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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 결전의 날”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9/1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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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은 15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국가보안법 2조, 7조 위헌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김영란 기자

 
“이번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은 한국 사회가 과연 민주, 인권 국가로 갈 수 있는 것인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다시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돼서 양두구육의 사회로 갈 것인지 중요한 심판이라 할 것이다. (중략) 오늘은 그 결전의 날이다.”

 

조영선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15일 오후 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민변은 조 회장을 비롯해 심재환, 이정희, 이주희, 하주희 등의 변호사로 변호인단을 꾸려 국가보안법 위헌성을 강조하는 변론을 준비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국가보안법 2조 1항, 7조 1·3·5항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공개 변론을 개최한다. 공개 변론은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7차례에 걸쳐 국가보안법 위헌 여부를 다뤘으나 공개 변론을 연 적은 없었다. 사상 첫 공개 변론이라 많은 이들의 눈은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은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김영란 기자

 

김재하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수원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위헌을 판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은 지 5년 만에 열리는 공개 변론이다. 헌법재판소는 공개 변론을 더 빨리 열어서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어야 한다”라면서 “헌법재판소는 공개 변론에 이어 머지않아 국가보안법 2조, 7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기대를 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인 황인근 목사는 “성숙한 대한민국 사회와 국민을 믿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라면서 “헌법재판소는 올바른 판단을 해서 한국 사회가 더 잘 발전할 수 있도록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란 기자

  

그림 「모내기」가 북한을 찬양, 고무했다는 혐의로 국가보안법 유죄판결을 받았던 신학철 화가는 “국가보안법은 예술가의 느낌도 표현을 못 하게 한다. 국가보안법은 예술가의 입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건전한 사회로 가려면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국제앰네스티는 한국 정부에 국가보안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거나 완전히 폐지할 것,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정치사범을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할 것,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를 비롯한 유엔 기구들이 국가보안법에 대해 내린 권고를 충실히 이행할 것 등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은 여러 차례 국가보안법 폐지를 한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 조영선 민변 회장(왼쪽), 신학철 화가(오른쪽). © 김영란 기자

 

국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상과 양심, 학문의 자유 등 인간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사라졌다”라면서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우리 한국 사회가 혐오 배제와 차별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민주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평화 통일로 성큼 다가설 수 있도록, 새 길을 열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을 앞두고 각계는 국가보안법 위헌 결정을 호소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지난 7일에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 등 7대 종단 대표들이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공동회장 이름으로 작성한 의견서가, 8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서가 헌법재판소에 제출됐다.

 

그리고 인권운동 연대 단체인 ‘인권운동더하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천주교인권위원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의 단체들과 해외동포 단체들도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한 국제인권 단체들도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 민변 변호인단. © 김영란 기자

 

▲ 변호인단에게 박수를 보내는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아래는 국민행동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헌법재판소 국가보안법 (2조, 7조) 위헌 결정 촉구 각계 기자회견문

-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에 앞서 -

 

오늘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2조와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에 대한 위헌 심판사건의 공개 변론을 진행합니다. 오늘 공개 변론에서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폭넓게 논의하고, 이번에야말로 대표 독소조항인 7조, 2조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려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어떤 법입니까?

 

국가보안법의 뿌리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치안유지법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법은 적절치 못합니다. 이후에도 국가보안법은 독재에 항거하며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활동을 탄압하고 독재 정권의 연장과 유지를 위해 위헌적으로 활용되어왔습니다.

 

그리하여 국가보안법 76년의 역사는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배제의 ‘가지’였고, 차별의 ‘줄기’였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며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가로막은 ‘뿌리’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더 이상 정상적으로 성장이 불가능한 ‘나무’입니다. 더 이상 국가보안법이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습니다. 이제 악법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는 멈춰야 합니다.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직접적인 표현 행위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표현으로 나아가기 전에 읽고 쓰고 생각한 내용조차 처벌하여 헌법상 인간 존엄, 사상과 표현의 자유 등을 근본에서부터 침해합니다. 명백‧현존 위험에 이르지 않는 표현과 결사도 금지하여 학문과 예술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표현물을 외부에 전파하기 이전단계인 ‘제작‧소지‧취득’마저 처벌함으로써 내심의 자유의 절대적 보장원칙에도 반하고, ‘찬양‧고무‧동조’ 등 개념이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 원칙에도 반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 국내외 인권단체들도 여러 차례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한국 정부에 모호한 법조항, 특히 제7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국가보안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거나 혹은 폐지하도록 요구했던 것입니다. 이들 기구는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유엔 자유권 규약 제19조 제3항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재차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벌써 다섯 차례나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되었고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와 사회권위원회 위원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유엔의 주축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위상을 가진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유엔인권이사회를 비롯한 각 위원회와 기구들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그 수준에 걸맞게 법률과 제도를 갖추어야 하는 막중한 의무와 책임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한 데 이어, 전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헌법재판소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지난 6월 방한했던 유엔진실정의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 제7조의 폐지를 다시 한번 권고하였습니다.

 

사상과 양심, 학문의 자유 등 인간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사라졌습니다. 헌법재판소에 간곡히 호소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우리 한국 사회가 혐오 배제와 차별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민주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평화통일로 성큼 다가설 수 있도록, 새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 희망합니다.

 

2022년 9월 15일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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