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민중의소리X녹색전환연구소] 대한민국은 공항 활주로에 침몰할 위기

9.24 기후정의행동 특집➀ 지역정부 기후위기 정책 실종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특별기고를 하며

 

녹색전환연구소는 9.24 기후정의행동을 맞아 정부와 지역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분석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살펴보았다. 기후위기 대응이 실종된 한국사회에서 시민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9.24 기후정의행동에 함께 해야하는 절박한 이유를 제안한다.

➀ 대한민국은 공항 활주로에 침몰할 위기
➁ 기후위기 시대, 불평등에 잠긴 집
➂ 김상협 위원장이 두 번 실패하면 안 되는 이유
➃ 누가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인가?

 “우리는 공동대응이냐 또는 집단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이다. 녹색전환연구소가 민선8기 광역지자체장의 취임사, 인수위보고서, 민선8기 정책을 모두 분석한 결과 “이러다가 다 죽겠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가 상승한 상황에서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적응’과 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감축’을 이야기하는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한민국 지역정부의 미래는 ‘공항건설’에 모두 걸었기 때문이다.
 

8기 민선지자체장 공항 건설 추진 계획 ⓒ필자 제공

전국적으로 총 15개 공항이 운영 중(국제 8, 국내 7)이다. 2021년 발표된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5)에는 추진·계획 중인 공항으로 ①울릉공항 ②흑산공항 ③제주제2공항 ④새만금 신공항 ⑤대구공항 이전 ⑥가덕도 신공항이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 민선 8기 지자체장이 신규와 이전 확대를 포함해서 추진하는 공항은 모두 10개다.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은 취임 후 울산-경주-포항을 엮는 신라권 공항건설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남부에 국제공항 건설 구상을 발표했다. 경상권에는 가덕도와 대구경북신공항에 신라권 공항까지 가세하는 셈이다. 경기도는 수원군공항 이전 정도가 아니라 국제공항으로 규모를 키우고, 이를 위해 공항건설 전담팀까지 꾸릴 예정이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는 제2공항에 대해 애매한 입장이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지자체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도민들의 반대여론이 높은데도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왜 ‘공항’일까. 이렇게 지역 정부가 ‘공항’에 올인하는 것은 ‘공항’외 지역의 다른 비전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항건설 계획만 확정되면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지역경기 부양 효과가 확실하고, 주변 개발의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10년전 MB의 ‘4대강 사업’이 지금은 ‘공항’으로 대체된 셈이다.

항공 부문 탄소배출량은 지구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IEA)를 차지하고, 항공사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규제도 강해지고 있다.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을 의미하는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유럽에서는 단거리 항공노선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광역지자체가 적어도 1개씩은 국제공항을 갖겠다고 아우성치는 상황이다.

지금도 지역 공항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동시다발로 공항건설에 나설 때 좌초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재난에 대한 적응인프라 구축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감축 사업에 인력과 재원투입이 시급한데, 우리는 공항 활주로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대한민국호가 공항 활주로 건설로 침몰할 지경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7개 광역지자체의 녹색전환 정책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었다. 2025년까지 지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불평등해소, 기후위기대응 이행기반 구축을 중심으로 학습, 돌봄, 에너지, 건물, 교통, 농업/먹거리, 순환경제, 전환 경제 등. 지역정부 정책 모든 분야에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17개 광역지자체 녹색전환보고서 보기 http://greenduck.kr).

17개 광역지자체장 취임사에서 기후변화 언급 단 세 곳뿐
공항, 대기업유치, 국책사업, 산업단지, 대규모 관광개발 일색
기후위기 대응 정책 실종, “이대로는 다 죽는다”


지역민이 만든 정책이 민선 8기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광역지자체장들의 취임사를 모두 살펴본 결과 취임사에서 기후변화를 언급한 지자체장은 17명 중에 단 3명밖에 안 된다. 전라남도 김영록 도지사는 네 번 언급하는데, 기후변화에 대응한 ‘에너지 대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추가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를 약속했다. 충청남도 김태흠 도지사는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이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있기에 이에 대비하겠다는 내용으로 한 번 언급하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5분 도시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생태 환경 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언을 통해 기후변화를 언급했다. 이러한 발언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이나 기후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해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산업전환을 해야 할 원인과 배경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더욱이 14명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민선8기 지자체장이 내세운 정책에는 큰 간극이 있었다. 특히 에너지, 건물, 교통, 순환경제 등 지자체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인프라를 개선해야 하는 정책은 거의 비어있었다. 무엇보다 지역정부의 최우선 정책은 대기업 유치를 통한 경제성장에 있었다. 대부분의 지역정부가 반도체, 전기자동차, 바이오, 수소산업을 중심으로 관련 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울산광역시와 경상북도는 이제 연구단계에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을 산업화/수출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라북도는 디즈니랜드 등 대규모 테마파크 유치를 추진하고 있고, 충청북도도 충북레이크파크 구축 등 관광개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후위기와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소법 등으로 대기업의 국내투자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전담팀을 신설해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 인수위원회 보고서에 제시된 대기업 유치가 실제 가능한지, 얼마나 많은 부지와 비용이 드는지, 그렇게 유치한 것이 실제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검토조차 되지 않은 채, 지역정부가 제살 깎기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17개 광역지자체 경제정책 주요 내용 ⓒ필자 제공


2022년 탄소중립기본법이 실행에 들어가, 지역정부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벤토리 기반 탄소중립 계획·이행·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탄소중립 거버넌스와 전담부서, 기후대응기금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지역정부 중에서 인수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 지역은 한 곳도 없다. 2022년 아시아·유럽·북미 등지에서 유례없는 폭염과 홍수, 가뭄을 경험하고 있다. 2022년 울진과 삼척의 대규모 산불, 극심한 남부지방의 가뭄, 수도권 폭우와 서울 대홍수, 포항의 힌남노 태풍 피해 등 기후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하지 못하는 지자체장들에게 4년을 맡긴 상황이다. 지방자치와 분권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정부도 기후위기에 무대응인 정부의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상상력은 대기업 유치, 국책사업 유치, 산업단지 조성, 공항 건설, 테마파크 이 다섯 가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후위기’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우리가 사는 이 공간과 사람들을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중심에 두고,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책수립의 접근법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무엇보다 걱정하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정책수립에 참여해야 한다. 지역의 정책과 미래를 만드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지금처럼 정부가 수립한 틀대로 공모사업 유치경쟁만 하다가 끝날 수 있다. 이대로는 정말 희망이 없다.

오용석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후에너지네트워크 위원장은 “정치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민생’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바로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이 실종된 2022년. 결국 시민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살기위해” 9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기후정의집회에 함께 해야 한다.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