민주당 의석(172석)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만으로는 180석을 채울 수 없다. 다만 민주당이 임시국회 회기를 3∼4일씩 쪼개는 ‘살라미 전술’로 응수하면, 필리버스터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국회법에는 무제한 토론 중에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가 종결된 것으로 보고 다음 회기 본회의에서 바로 표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차수 변경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힘들긴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종 관문은 국무회의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국무회의에 상정돼 최종적으로 공포되는데 정기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에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인 5월9일은 월요일이기 때문에 국무회의가 없어 3일 국무회의가 법안 공포의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물론 임시 국무회의 소집도 가능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기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여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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