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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대재해법 1호’ 삼표산업, 대표가 증거인멸 지휘했다

등록 :2022-05-02 04:59수정 :2022-05-02 07:02

약해진 지반 탓 트럭 전복 등
‘위험’ 보고됐지만 작업 강행
직원들에 허위진술 하게 하고
현장사진·석분 쌓은 증거 삭제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당국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당국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1호 수사대상’인 삼표산업이 지난 1월19일 채석장 붕괴·매몰 사망 사고 전 퇴사 붕괴 조짐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는 사고 직후부터 증거인멸과 허위진술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표산업은 수십년 된 채석장에 더 이상 골재를 채취할 암반이 없어지자, 부대시설 용지였던 곳까지 채석허가를 받아 골재를 채취했다. 부대시설 용지에는 골재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석분(돌가루)과 같은 슬러지(찌꺼기)를 쌓아놓고 있었는데, 해당 토사 아래 암반까지 골재를 채취하려 한 것이다. 이 토사는 지반이 약해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경사도(45도 이하)를 유지해야 했지만, 고용노동부 수사 결과 당시 경사도는 최소 55도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안정한 토사는 사고 이전부터 붕괴될 조짐이 있었고, 이는 삼표산업 본사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이전부터 해당 흙더미 위를 오가던 트럭이 약해진 지반을 이기지 못하고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비탈면에 금이 가고 사고가 난 지점 인근에서 토사가 무너져내린 적도 있었다. 양주사업소는 이를 본사에 보고했지만, 삼표산업은 위험을 무릅쓰고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월29일에도 작업을 이어갔다. 이는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골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표산업은 양주사업소의 올해 골재 채취 목표량을 지난해보다 20% 남짓 늘렸다. 하루 채취 목표량을 정해 생산량 관리에 힘썼는데, 사고 직전까지 양주사업소는 일일 목표량을 초과하는 골재를 채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생산량 증대 때문에 위험요인을 묵인하고 작업을 지속하다 사고가 났음에도, 삼표산업은 양주사업소 근무경험이 있는 이종신 대표이사의 지휘 아래 본사와 현장사무소에 남아있는 증거를 인멸하고, 직원들의 진술을 조작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사고 원인에 대해선 ‘날씨가 따뜻해져 토사가 무너진 것’이라고 진술하게 하고, 무너진 토사도 애초 붕괴 우려가 큰 ‘석분 등 슬러지’가 아니라 ‘산림복구용 토사’ 또는 ‘판매용 토사’라고 주장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삼표산업은 사고 이전의 현장을 촬영한 사진이나 토사에 석분을 쌓았다는 증거 등도 본사와 현장사무소 피시 등에서 삭제하게 하는 한편, 작업자들의 안전교육 관련 서류도 조작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이사는 사고 당일 “피해를 입은 사고자 분과 가족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고, 매몰자 구조와 현장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히고도, 노동부의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 아이폰을 제출한 뒤 ‘잠금’을 해제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해당 사고 직후에는 붕괴한 토사의 양이 워낙 많아 매몰된 피해자를 발견하는데 무려 닷새가 걸릴 정도로 실종자 수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와중에도 회사는 관련 증거인멸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노동부는 이러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양주사업소 현장소장 최아무개씨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 구속영장을 지난 27일 신청해, 3일 오전 의정부지법에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예정이다. 최씨의 구속 여부는 노동부의 중대재해법 수사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은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이틀 만에 발생한, 발생일 기준 중대재해법 1호 사건이다. 중대재해법은 현장책임자가 아니라 사업주(법인)와 경영책임자(대표이사)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의무 이행 여부를 따진다. 따라서 이번에 구속영장이 신청된 현장소장 최씨는 이 대표이사의 중대재해법 수사의 주요 ‘참고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디지털증거분석을 통해 확보한 여러 증거에도 산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일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안전을 도외시한 채로 이익만을 추구하다 종사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경영책임자는 촘촘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등 종사자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는 것을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에 놓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표산업 쪽은 1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인 수사상황에 언급하는 것은 부절하고, 사법절차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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