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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살면 된다’는 졸렬한 미국…인플레 감축법의 미래

미국발 인플레 감축법이 뭐길래 이 난리인가?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2/09/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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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인플레 감축법이 뭐길래 이 난리인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도해 8월 26일 미 의회 상·하원에서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아래 인플레 감축법)을 둘러싸고 논란과 후폭풍이 무척 거세다. 

 

미국은 인플레 감축법을 통해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기자동차에만 한 대당 7,500달러(약 1,000만 원)에 이르는 세액공제 혜택(사실상 보조금 개념)을 주기로 못 박았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날 것이란 우려가 몹시 크다.

 

 

  ▲ 전기자동차. © 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

 

 

이와 관련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인플레 감축법 중 전기차 세제지원법안에 북미산과 수입산 전기차와 배터리 등을 차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매우 우려된다”라며 미국 의회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어 “한국은 한국 시장에서 한국차 뿐만 아니라 미국산 수입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동등하게 대우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수입품 대신 국내상품의 사용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보조금 지급이 금지돼 있으므로 한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세제 혜택을 받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물론 이런 목소리에도 미국은 꿈쩍하지 않는다.

 

800쪽에 이르는 인플레 감축법에 담긴 내용은 방대하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중심으로 짚자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친환경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미국 공장에서 생산할 때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정리하자면 ‘미국만을 위한 보호무역을 강화해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극대화하겠다’라는 내용을 핵심으로 꼽을 수 있다.

 

인플레 감축법에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우려 국가에서 추출, 제조, 재활용된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혜택에서 제외한다’라는 내용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법안에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쓰이는 중국산 배터리와 희토류, 리튬, 니켈 등 핵심 원료를 단계적으로 줄이도록 명시됐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이 앞으로 보조금을 계속 받으려면 중국산 배터리와 원료 비중을 2023년에는 50%, 2029년에는 100%까지 줄여야 한다.

 

 

  ▲ (위 가운데 중심에서 시계방향으로) 희토류의 종류인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 세륨(cerium), 란타넘(lanthanum), 네오디뮴(neodymium), 사마륨(samarium), 가돌리늄(gadolinium). © 위키피디아

 

 

그런데 실제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원료나 부품 생산 시설은 대부분 중국에 몰려 있다. 인플레 감축법을 ‘세계의 공장’ 중국이 쥔 경제 공급망을 빼앗아오겠다는 미국의 선언으로 봐야 하는 까닭이다.

 

여기에는 다른 국가에 더 이상 뒤처지지 않겠다는 미국의 절박함도 담겨 있다. 미국을 뒤쫓는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어느새 태양광 패널, 5G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을 뛰어넘은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기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테슬라(70%)에 이어 9%를 기록해 포드(6.2%)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미국으로서는 경쟁국이 더 몸집을 불리기 전에 아예 싹을 잘라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 ev(전기자동차)로 구글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관련 사진과 기사.  © 인터넷 화면 갈무리

 

 

 

돌아보면 한때 미국이 제조업 대국으로 불리던 때도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60~1970년대 무렵까지는 미국산 상품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이 금융, 서비스업에 몰두하며 ‘날로 돈 먹기’에 집중하는 사이 한국이나 중국 같은 후발주자들이 치고 올라와 제조업 강국이 됐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이전부터 선거 공약으로 제조업의 국내 재복귀(리쇼어링)를 내건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 기업들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관련 법안의 통과를 예상하고 의회에 접근하는 등 자신들의 피해를 줄이려 동분서주했다. 중국 중심으로 짜인 공급망을 고작 몇 년 안에 전환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인플레 감축법이 제시한 기준을 100% 맞출 수 있는 기업이 없을 것이란 뒷말이 무성했다.

 

테슬라, 지엠, 포드 같은 미국 대기업 역시 그동안 중국에서 나는 원료, 배터리로 전기차를 생산해온 만큼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지엠이 참가한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인플레 감축법을 두고 “불행히도 전기차 세금 공제 요건 때문에 대부분 차량은 즉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새 차량을 구입한 고객을 실망시키는 변화”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 경제학자 200여 명은 ‘인플레 감축법이 오히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추기고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인플레 감축법이 미국으로서도 손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고육지책(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꾸미는 계책)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내에서 우려가 나오듯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전환하기 전까지 인플레 감축법이 일정 정도 미국 기업에 손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 손해는 현대차·기아가 겪을 막막함에는 비교할 바가 아닌 듯하다.

 

이와 관련해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엠, 포드, 테슬라 등 미국 기업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러시아 등에서 생산한 배터리나 원료를 써도 된다는 조건부 예외 조항을 붙여 세제 혜택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미국이 ‘미국산 기업만은 예외’라는 편법을 준비해뒀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기아가 밀려나면 그 몫만큼 지엠이나 포드에서 수익을 벌어들일 길이 열린다. 중장기적 시야로 볼 때 미국이 팍팍 밀어주면서 돌아오는 떡이 훨씬 더 크다는 얘기가 된다. ‘잠깐 콩고물을 흘리는 걸 감수하고 나중에 훨씬 더 큼지막하고 맛있는 떡을 먹겠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지엠, 포드의 속내를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반면 국내 기업은 울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인플레 감축법 통과로 매년 약 10만 대에 이르는 한국산 전기차 수출이 막힐 것이라고 추산했다. 보조금 1,000만 원이 뭉텅 깎여나가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를 구매할 미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까? 당장 인지도도 한국 기업보다 높고 가격까지 싼 미국의 지엠, 포드 같은 여러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친환경에 역점을 둔 전기차 생산·판매는 세계 경제 흐름을 좌우할 미래산업으로 일컬어진다. 미국이 인플레 감축법을 밀어붙인 점에는 알짜배기로 평가되는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려는 노림수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국 디트로이트 지역 컨설팅 회사 LMC Automotive는 올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5.6%로 예상했는데, 오는 2030년에는 전기차 판매 비중이 36% 이상으로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LMC는 또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8.6%인 전기차의 비중이 오는 2030년에는 3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 뒤통수 맞은 한국

 

“정 회장님, 미국을 선택해줘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위는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서 105억 달러(대략 14조 원)가 넘는 대규모 미국 내 투자와 공장 설립을 약속받고 한 말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인플레 감축법 통과를 주도하면서 현대차를 경악과 충격에 빠트렸다.

 

한국이 충격에 빠지거나 말거나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약탈’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월 2일 “제조업이 미국의 심장부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 미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될 것이다”, “전기차와 반도체 같은 핵심 제품은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다”, “미국 경제를 맨 아래부터 다시 세우겠다”라며 인플레 감축법 통과가 미국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9월 5일 바이든 대통령은 노동절 기념 연설에서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에서, 전 세계에서 오고 있다”, “한국 기업 총수가 왜 미국에 투자했는지 내게 뭐라고 했는지 아나? 우리(미국)가 가장 안전한 환경과 최고의 노동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여러 차례 한국을 조롱했다.

 

돌아보면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이 한국의 뒤통수를 후려친 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말 상·하원에서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업체는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다’라는 내용이 담긴 반도체법 통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미국은 한국 반도체 수출 물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한국, 미국, 일본, 호주끼리만 협력하자며 이른바 ‘칩4동맹’을 강요하기도 했다.

 

더구나 인플레 감축법 통과에도 중국산 차량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고 판매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한국 기업만 유독 미국에서 큰 손해를 입게 된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웨덴과 공동으로 소유한 볼보는 인플레 감축법을 통해 미국의 보조금을 지원받게 됐다. 미국에 공장을 뒀다는 이유로 중국 대기업이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된 셈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미국 전기차 판매에서 70%를 차지하는 테슬라는 중국과 함께 2023~2028년까지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 캐나다, 독일, 일본 등도 인플레 감축법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법이 통과되기 전 미국의 약속을 받아내 법에 반영시켰다. 예를 들면 캐나다의 요구로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라고 돼 있던 문구가 ‘북미 지역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로 수정됐다. 또 ‘노조가 있는 기업이 만든 차’에만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적힌 내용도 빠졌다. 이로써 일본 대기업 닛산이 생산하는 전기차도 혜택을 받게 됐다.

 

한국은 앞서 소개한 캐나다, 독일, 일본 같은 경쟁국과 다르게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9월 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코로나 이후 주요국 전기차 시장 동향』에서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 독일, 미국은 내수·수출·생산 등 모든 부문에서 강점을 지녔지만, 한국은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 수출 중점 국가로 경쟁국 대비 경쟁력 제고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유주의 국가들 간 공급망 문제를 재정립하는 전략 방향으로 이해해 달라”라고 했다. 한국에 그냥 참으라는 얘기다.

 

이 와중에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장관은 9월 6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대담에서 ‘원래 대만 반도체 기업이 한국에 7조 원 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는데 설득해서 미국 투자로 돌렸다’라며 자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쯤 되면 서로의 안전과 이익을 지켜준다는 한미동맹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지경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된 현대차·기아는 2025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하기로 한 공장 설립을 2024년까지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면 미국인 노동자 고용이 늘고 미국 부품업체가 돈을 벌고 미국이 걷는 세금이 늘어날 뿐, 한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

 

 

  ▲ 전기자동차 소개. © 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

 

 

전 세계가 미국에 보복하면 어쩌려고?

 

분명한 건 그동안 자유무역을 앞세우며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FTA(자유무역협정)를 주도했던 미국이 극한 이기주의를 숨기지 않는 보호무역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전 세계를 향해 ‘이제 최대한 미국 이익만 생각하고 챙길 테니까 각오해’라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미국은 ‘공급망을 재편하면 한국에도 이익이 된다. 크게 봐 달라’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찾아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났지만 “한국의 우려를 귀 기울여 들었다”라는 짧은 답만 돌아왔을 뿐이다. 전체 수출 물량 중 중국 비중이 40%가 넘고, 중국산 부품과 원료를 대량 수입하는 한국 경제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미국의 야만이다.

 

인플레 감축법에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반도체, 광섬유, 바이오 산업과 관련한 핵심 품목도 미국에서 만들어야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명시했다. 현재 중국이 맡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미국이 대신할 것이며 다른 나라들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물건에 기대서 살라는 취지다.

 

미국 민주당과 가까운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2020년에 내놓은 보고서 『미국 외교 정책을 중산층에게 더 적합하게 만들기』에는 미국의 구상이 고스란히 나온다. 보고서에서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미국의 중산층’을 살려야 미국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중심으로 짜인 경제, 원료 공급망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중산층을 되살려야 미국이 전 세계에서 패권을 지속할 수 있다는 논리다.

 

돌아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1조 원이 훌쩍 넘는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 수조 원이 넘는 미국산 첨단무기를 강매했다. 그런데 후임인 바이든 대통령은 아예 한술 더 떠 한국 경제의 핵심 주력인 전기차, 반도체 산업을 미국에 통째로 떠다 바치라고 강요하는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놓고라도 했지, 바이든 대통령은 안 그럴 것처럼 해놓고 야비하게 우리 뒤통수를 후려쳤다는 점에서 훨씬 더 고약하기 짝이 없다.

 

다른 국가의 경제와 산업이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신들만 살아남으면 그만이라는 약육강식 논리는 어쩌면 앞으로 미국에 맞서는 국제 연대를 불러오게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지금은 한국이 받는 경제적 피해가 두드러지지만 중·장기적으로 내다볼 때 인플레 감축법에 따른 피해가 전 세계 곳곳에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기차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원료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련돼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 인터넷 여론을 잠깐만 둘러봐도 “양아치 바이든”, “뒤통수치는 나쁜 미국”이라며 미국을 비판하는 ‘반미 여론’이 높다. 앞으로 미국 때문에 자국 경제가 위태로워지면 전기차를 생산·판매하는 각국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듯하다.

 

예를 들어 세계 각국이 미국과 무역장벽을 치고 대신 중국·러시아와 무역장벽을 낮춘다면 중·러를 왕따시키려던 미국의 구상과는 반대로 미국이 왕따를 당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를 왕따시키려던 미국의 구상이 잘 먹히지 않는 현실에서 이를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전 세계에서 비난이 솟구치는데도 왜 이런 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킨 걸까? 가장 큰 요인은 패권이 저물면서 미국 경제의 동력이 급격하게 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에는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따르던 중국,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미국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무리한 법안을 밀어붙일 만큼 궁지에 빠진 셈이다.

 

돌이켜보면 취임 열흘 만에 미국과 정상회담을 했다며 자화자찬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관계가 경제안보 동맹으로 격상됐다’라고 했다. 그런데 동맹은커녕 한국 경제 전반이 미국의 먹잇감이 될 큰 위기에 놓였다. 

 

이를 볼 때 한국 경제가 살아날 길은 ‘미국에서 벗어나기’다. 이미 윤석열 정권은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까지 미국에 내줬다. 여기서 더 물러나 미국에 굴복한다면 한국의 경제 생태계는 몰락하고 미국산 물건이 싫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입해야 하는 암담한 미래가 펼쳐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인플레 감축법 통과에 따른 딱 하나 좋은 점이 있다. 우리 사회에 미국이 한국의 영원한 우방이 아니라는 진실이 널리 각인됐다는 점이다. 이런 목소리는 전 세계 곳곳에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인터넷 국어사전에서 검색한 <졸렬하다>의 뜻. © 네이버 국어사전 화면 갈무리

 

 

또 앞으로 세계는 남북대화와 협력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기운이 솟구쳤던 2018년을 교훈으로 삼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졸렬한 폭주 국가 미국에 맞선 연대와 협력이 절실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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