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합중국'(the United States)이 아니라 '미 분열국'(the Disunited States)이 됐다."
최근 낙태, 총기 규제 등 민감한 쟁점과 관련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미국의 분열상에 대한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3일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뉴욕주법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집 밖에서 총기 소지를 제한하고 필요할 경우 면허를 받도록 한 뉴욕주 주법이 수정헌법 2조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연방대법원은 다음 날 24주 이내 임신중지권(낙태권)을 보호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헌법은 낙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 기후위기 정책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미국 환경청(EPA)이 온실가스 규제할 권한이 없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무력화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명의 연방대법관을 임명하면서 보수 절대 우위(총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보수 성향)가 된 연방대법원이 미국 사회를 뒤흔드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대선을 통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대선 공약을 퇴임 1년 반이 지났는데도 연방대법원이 연일 실현시켜주는 모양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바이든이 승리한 대선 결과에 불복해 지난해 1월 6일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에 무장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던 '반란(insurrection)'이 과연 진압된 것인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상황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3분의 2가 여전히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믿고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을 장악한 우파들의 또 다른 '반란'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국 정치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바이든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가져온 퇴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갖고 안병진 경희대 교수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를 인터뷰했다.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유권자 운동과 시민운동을 해온 김동석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미국 선거 현실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현장 전문가다. 미국 정치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안병진 교수는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2016년),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2020년),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2021년) 등 트럼프 집권 이래로 증폭된 미국의 정치적 갈등에 대해 심도 깊게 연구하고 있다. 서면과 전화를 통해 진행된 두 사람의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정리해 2회에 걸쳐 게재한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왼쪽)와 안병진 경희대 교수. ⓒ프레시안(자료사진)
더이상 '유나이티드 스테이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지난달 24일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관련 판결 이후 미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지난 50년간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었고, 그 이후 미국 사회는 두 개의 나라로 갈라진 것처럼 갈등이 극대화 됐습니다. 일각에서 과거 노예제 폐지 당시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김동석 : 미국내 문화전쟁의 격렬한 시작입니다. 원래 연방대법원은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각축장입니다. 그런데 이번 낙태 관련 판결은 세 명의 진보 대법관이 한목소리로 지적한 것처럼 보수 성향의 다수 판결문은 억제되지 않고 무자비했으며 지나치게 공격적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보장됐던 낙태에 대한 권리를 취소한 충격은 충격 그 이상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성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라고 말한 것처럼 당장에 22개주 이상에서, 법 집행의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낙태 제공자와 환자가 투옥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낙태가 허용되는 주로 몰려드는 환자들, 남부 국경의 난민들 행렬에 역행하는 임산부의 행렬도 보게 될 것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낙태를 원하는 약 9만4000-14만4000명의 사람들이 판결이 난 첫해 동안 낙태를 받지 못할 것이며, 그 결과 산모의 사망률이 최소 20%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지난 50여 년간 집요하게 펼쳐온 보수우파 풀뿌리 운동의 성과입니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가 설립한 국가생명권위원회(NRLC, National Right to Life Committee)에서 시작한 '낙태 합법화 금지운동'은 1980년대 들어 전국적인 대중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여기에 기독교 우파가 결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습니다. 국가생명권위원회는 워싱턴 내 정책 영향력 5위 안에 드는 단체로 알려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이들은 정치 운동으로 전략을 바꿔 공화당 지지 선거운동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부터 사법부의 보수화를 정치 목표로 내건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의 캠페인과 결합합니다. 트럼프는 "미국은 기독교 국가였으며, (앞으로도) 기독교 국가이어야 한다"라면서 기독교 우파를 낙태 반대 운동의 중심부로 끌어들여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이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리더십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자신들이 발굴해 놓은 법률가들을 지방과 연방 법원 판사로 임명하는 일에만 열중했습니다.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 연방 대법관 3명을 비롯해 연방 항소법원, 연방 지방법원에 판사 300여 명을 임명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 한 사람이 미국 내 최고법원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병진 : 향후 미 연방(United States of America)은 계속 더 분열되는 미국(Disunited States of America)이 될 겁니다. 제가 작년에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안병진 지음, 메디치 펴냄)라는 책을 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아직도 미국을 건국 시조들의 자유주의 사상이 공통의 지반으로서 작용하는 나라로 낭만적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의 미국은 선거를 통한 민의에 대한 반응성, 견제와 균형, 법적 지배, 개인 존엄 등 자유주의 헌정주의 민주주의라는 공통 가치가 더이상 사회의 지배적 원리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CNN의 국제정세 프로그램인 <GPS> 진행자 파리드 자카리아는 미국이 비유하자면 중동과 북구 유럽이 한 국가에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낙태는 물론이고, 총기, 이민, 기후변화, 선거 결과 승복 등 모든 이슈에서 그러합니다. 저는 나아가 책에서 단지 두 개의 미국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꿈꾸는 세력까지 포함하면 세 개의 미국이라고까지 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미국은 어떤 정치세력이 등장해도 그 공통의 지반을 다시 만들 수 없는 '티핑 포인트'이자 혼돈의 이행기에 이미 진입했습니다. 이 전제하에서 오늘날 미국을 보아야 그 위기의 강도와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강간 피해 아동도 낙태 안된다는 미국, 극우세력 풀뿌리 운동의 결과
프레시안 : 연방대법원은 낙태권 폐지 뿐 아니라 뉴욕주의 총기 휴대 규제에 대한 위헌 판결,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에 제동을 거는 판결 등 연일 시대를 거스르는 판결을 내놓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임기 내 3명이나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이런 우려가 나오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과격한 결정을 사회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내놓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안병진 : 걸출한 SF작가 마가렛 애트우드가 <시녀이야기>(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황금가지 펴냄)에서 상상한 것처럼 여성의 몸을 극단적 수준으로 통제하는 봉건 사회가 도래한 셈입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오하이오주에서 강간을 당해 임신한 10세 소녀가 엄격한 낙태 제한 규정 때문에 인디애나주로 이동해 낙태를 받아야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야만 사회로 미국이 퇴행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입니다.
미국의 리버럴들이 그간 보수주의자들의 중장기 프로젝트에 대해서 너무 순진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가 주와 지역 차원에서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자의적인 선거구 조정, 친 민주당 유권자 투표권 박탈 움직임이 가져올 위험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던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매우 극우단체인 '연방주의 사회(Federalist Society)'와 공화당 지도부가 오랜 세월 준비해온 법원 장악 프로젝트입니다.
메리 지글러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가 올해 낸 신간 <생명을 위한 달러(Dollars for Life)>에서 이 반낙태운동이 어떻게 금권정치를 강화했고 기성 공화당 주류의 힘 대신에 트럼피즘을 부상시켜왔는지를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방은 물론이고 주 차원 등에서 공화당 우위의 법원 장악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바마 정권 시기에 퇴임 타이밍을 놓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안타까운 사망과 트럼프 집권의 결합으로 결국 에이미 코니 배럿이라는 자신들 이념에 가장 순수하게 가까운 극단적인 인사이자 자신들의 스타를 연방대법원까지 심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1972년생입니다. 트럼프가 임명한 다른 두명의 대법관인 닐 고서치(1967년생), 브렛 캐버노(1965년생) 등과 함께 이들이 향후 수십년 헌법 해석(더 엄밀히 말하면 19세기 헌법 교리 집착)을 독점한다는 건 극우단체 '연방주의 사회' 입장에선 유토피아적 꿈의 실현입니다. 미국 자유주의 가치의 악몽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김동석 : 50년 전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학계, 전문가, 미디어 등에서 합의한 보편적 가치로 평가받았고,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서 충분히 공감대가 성립된 사안입니다. '생명옹호(pro-life) 운동'이라 했지만 낙태 반대 운동은 주변부적이고 거칠고 투쟁적이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낙태권 보장이 항상 다수였습니다.
대법원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해서 발표할 때까지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해야 할 사무엘 엘리토 대법관의 판결문 초안이 사전에 유출된 사실도 거의 음모에 가까울 정도로 정상이 아닙니다. 냉정하고 신중하고 조정하고 타협하고 그래서 판결의 영향이 사회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대법관에게 있습니다.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낙태 문제만이 아니라 뉴욕주의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휴대 규제안을 위헌으로 판결한 것은 그야말로 헌법 문구 해석입니다. 전 세계 관광객들까지 타는 뉴욕시 지하철에서 어떻게 총기를 휴대하도록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판결들을 보면 위엄과 품격을 갖춘 최고의 지성인으로서 대법관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법원의 중심이 더이상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아닙니다.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이 주도를 합니다. 토마스 대법관은 1991년 은퇴를 한 최초의 흑인 대법관 서굿 마셜의 후임으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습니다. 토마스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부하 여직원 성추문 스캔들이 알려져 자격 논란이 심각하게 일었습니다. 당시 상원 법사위원장이 바이든 의원이었고 인준 청문회를 주관했는데, 찬성 52대 반대 48로 경우 통과가 됐습니다. 그는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모욕을 당했다고 기자들에게 "나는 2034년까지 대법관직에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나도 그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 것"이라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토마스 대법관은 낙태 반대 판결문에 대한 의견을 내면서 2015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대법원 판결에도 동일한 근거를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의 그동안의 진보적 판결을 원점으로 다 뒤집어 자유주의자들을 비참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제2의 FDR'이 될 수 있을까? 연방대법원 개혁 전망 불투명
프레시안 : 진보진영에선 대법관 탄핵 주장까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대법원의 권력을 견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현재의 연방대법원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김동석 : 미국엔 헌법재판소가 없습니다. 9명의 대법관이 최종심과 위헌법률심사권을 다 갖고 있습니다. 연방대법원 대법관 중 진보성향이 다수냐 보수성향이 다수냐는 이민, 낙태, 총기, 동성결혼 등 정치적 견해가 극명하게 갈리는 쟁점에 대한 최종 결론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연방대법관에 누가 임명되는가는 미국 지식인 사회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민감한 관심사안입니다. 대법원의 균형인 '5대4'가 흔들리면 미국 사회가 요동을 치게 됩니다.
지난 몇해 동안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극우 무장조직들이 무리를 지어서 공적 장소를 점유하고 노골적으로 정치인들을 협박하고 급기야는 자기들의 후보가 선거에서 졌다고 연방 의사당을 공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진두지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법적 처리가 안되는 세상입니다. 따져보면 그 원인은 사법부가 균형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를 앞세운 보수우파들의 반란입니다. 특히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이념적 균형은 공존을 의미합니다. 인종차별(사회정의), 빈부격차(경제정의), 다양성(문화정의) 이 세 가지를 붙들 축이 무너진 상황입니다.
대법원의 법관을 구성하는 문제가 국가 운영의 중요한 아젠다로 정치권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민주당은 법을 개정해 보수 성향이 다수인 대법원의 상황을 바꾸려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연방대법원 개혁 방안을 연구하는 위원회를 대통령령으로 설치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연방대법원의 역할, 대법관 종신제 폐지 등을 검토합니다. 민주당은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정원 늘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상하원에서 대법관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정원은 헌법에 명시된 것이 아니고 의회에서 법으로 인원을 늘릴 수 있지만 입법이 쉽지 않습니다. 민주당 내 상원의원 세명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온건 보수 성향의 바이든 대통령도 대법관 정원 늘리기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당분간 연방대법원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방도는 없어 보입니다.
안병진 :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제 2의 루즈벨트'가 될 수 있을까요? 과거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코트 패킹'(대법관 증원 법안)을 시도하다가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결과적으론 성공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비록 대법관 증원에는 실패했지만 그 이후 대법원은 진보적 여론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루즈벨트의 규제 개혁에 순응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은 기질적으로 루즈벨트와 달리 전환적(transformative) 리더가 아니라 제도 내 점진적 개혁주의자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미국은 진영 대결이 일상화된 미국입니다. 상하원에서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는커녕 아슬아슬한 우위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 우위마저 11월 중간선거 이후 사라지면 지금 정치지형에서 법관 증원, 종신 제한 등 자유주의자 숙원의 대담한 개혁은 쉽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외부로부터 강력한 사회운동이 일어나 이를 통해 전환적 의회와 대통령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가입니다.
총기, 낙태 등은 민주당도 다양한 스펙트럼…허약한 바이든 리더십
프레시안 : 낙태권 관련 판결처럼 대법원의 결정은 트럼프 정부에서 심화된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곧바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매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낙태권, 총기규제 등이 이전부터 선명한 대립 구도인 이슈라서 수습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는 30% 후반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주도권을 갖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안병진 : 지금 미국은 정책이 아니라 진영이 모든 문제의 프리즘으로 작동합니다. 두 개의 국가라는 진영 대결의 고착화 속에서 압도적 여론을 가진 전환적 리더십이란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낙태와 총기 등 이슈는 민주당 내에서도 온건, 강경 사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정적 상원 승부처 중 하나인 오하이오의 팀 라이언 민주당 의원은 대선후보급 거물입니다. 그는 2014년까지는 낙태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그가 반낙태 투쟁의 선봉에 선다는 건 그리 큰 힘을 받기 어렵습니다. 팀 라이언의 사례는 지금 민주당 내부가 가지는 복잡함을 잘 보여줍니다.
김동석 : 혼란 속에서 망가진 국가를 바로 세우겠다고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들의 기대만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이라고 하지만 의회의 극단적인 당파성으로 인해 어떤 타협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상원은 필리버스터로 인해 어떤 개혁 입법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판결이 났어도 여성 건강을 위해서, 여성 노동자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문화전쟁으로 인한 사회의 보수화는 인종, 계층간 심각한 갈등을 유발해 사회가 불안해집니다. 경제적 서민과 사회 정치적 약자가 점점 불리해집니다. 아시안을 향한 인종 혐오범죄의 증가는 이런 현상을 설명해주는 단면입니다. 소수계의 차별이나, 권익의 문제는 전적으로 정치나 공권력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럴 때 일수록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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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DC에서 열린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집회에 수천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이런 여론과 정반대로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뉴욕주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AFP= 연합뉴스
전홍기혜 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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