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사고 당일 천정크레인의 브레이크와 감속기 교체 작업을 하다 갑자기 천정크레인이 작동해 변을 당했다. 유족에 따르면 사고 당시 현장에는 동국제강 측 안전관리자나 안전담당자는 자리하지 않았다. 또 천정크레인을 보수하는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기계 전원 차단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8년 이후에만 5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사업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지난해 2월에도 50대 노동자가 철강 코일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났고, 앞서 1월에는 새벽 시간 식자재를 배송하는 50대 노동자가 화물용 리프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연이은 사고에 당시 동국제강은 대대적인 안전 분야 투자 확대를 약속했지만, 하청노동자 이씨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 권씨는 현재 임신 3개월 차라 거동이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동국제강 앞에 선 이유는 유족들이 느끼기에 본사인 동국제강이 고인의 목숨을 하찮게 취급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어머니 황월선씨의 말이다.
"본사에서 정말로 전화 한 번 없다가 합의서라면서 변호사 통해 종이 쪼가리 하나 보냈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다가 회사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항의라도 하니 무슨 거지 취급하듯 그렇게 하나 보내더라고요. 아들이 30대입니다. 젊은 사람이 이렇게 갔는데, 부인도 있고 뱃속에는 아기도 있는데, 가타부타 말도 없이 금액만 딱 찍혀 있는 (합의서) 하나 보내 계좌번호와 함께 사인하라는 말만 한 겁니다. 억울해서 아들을 보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동국제강 "원청으로서 책임 통감" - 유족 "제대로 사과하고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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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우씨의 유족들이 15일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피켓과 영정사진을 들고 섰다. |
ⓒ 김종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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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대리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13일 동국제강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사고가 일어난 포항에서 유족들이 동국제강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면서 "동국제강이 회사 변호사를 통해 합의안 초안을 보내왔지만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 책임 있는 배상으로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기업 및 임직원에 대한 면책 중심의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동국제강은 대구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와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도 기본적으로 굉장히 송구하고 애통한 심경"이라면서 "회사는 원청으로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져야 되는 입장에서 현재 철저하게 수사를 받고 있다. 당사자로서 자세한 내용을 설명드리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이날 고인의 아내 권씨는 인터뷰 말미 <오마이뉴스>에 "남편이 떠나고 정말로 일주일간은 울기만 했지만 지금은 남편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도 확인하고 있다"면서 "신랑한테도 잘못이 있다는 식의 말들이 있더라. 신랑은 살기 위해 안전벨트를 맸다. 그런데 회사에서 기계를 돌려 죽은 거다. 잘못했으면 제대로 사과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남편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뉴스에서 이런 소식이 나오면 그냥 사고가 났나 보다 하고 넘어갔어요. 제 일이 아니라고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아마 그런 댓글을 올리는 분들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겠죠. 다만 하나 마음이 아팠던 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심지어 본인한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함부로 말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13일 기자회견 후 유족들은 14일과 15일 동국제강 앞에서 직접 적은 피켓을 들었다. 가족들은 동국제강 경영책임자인 장세욱 대표이사가 공개 사과하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출근길과 점심시간 전후로 항의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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