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임기 말 지지율을 입증하듯, 문 대통령의 퇴근길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환송 행사 연단이 마련된 사랑채 앞 광장에는 이날 오후 일찍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오후 5시께 이미 광장 앞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오후 5시 50분께 집무실이 있는 여민관을 나온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본관, 관저 등을 돌며 700여 청와대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일부 직원들은 인사를 건네며 울먹이자, 문 대통령은 다독여주기도 했다.
경내를 돈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이윽고 정문으로 걸어 나오자, 광장을 메운 시민들은 문 대통령을 상징하는 푸른색 계열의 풍선을 들고 환호하며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분수대까지 걸으며 시민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청와대 정문에서 분수대까지는 200~300여 미터 거리밖에 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행진이 다소 지체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청와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청와대를 나선 뒤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김 여사 뒤로는 서훈 안보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이 뒤따랐고,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 홍영표 의원 등도 찾아와 문 대통령의 마지막 퇴근길을 배웅했다.
6시 25분께 분수대 인근에는 '미스터 프레지던트'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이 곡은 작곡가 김형석 씨가 문 대통령에게 헌사한 곡으로, 임기 내내 청와대 행사 등에서 문 대통령의 입‧퇴장곡으로 자주 쓰인 곡이다.
음악에 따라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분수대 중앙 연단에 섰고, 아이들로부터 케이크와 꽃다발을 선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사랑해요 문재인"을 연호하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자, 시민들은 사회자의 구령에 따라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가사로 유명한 가수 이한철 씨의 '슈퍼스타' 노래를 불렀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함성에 문 대통령은 상기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시 출마할까요?"라며 물으며 크게 웃었다. 시민들은 이에 "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일하는 동안 첫 퇴근인 동시에 마지막 퇴근이 됐다"면서 "하루 근무를 마치는 퇴근이 아니라 5년 근무를 마치는 퇴근인데 마지막 퇴근을 하고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 홀가분하다"고 임기가 끝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의 퇴근을 축하해주니 정말 행복하다"면서 "앞으로 제 아내와 전임 대통령으로서 '정말 보기 좋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잘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들 덕분에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여러분들 덕분에 임기 중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위기 속에서 더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마침내 우리는 선진국이 됐고 선도 국가 반열에 올랐다. 어려움을 함께 해주신, 위기를 함께 넘을 수 있도록 해주신 우리 국민들께 진심으로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청와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오늘로써 청와대 대통령 시대가 끝난다. 대통령이 있는 이곳 인근에선 교통 통제와 집회, 시위 등 소음 때문에 불편이 많았을 것"이라며 "역대 대통령을 대표해서 인근 지역 주민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라고 물은 뒤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다. 사랑한다"며 작별 인사를 마쳤다.
김 여사도 뒤이어 소감을 밝혔다. 김 여사는 마이크를 잡고 몇 초 간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고맙고 감사하다"면서 "대통령님과 함께 마음 졸이며 우리나라 발전과 세계 속에서 우뚝 서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신 여러분이 있어 영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정의 평화와, 어린 아이들이 정말로 행복하고 뛰어놀 수 있는 그런 나라를 위해 노력해달라"면서 "저도 양산에 가서 노력하겠다"고 짧은 인사를 마쳤다.
소감을 마친 후에도 문 대통령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동했고, 박수와 함성 속에 6시 42분께 청와대를 완전히 떠났다. 1826일 만의 처음이자 마지막 퇴근이다.
현충원 참배부터 외교 일정까지...마지막까지 숨 가쁜 하루
청와대를 떠나는 '마지막 퇴근'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아침부터 청와대를 나설 때까지 총 6건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인 김 여사와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헌화 및 분향을 한 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했다. 이어 효창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독립유공자 묘역을 참배한다.
이어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으로 복귀해 퇴임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지난 5년간의 소회와 국민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 한편, 차기 정부에 국민 통합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퇴임 연설을 마친 후엔 참모진과 마지막 티타임을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평소와 다름없이 정무 상황과 경제 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청와대에서의 마지막 오찬을 진행했다. 이날 오찬 배석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후에는 두 건의 외교 일정도 진행했다. 다음날(10일)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을 오후 3시에 청와대 본관에서 면담하고, 3시30분에는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을 접견했다.
이어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공식 업무를 마쳤다.
문 대통령이 퇴근한 청와대에는 서훈 안보실장이 남아 군 통수권이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자정까지 근무한다. 문 대통령도 외부에서 핫라인을 통해 서 실장으로부터 군사 동향 등을 수시로 보고 받을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튿날 국회에서 열리는 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어 정오에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울산 통도사역에 도착해 양산 평산마을 사저로 이동해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를 할 계획이다.
양산시 등에 따르면 10일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는 최소 5000명 넘는 환영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양산 사저에 도착해서도 문 대통령 내외 입주를 환영하는 인근 주민, 지지자들을 향해 임기를 마친 소회, 감사 인사를 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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